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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연중 제21주간 수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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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박영희 쪽지 캡슐 작성일2023-08-30 조회수373 추천수4 반대(0) 신고

[연중 제21주간 수요일] 마태 23,27-32 

 

 “너희도 겉은 다른 사람들에게 의인으로 보이지만, 속은 위선과 불법으로 가득하다.“

 

 

 

‘무덤에 몸이 닿으면 7일간 부정하게 된다’는 것이 성경의 율법입니다(민수 19,16). 유대인들은 과월절이 가까워지면 무덤에 하얗게 회칠을 했는데, 사람들이 무덤인 줄 모르고 만졌다가 부정하게 되어서 과월절 축제에 참석하지 못하는 일이 생기지 않도록 예방하기 위해서였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하얗게 회칠한 무덤들을 멀리서 보면 아름답게 보였다고 합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이 율법학자들과 바리사이들을 ‘위선자’라고 하신 것은, 그들이 겉으로는 아름다워 보이지만 속은 시체의 뼈와 온갖 더러운 것들로 가득 차 있는 ‘회칠한 무덤’처럼, 겉으로는 율법을 충실히 지키는 의로운 사람들로 보이지만, 그 마음 속은 재물을 더 많이 가지려는 욕심과 집착, 쉽고 편하게 살려는 나태함과 게으름으로 가득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면서도 남들 앞에서는 의로워 보이려고 ‘선한 척’을 하기에 거짓이라는 죄를 짓게 됩니다. 또한 그들의 위선이 그 모습을 바람직한 것으로 여겨 따르는 순박한 이들까지 죄 짓게 만들기에 그들이 감당해야 할 책임과 벌이 더 커집니다. 무덤에 회칠을 하는건 사람들을 부정해지지 않게 만들기에 좋은 일이지만, 겉모습에 위선으로 회칠을 하는건 그 모습을 보는 이들을 죄악과 멸망의 수렁에 빠뜨리는 ‘대죄’이기에, 예수님은 바리사이들과 율법학자들의 위선을 강도 높게 비난하시는 겁니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저 역시 그 ‘위선자’ 가운데 하나입니다. ‘사제’이기 때문에 당연히 거룩함이 따라오는게 아닙니다. 단지 매일 미사를 봉헌하고 성사를 집행한다고 해서 자연스레 성덕이 깊어지는 것도 아니지요. 죄를 짓지 않도록 몸가짐, 마음가짐을 조심하고 성무 집행에 진심과 정성을 담지 않으면, 거룩한 것을 자주 접하는 만큼 ‘불경’죄를 저지를 일이 많아질 뿐입니다. 하느님의 뜻과 계명을 알면 아는만큼 그에 부합되게 더 잘살아야 하는데, 제가 아는 것과 실제로 사는 모습 사이에 큰 괴리가 느껴져 부끄러워질 때가 참 많습니다. 신자분들에게는 열심히 기도해야 한다고 말씀드리면서 정작 저 자신은 성직자들에게 주어진 최소한의 의무인 ‘성무일도’조차 피곤하다는 이유로, 바쁘다는 핑계로 거르고 지나갈 때가 왜 그리 많은지요. 성체조배나 묵주기도 같은 신심행위에 있어서도 열심한 신자분들 따라가려면 한참 멀었습니다. 그러면서도 갖고 싶은건 왜 그리 많고 화나서 ‘욱’할 때는 또 왜 그리 많은지, ‘마음은 간절하나 몸이 따르지 않는’ 저의 부족함과 약함을 마주할 때면 마음이 참 심란합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님을 따르는 이 길을 중간에 포기할 순 없습니다. 지금 당장은 죄와 허물로 누빈 제 모습이 부끄러워도, 주님의 말씀을 마음에 새기고 사랑과 공정의 덕을 꾸준히 실천하다보면, 제 마음 안에 주님의 뜻이 점점 차올라 자연스레 밖으로 흘러나올 때가 올 것입니다. 그 때가 되면 하느님께서 저를 보시고 ‘너는 나를 닮았다’고 인정해주시겠지요. 부족함과 약함 때문에 죄를 짓는 이웃 형제 자매의 모습을 보고 ‘나는 저들과 다르다’며 선을 긋지 않는다면, ‘나라면 안그랬을거’라는 교만에 빠지지 않는다면, 하느님과 온전한 일치를 이루는 그 기쁜 날을 곧 보게 될 겁니다.

 

* 함 승수 신부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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