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연중 제19주간 금요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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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조재형 | 작성일2023-08-17 | 조회수641 | 추천수6 | 반대(0) |
저희 세대는 ‘이문세’의 노래를 좋아했습니다. 대표적인 노래는 “광화문 연가, 소녀, 그녀의 웃음소리뿐, 휘파람, 사랑이 지나가면, 옛사랑, 가로수 그늘아래 서면”이 있습니다. 최근에 ‘오늘하루’라는 노래를 들었습니다. 가사는 이렇습니다. “밥 한 그릇 시켜놓고 물끄러미 바라본다. 오늘하루 내 모습이 어땠었는지, 창가에 비추는 건 나를 보는 내 모습, 울컥하며 터질 듯한 어떤 그리움, 그리운 건 다 내 잘못이야, 잊혀질 줄 알았었는데 이렇게 생각이 다시날걸 그땐 알 수 없었어.” 저는 가사 내용 중에 ‘오늘하루 내 모습이 어땠었는지’가 마음에 와 닿았습니다. 신학교에서 저녁 식사 전에 성당에 모여서 늘 하던 것이 ‘양심성찰’이었습니다. 양심성찰을 하면서 ‘오늘하루 내 모습이 어땠었는지’ 돌아보았습니다. 받는데 익숙하다 보니 타인에 대한 배려가 부족했습니다. 내 몸 아픈 것은 신경 쓰면서 이웃이 아파하는 것을 몰랐습니다. 주님께서는 ‘나를 따르려면 십자가를 지고 따르라’고 하셨는데 나의 십자가를 남에게 맡기는 이기적인 때가 많았습니다. 한국에서 보내주는 ‘사목정보’라는 잡지에서 ‘오늘하루’를 충실하게 사는 사제의 이야기를 읽었습니다. 신부님의 모습을 거울 속에 비추듯이 바라보았던 교우는 이렇게 말합니다. “성당 신축을 하면서 사제관이 없어서 편안한 아파트를 얻어드리려고 했는데 신부님은 굳이 상가 2층에 방을 얻었다고 합니다. 신부님은 매일 아침 상가 마당을 청소하였다고 합니다. 상가 주인이 무척 미안해했다고 합니다. 신부님은 젊은이들에게는 유쾌하였고, 어른들에게는 공손하였고, 성가를 부를 때면 마치 천상의 소리 같았다고 합니다. 어느 비 오는 날, 신부님의 신발을 벗고 맨발로 걷는 모습을 보았다고 합니다. 신부님의 구두가 낡아서 비가 오면 신발에 물이 들어오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신부님은 교우들이 주는 옷, 구두, 음식은 필요한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었다고 합니다. 신부님의 외투는 20년은 족히 넘어보였다고 합니다. 얼굴이 검게 그을려서 오셨기에 좋은 곳으로 휴가를 떠난 줄 알았는데 시골 본가에 가셔서 종일 밭일을 도왔다고 합니다.” 따뜻한 마음의 사제가 임기가 되어서 다른 본당으로 떠날 때, 본당은 온통 눈물바다가 되었다고 합니다. 신부님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같은 사제로서 자랑스러웠지만 그렇게 살지 못하는 저 자신이 부끄러웠습니다. 가끔 이런 질문을 받을 때가 있습니다. “신부님은 왜 결혼을 하지 않습니까?” 독신생활의 참된 이유는 한마디로 예수 그리스도께 대한 사랑 때문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스스로 독신으로 사셨고 우리를 위해 당신을 온전히 내놓으신 주님을 갈림 없는 마음으로 따르기 위한 것입니다. 사제가 독신으로 살기 때문에 사목활동을 효과적으로 수행하는데 도움이 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것은 독신생활에서 따라오는 부수적인 결과이지 목적은 아닐 것입니다. 사제나 수도자들의 독신은 예수 그리스도와의 인격적인 관계에서 그 근거를 두고 있어야 할 것입니다. 어떤 관계가 예수 그리스도와의 인격적인 관계입니까! 예수님은 나를 따르려면 이렇게 하라고 말씀하십니다. 혈연관계보다 예수님을 더 따라야 한다고 합니다. 단순히 독신으로 사는 것이 아니라, 주님의 뜻과 가르침을 먼저 생각하고 따라야 한다고 이야기하십니다. 자기 십자가를 지고 따를 마음의 준비가 되어야 한다고 하십니다. 지배하고 소유하려고 한다면 독신으로 사는 것이 아무 의미가 없을 것입니다. 남을 탓하고 원망하는 삶의 자세를 버려야 한다고 말씀하십니다. 자기가 가진 것을 모두 버릴 수 있는 무소유의 자세가 필요하다고 하십니다. 그리스도와 일치하고, 그리스도의 뒤를 따르는 삶을 사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혼인을 하여 가정을 이루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하느님의 뜻, 하느님의 사랑을 드러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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