2023년 가해 연중 제17주간 수요일 <생명을 버려도 괜찮을 행복이 딱 하나 있다> 복음: 마태오 13,44-46
LORENZETTI, Pietro 작, (1325)
|
오늘 복음은 밭에 묻힌 보물, 값진 진주의 보물 비유 말씀입니다. 결론은 하느님 나라를 발견한 이들은 그것을 차지하기 위해 가진 모든 것을 판다는 내용입니다. 거꾸로 말하면 가진 모든 에너지를 소진하지 않고서는 하늘 나라를 차지할 수 없다는 뜻이 되기도 합니다. 하늘 나라의 가치를 모르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하느님은 진주를 돼지에게 던지는 분이 아니십니다. 그런데 자칫 이러한 신앙이 ‘허무주의’로 빠질 위험이 있습니다. 이 세상 것은 아무것도 중요하지 않으니 신앙으로 하늘 나라만 차지하자는 것입니다. 하늘 나라에 들어가는 것이 중요한 것이지 이 세상에서 어떤 목표를 위해 고생하며 살 필요가 없다는 것입니다. 물 흐르는 대로 바람 따라 살다가 천국에만 가면 되지 이 세상 것에 집착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 낙관적 허무주의입니다. 낙관적 허무주의의 대표적인 영화가 ‘에브리씽 에비리웨어 올 앳 원스’입니다. 미국에서 세탁소를 운영하며 힘겹게 살아가는 이 여인이 다중 우주에 존재하는 자신과 접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입니다. 매일 똑같은 일상을 살아가며 ‘왜 사나?’를 묵상하는 우리 모두의 처지로부터 시작됩니다. 그리고 다중 우주에는 자신의 선택이 달랐으면 살게 될 인생들이 있습니다. 훨씬 유명하고 부자이고 꿈을 이룬 인생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결론적으로는 모두가 다 문제를 안고 있는 일상을 반복하고 있다는 깨달음입니다. 인생은 어떻게 살던 허무할 뿐이라는 것입니다. 하지만 영화는 이 허무주의에 눈알 하나를 이마에 달아줍니다. 여기서 나와 함께 하는 남편, 자녀, 부모와 최대한 행복하게 사는 것이 유일한 탈출구라는 것입니다. 어쩌면 우리 신앙도 이런 일상의 허무에 눈알 하나 달아주는 것이 될 수도 있습니다. 어차피 허무한 인생, 곧 사라져버릴 인생에서 결국 우리는 천국에 가게 될 것이라는 눈알 하나를 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삶은 변하지 않습니다. 그저 즐기며 사랑하며 행복하면 되는 것입니다. 그러나 오늘 복음은 그런 삶의 태도를 동조하지 않습니다. 엄청난 재능으로 교회를 위해 많은 성화를 그렸던 카라바지오를 생각해봅시다. 그는 교회를 위해 많은 일을 하였습니다. 하지만 나머지 에너지는 이 세상을 즐기는 데 사용하였습니다. 어차피 하늘 나라에 들어갈 것이기에 이 세상 것들은 즐기고 버리면 되는 것으로 여겼습니다. 그러니 그의 삶은 타락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술과 돈과 여자를 즐기며 살았습니다. 이것이 하늘 나라의 가치를 알지 못한 것입니다. 하늘 나라를 위해 모든 에너지를 쏟아붓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하늘 나라의 가치를 안다면 나의 에너지를 이 세상 것을 위해 쓸 수 없습니다. 그가 진정으로 신앙인이 된 것은 살인을 저지르고 도망 다니다가 용서를 위해 교황님께 다윗과 골리앗 그림을 그려서 돌아올 때였습니다. 이때는 정말 목숨을 걸었습니다. 그것 하나만 생각했습니다. 그때 자기 에너지를 용서 받는 것 외에 다른 것에 쏟을 수 없었습니다. 유튜브 ‘우와한 비디오’에 ‘주인을 다시 만나기 위한 9일간의 긴 여정, 돌아온 진돗개 별이’란 사연이 있습니다. 일상 고양시에서 파주시까지 21km가 되는 길을 냄새만 맡으며 집을 찾아온 진돗개 별이 사연입니다. 이 과정에서 굶어서 영양실조가 걸렸고 얼굴에 큰 상처도 났습니다. 그런데도 집까지 돌아온 별이를 보며 주인은 끝까지 함께 하겠다고 맹세합니다. 이것이 밭에 묻힌 보물을 찾아낸 사람의 마음입니다. 허무주의는 없습니다. 보물을 찾으면 마치 엄마 찾아 삼만리를 가는 사람처럼 그것을 위해 에너지를 쏟지 않는 모든 것은 용납할 수 없게 됩니다. 모든 성공한 사람들은 자신들의 에너지를 그 하나의 성공을 위해 쏟은 사람들입니다. 만약 아이들에게 부모님이 고생하시는 모습을 몰래 찍어 보여준다면 어떨까요? 아이들은 어차피 부모님이 우리를 먹여주실 것이니 고생할 필요 없이 즐기며 살면 된다고 여기게 될까요? 부모님이 고생하시는 것에 대해 부모님 뜻을 따라주기 위해 자신도 피 흘리고 싶은 열정이 생길 것입니다. 바로 부모님이 자신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아는 것, 이것이 아이들이 찾아야 할 밭에 묻힌 보물입니다. 오늘 복음은 하늘 나라를 위해, 이웃을 사랑하기 위해, 선교를 위해 피를 흘리지 않으면 하늘 나라를 차지할 수 없다는 뜻이지, 다 마련되어 있으니 어차피 지나갈 세상 그냥 집착 없이 편안하게 즐기면 된다는 뜻이 아닙니다. 내가 가진 재능이나 재물, 모든 에너지가 의미 없다는 뜻이 아니라 그 모든 에너지를 하늘 나라만을 위해 쏟아부을 줄 알아야 한다는 뜻입니다. 이것이 우리가 이 세상을 사는 이유입니다. 하느님은 우리가 당신 자녀의 자격이 있는지를 시험하고 계십니다. 우리가 진정 마음을 다하고 목숨을 다하고 정신을 다하고 온 힘을 다해 주님께서 우리를 얼마나 사랑하시는지 알려고 합니까? 그러면 하늘 나라를 발견한 것입니다. 하느님은 당신 사랑과 당신 뜻을 위해 모든 에너지를 쏟으라고 하십니다. 그래야 행복하기 때문입니다. “네 마음을 다하고 네 목숨을 다하고 네 정신을 다하여 주 너의 하느님을 사랑해야 한다.’ 이것이 가장 크고 첫째가는 계명이다. 둘째도 이와 같다. ‘네 이웃을 너 자신처럼 사랑해야 한다.’는 것이다. 온 율법과 예언서의 정신이 이 두 계명에 달려 있다.”(마태 22,37-40)
https://youtu.be/A429xs73pt0 유튜브 묵상 동영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