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연중 제17주간 수요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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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박영희 | 작성일2023-08-02 | 조회수530 | 추천수4 | 반대(0) 신고 |
[연중 제17주간 수요일] 마태 13,44-46
"그는 값진 진주를 하나 발견하자, 가서 가진 것을 모두 처분하여 그것을 샀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하늘 나라’, 즉 하느님과 사랑 안에서 깊은 일치를 이루며 기쁨을 누리는 믿음의 삶이 우리 인간 존재에게 얼마나 소중하며 가치있는 것인지, 그리고 그런 하늘 나라를 온전히 누리기 위해서는 어떤 마음가짐으로 임해야 하는지를 두 가지 비유를 통해 우리에게 알려주십니다.
‘밭에 숨겨진 보물’의 비유에서는 하늘나라가 지닌 가치를 보물에 빗대어 설명하십니다. 그 비유에 나오는 인물은 돈을 받고 다른 사람의 밭에 나가서 대신 일을 해주는 사람입니다. 평소와 다름 없이 밭에 나가 땅을 뒤집어 엎고 돌을 골라내는 작업을 하던 중, 땅 속에 묻혀있던 보물을 발견하게 되지요. 그런데 땅 속에 묻힌 물건의 소유권은 그 땅의 주인에게 있었기에 그는 자신이 발견한 그 보물을 다시 묻어두고는 집으로 돌아가 가진 것을 다 팔아 그 밭을 삽니다. 그리고 비로소 그 보물을 합당하게 참으로 소유한 사람이 됩니다. 그런데 이 이야기를 듣고 누군가는 이런 문제를 제기할 수도 있습니다. 그가 정말 하느님의 뜻을 따라 사는 의로운 사람이라면, 그 보물을 처음 발견했을 때에 그 밭의 주인에게 알렸어야 하는게 아니냐고 말이지요. 하지만 이 비유의 핵심은 그를 인간적인 잣대로 심판하는게 아닙니다.
우리가 이 비유에서 알아들어야 할 것은 두 가지 입니다. 첫째 신앙생활을 할 기회는 누구에게나 열려있지만 아무나 그 참된 기쁨을 누리는건 아닙니다. 하느님과 함께 있기 위해서, 그분의 뜻을 따르기 위해서 기꺼이 자신이 가진 시간, 재능, 재물을 내어놓을 수 있어야 누릴 수 있지요. 하느님을 위한 봉헌과 희생이라는 대가를 ‘지불’하여 하느님 나라를 ‘쟁취’하는게 아니라, 나 자신이 하느님 나라의 주인이라는 분명한 목적의식을 마음에 새기기 위해 조건 없이, 기꺼이 내어놓는 겁니다. 하느님 말씀이 나와 상관없는 ‘남의 얘기’로 남아서는 구원 역시 ‘남의 일’로 끝나버릴 것이기에 그러지 않기 위해 마음을 굳게 다잡는 것입니다. 둘째, 달면 삼키고 쓰면 뱉으려는 선택적인 태도로는 신앙생활의 기쁨을 온전히 누릴 수 없습니다. 보물을 차지하기 위해서는 그것을 품고 있는 밭 전체를 사야하는 것처럼, 하느님과 함께 하는 기쁨과 행복을 온전히 누리려면 신앙생활에 포함된 모든 의무와 책임까지도 기꺼이 받아들여야 합니다. 그것이 내 어깨를 무겁게 짓누르는 ‘십자가’일지라도 기꺼이 져야 합니다.
‘좋은 진주를 찾는 상인의 비유’에서는 최고의 진주를 찾고야 말겠다는 뚜렷한 목표를 가지고 부단히 노력하는 상인의 모습을 통해, 신앙생활에 임하는 우리 마음가짐이 어때야 하는지를 설명합니다. 이 비유에 나오는 상인은 그저 비싸게 되팔아 돈을 챙기려고 좋은 진주를 찾는게 아닙니다. 진주의 참된 가치를 아는 사람으로써, 다른 그 어떤 진주들과는 비교하거나 대신할 수 없는, 이 세상에 오직 하나 뿐인 최고의 진주를 찾고 그것을 차지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지요. 마침내 그 ‘최고의 진주’를 발견하자 그는 가진 것을 모두 처분한 후 그 진주를 삽니다. 그저 그 진주의 값을 지불하기 위해 가진걸 다 처분한게 아닙니다. 자기 삶의 궁극적 의미이자 목적인 ‘특별한 진주’를 찾았기에 그것 이외의 다른 모든 것들은 부질 없게 느껴져 과감하게 내려놓을 수 있었던 겁니다. 신앙생활에 임하는 우리 마음가짐도 그래야만 하지요. 하늘 나라는 세상의 좋은 것들이 치렁치렁 매달린 우리 몸에 하나 더 곁들여 소유할 수 있는 ‘악세사리’ 같은게 아닙니다. 주님이 우리를 얻기 위해 당신 모든 것을 다 내어주신 것처럼, 우리도 주님을 얻기 위해 모든 걸 다 내어놓을 수 있어야 합니다. 그렇게 하늘 나라가 내 ‘유일’한 ‘전부’가 될 때, 우리는 비로소 그 참된 가치를 알아보고 누릴 수 있게 됩니다.
* 함 승수 신부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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