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가해 주님의 거룩한 변모 축일 <기도의 목적> 복음: 마태오 17,1-9
하느님의 아들이며 말씀이신 그리스도
(1540-1550), 모스크바 크레믈린 Cathedral of the Sleeper |
오늘은 주님 변모 축일입니다. 주님 변모 축일은 기도에 대한 예시입니다. 기도의 장소는 이스라엘 전통 상 ‘높은 산’입니다. 그리고 기도할 때 모세와 엘리야를 만납니다. 모세는 진리이고 엘리야는 은총입니다. 모세는 시나이산에서 십계명, 곧 하느님의 뜻을 이스라엘 백성에게 전해주었고, 엘리야는 카르멜산에서 제물 위에 성령의 불이 떨어지게 하였습니다. 미사 때의 말씀의 전례, 성찬의 전례라 생각하면 될 것입니다. 미사나 기도의 목적은 무엇일까요? 바로 변모하기 위함입니다. 어떻게 변모하기 위함일까요?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다음에 어떤 내용이 나오는지 알아야 합니다. 오늘 복음에 이어지는 내용은 악령 들린 아이를 고쳐주시는 이야기입니다. 예수님의 다른 제자들은 그를 치유하지 못했습니다. 그러자 예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내가 언제까지 너희와 함께 있어야 하느냐? 내가 언제까지 너희를 참아 주어야 한다는 말이냐? 아이를 이리 데려오너라.”(마태 17,17) 이를 통해 예수님께서는 기도로 이 세상을 참아내고 치유하기 위한 힘을 얻으셨음을 알 수 있습니다. 누군가와 함께 머물기 위해서는 그 상대를 끊임없이 용서해 주어야 합니다. 그 힘을 얻기 위해 기도하신 것입니다. 그리고 그 용서는 나의 죽음입니다. 미워하는 내가 죽지 않으면 용서가 안 됩니다. 내 안에 그 미움이 새겨져 있기 때문입니다. 기도는 결국 나를 죽음으로 이끕니다. 그래서 예수님은 타볼산에서 내려오시며 이렇게 말씀하신 것입니다. “사람의 아들이 죽은 이들 가운데에서 되살아날 때까지, 지금 본 것을 아무에게도 말하지 마라.” 오늘 복음이 이 기도의 올바른 목적을 말하는데, 어쩌면 우리는 기도의 목적을 잘못 알고 헛된 기도를 할 수도 있습니다. 한 인도 수도사가 18년이 걸려서 갠지스강을 걸어서 건널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것을 자랑처럼 떠드는 제자에게 스승은 묻습니다. “자네는 18년 동안 18루피(갠지스강 건너는 뱃삯)를 벌었네.” 기도를 얼마나 오래, 얼마나 많이 했느냐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그것을 통해 얼마나 남을 용서하지 못하게 만드는 나 자신이 죽었는지, 얼마나 더 그리스도로 변모했는지가 중요합니다. 워룸(2015)은 기도의 목적이 무엇인지 잘 알려주는 내용의 영화입니다. 남편은 직장에서도 돈을 횡령하고 외도하려고 하며 가정에는 전혀 관심이 없습니다. 아내는 그런 남편이 미워 옆집 할머니에게 도움을 청합니다. 남편에 대한 불만을 늘어놓자 옆집 할머니는 왜 교회에 다니면서도 기도는 하지 않느냐고 말합니다. 기도는 한다고 합니다. 그러나 할머니는 잘못된 기도를 하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싸움의 대상을 잘못 잡았다는 것입니다. 워룸은 전쟁에서 지휘관들이 하는 회의 장소를 의미합니다. 할머니는 집에 작은 공간을 만들고 남편과 싸우지 말고 용서하지 못하는 자신과 싸워 하느님께 사랑할 수 있는 마음을 청하라고 합니다. 그러던 어느 날 남편이 옷장에서 자신을 위한 기도가 적힌 것을 보고 아내가 이미 자신의 외도 사실까지 알면서도 자신을 위해 기도하고 있었음을 알게 됩니다. 그리고 깊이 회개하고 아내와 딸에게 사과합니다. 기도로 싸워야 할 대상은 은총의 가치를 모르는 나 자신입니다. 제가 부모님의 굳은살을 보았을 때 라면 하나도 부모님이 거저 주시는 것이 아님을 알 수 있었습니다. 내가 먹는 것은 부모님의 살과 피였습니다. 그것을 알게 되자 불만 가득했던 내가 죽고 부모님의 뜻을 따라드려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우리가 기도할 때 고통을 감내하지 않으면 하느님께서 주시는 은총의 가치를 알지 못합니다. 그러면 순종 할 마음이 생기지 않습니다. 그분께서 나를 위해 피를 흘리고 계신다면 나도 기도할 때 피를 흘려야 합니다. 그래야 은총의 가치를 알고 순종으로 용서할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삼손은 은총을 많이 받았지만, 그 은총의 값이 무엇인지 몰랐습니다. 하느님은 거룩한 것을 개에게 던지지 않으십니다. 그래서 여자에 빠진 삼손의 머리카락이 잘리게 만듭니다. 성령의 불이 꺼진 것입니다. 눈도 뽑힙니다. 그제야 삼손은 하느님께서 자신에게 주신 은총이 당신 눈을 빼서 주시는 것임을 깨닫게 됩니다. 그 은혜에 감사하게 되자 이제 그분의 뜻을 위해 목숨을 바칠 용기가 생깁니다. 그렇게 자기 자신과 미움을 함께 묻어 버립니다. 이것이 그리스도께서 기도로 나아가는 길입니다.
내가 죽어야 미움도 죽습니다. 그리스도가 사셔야 용서와 사랑이 성취됩니다. 우리는 기도로 그리스도의 십자가와 부활의 길로 나아가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면 마지막 때 완전히 그리스도로 변모하여 그분의 영광에 참여하게 될 것입니다. https://youtu.be/fO4IFArngmE 유튜브 묵상 동영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