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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귀향(歸鄕)의 여정_이수철 프란치스코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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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최원석 쪽지 캡슐 작성일2023-08-03 조회수474 추천수7 반대(0) 신고

귀향(歸鄕)의 여정

-늘 새로운 시작-

 

 

 

 

“행복하옵니다, 당신 집에 사는 이들!

 그들은 영원히 당신을 찬양하리이다.

 행복하옵니다, 당신께 힘을 얻는 사람들!

 그들은 더욱더 힘차게 나아가리이다.

 

 당신 뜨락에서 지내는 하루가, 

 다른 천날보다 더 좋사옵니다.”(시편84;5.6.8ㄱ.11ㄱ)

 

오늘 화답송 시편이 은혜롭습니다. 너무 밝아 하늘에 등불 달린 줄 알았습니다. 뒤돌아 눈들어 하늘 보니 둥근달이었습니다. 오늘 새벽 달빛도 별빛도 맑고 밝았고 풀벌레 소리도 영롱했습니다. 5시 넘으니 줄기차게 노래하는 매미들입니다. 8월8일 입추이니 서늘한 기운에 가을이 성큼 다가온 듯 싶었습니다. 제가 산책중 가장 많이 자주 카톡 사진에 담는 장면은 세 곳입니다. 하늘길, 십자로 중앙의 예수성심상, 불암산을 배경하고 정원을 앞에둔 제 집무실이 포함된 수도원 성전입니다. 어제 해질 무렵의 성전 풍경이 참 평화롭고 아름다워 여러분에게 선물했습니다.

 

“사랑하는 주님의 참보물 자매님! 수도원 성전의 위로와 치유, 평화의 축복인사 받으시고 힘내세요!”

 

3월초 입원하여 5개월간 입원했다 7월말 퇴원한 참 고마운 자매에게 보낸 메시지이고 받은 답신입니다. 1998년부터 2022년까지 무려 25년간 제 시집과 강론집을 제본해다 준 참 한결같은 성녀(聖女)같은 분입니다.

 

“감사하옵니다. 신부님! 하루를 지내며 힘들었나이다.”

 

대부분 폭염에 생활고에 병고에 때로는 희망을 잃고 힘겹게 하루하루 살아가는 사람들입니다. 자주 만나는 분들에게 드리는 권고입니다.

 

“성인이 되십시오. 하느님께 희망을 두고 하느님을 꿈꾸면서! 오늘 지금 여기서 부터가 중요합니다. 힘내십시오. 우리에게는 늘 새로운 시작이 있을뿐입니다.”

 

제가 경탄하는 두분입니다. 참으로 젊은이들과 스스럼없이 어울리는 겸손하고 지혜롭고 쾌활한 아랫집 87세의 노수녀님입니다. 병고로 힘들어도 매일미사에는 1등으로 성전에 입장하고 자세도 반듯하게 하루하루 온힘을 다해 한결같이 견뎌내고 버텨내는 수녀님입니다. 또 한분은 88세 노령의, 그러나 영혼은 영원한 청춘인 프란치스코 교황입니다. 세계 젊은이날 행사에 참석차 42차 해외 순방길에 오른 교황님이 포르투칼 리스본에 도착하여 하신 연설중 한 대목입니다.

 

“나는 유럽을 꿈꿉니다. 서구의 심장인 하나의 유럽을! 갈등을 종식시키고 희망의 등불에 불을 붙이기 위해 그 엄청난 은사를 발휘하는 유럽을 꿈꿉니다. 직접적인 필요를 넘어 온전한 위대함을 바라보듯, 나는 청춘의 심장을 회복할 수 있는 유럽을 꿈꾸며 바라봅니다.”

 

“나는 유럽을 꿈꿉니다(I dream of a Europe)!”, 마치 “나에게는 꿈이 있습니다.”로 시작한 미국의 비폭력주의 흑인 민권 운동가이자 개신교 침례회 목사 마르틴 루터 킹의 연설이 연상될 정도로 참으로 멋진 영원한 청춘의 교황입니다. 

 

바로 이 꿈을 지니고 자비하고 너그러운 영원한 청춘의 하느님께 희망을 두고 귀향의 여정에 올라야 합니다. 탈출기의 장면이 그대로 귀향의 여정을 상징합니다. 여정에 앞서 성막을 준비하는 위대한 지도자 모세의 모습이 감동적입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오늘날 희망의 표징이듯 탈출기의 모세가 희망의 표징이 됩니다.

 

‘모세는 주님께서 명령한 대로 다 하였다’, 똑같은 말마디가 3차례나 반복됩니다. 주님의 충실한 종, 순종의 지도자 모세입니다. 하느님께서 친히 이스라엘 자손들의 여정에 함께 하시는 다음 묘사도 우리에겐 힘과 위로가 됩니다.

 

‘이스라엘 자손들은 그 모든 여정중에, 구름이 성막에서 올라갈 때마다 길을 떠났다. 그러나 구름이 올라가지 않으면, 그 구름이 올라가는 날까지 떠나지 않았다. 그 모든 여정중에 이스라엘의 온 집안이 보는 앞에서, 낮에는 주님의 구름이 성막위에 있고, 밤에는 불이 그 구름 가운데에 자리를 잡았다.’

 

이스라엘 자손들의 귀향길의 순례 여정중 친히 성막의 이정표와 함께 하시는 하느님이심을 봅니다. 성막의 이정표와 같이 하루하루 순례 여정중의 이정표가 날마다의 이 거룩한 미사전례요 똑같은 하느님께서 모세가 아닌 우리의 구원자 예수님을 통해 친히 귀향의 여정중인 우리의 인도자가 되어 주십니다. 바로 오늘 복음의 그물의 하늘나라 비유가 참 적절합니다. 귀향의 여정중에 있는 우리를 분발케 합니다.

 

“하늘 나라는 바다에 던져 온갖 종류의 고기를 모아들인 그물과 같다. 그물이 차자 사람들이 그것을 물가로 끌어 올려놓고 앉아서, 좋은 것들을 그릇에 담고 나쁜 것들은 밖으로 던져 버렸다. 세상 종말에도 그러할 것이다. 천사들이 의인들 가운데에서 악한 자들을 가려내어 불구덩이에 던져 버릴 것이다.”

 

가라지의 비유와 흡사한 종말 심판의 하늘 나라 비유입니다. 주님은 충격 요법의 표현을 통해 회개를 촉구합니다. 괴물이나 폐인이 아닌 성인의 삶을, 악인이 아닌 의인의 삶을 살라는 것입니다. 저는 이 비유를 읽을 때마다 “천망회회 소이불실(天網恢恢 疎而不失)”이란 노자에 나오는 말마디가 생각납니다. 바로 ‘천지자연의 법칙은 광대하여 엉성한 듯 보이지만, 악인에게 벌을 주는 일을 빠뜨리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아무도 하느님의 최후심판을, 하느님의 그물망을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이며 우리가 죽는 날은 그대로 그물을 걷어 올리는 시간이겠습니다.

 

과연 나는 어디에 속할까요? 이래서 사막교부들을 비롯해 베네딕도 성인은 “죽음을 날마다 눈앞에 환히 두고 살라”는 말씀을 주셨습니다. 삶은 아버지의 집으로의 귀향의 여정입니다. 귀향의 여정을 일일일생 하루로 압축하면, 일년사계로 압축하면 어느 시점에 와 있는지 한 번 점검해 보시기 바랍니다. 강물처럼 흐르는 세월, 하루하루 환상이나 허영, 탐욕이 걷힌 본질적 깊이의 삶을 살 수 있을 것입니다.

 

주님은 그물의 비유로 일곱 개의 하늘 나라 비유를 마치신 후 당대의 제자들은 물론 시공을 초월하여 오늘의 우리에게 “너희는 이것들을 다 깨달았느냐?”묻습니다. 제자들처럼 “예!”하고 대답할 수 있을런지요? 평생 깨달음의 화두로 삼아 하늘 나라의 제자가 되어 하늘 나라를 살라는 비유들입니다. 

 

“하늘 나라의 제자가 된 모든 율법학자는 자기 곳간에서 새것도 꺼내고 옛것도 꺼내는 집주인과 같다.”

 

참 좋은 분별력을 지닌 자유자재의 지혜로운 현자가 되어 살라는 것입니다. 또 “늘 옛스럽고 늘 새로운(Ever Old, Ever New) 삶을 살라는 것입니다. 바로 날마다의 거룩한 미사은총이 진인사대천명의 삶을, 분별력의 현자의 삶을 살게 해 줄 것입니다. 또 다음대로 살면 내일은 내일대로 잘 될 것이니 최후심판의 두려움은 저절로 해소될 것입니다. 늘 고백해도 늘 새로운 제 좌우명 고백기도입니다.

 

“하루하루 살았습니다.

하루하루 날마다 자기를 버리고 

제십자가를 지고 주님을 따라 살았습니다.

하루하루 일일일생, 하루를 처음처럼, 마지막처럼, 

평생처럼 살았습니다.

저에겐 하루하루가 영원이었습니다.

어제도 오늘도 이렇게 살았고 내일도 이렇게 살 것입니다.

하느님은 영원토록 영광과 찬미받으소서.” 아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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