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찢어진 레이스 치마>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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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박영희 | 작성일2023-08-30 | 조회수329 | 추천수2 | 반대(0) 신고 |
<찢어진 레이스 치마>
"나를 따르려는 사람은 누구든지 자기를 버리고 매일 제 십자가를 지고 따라야 한다."(루가 9, 18-24)
신부님의 강론 말씀입니다.
부모님의 기쁨은 아기가 부모님을 알아볼 때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베드로는 "나를 누구라고 생각하느냐?" 라는 예수님의 질문에 "하느님께서 보내신 그리스도이십니다." 라고 답하므로써 예수님을 알아보았으니 예수님께서도 기쁘셨을 것입니다
예수께서는 이어서 당신은 힘을 가지고 세상을 다스리러 오신것이 아니고 고난받는 그리스도로 오셨다고 말씀하십니다. 우리 각자에게 묻고 계십니다. "너는 나를 누구라고 생각 하느냐?" 우리가 예수님을 누구라고 고백하는 것에 따라 우리의 생활이 달라질 것입니다.
예를 들어 우리가 예수님을 왕이나 해결사로 고백하면, 우리는 그런 예수님만을 원할 것입니다. 그러나 십자가에 달리신 예수님을 그리스도라 믿는다면, 우리는 일상 생활의 매순간에서 예수님의 십자가를 지고 가야 할 것입니다.
일상생활에서 유혹은 그럴듯하게 다가 옵니다. 매일, 매순간 그 십자가를 버리라는 유혹이 일상의 십자가를 매일, 매순간 버리게 합니다. 그렇게 우리가 버린 십자가는 산처럼 쌓여 있을 것입니다.
우리는 삶에서 뗄레야 뗄 수 없는 십자가를 버리라는 유혹을 이겨 나가면서, 등에다 짊어지고 굳건하게 나아가야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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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육년전쯤에 백화점에서 이월 상품으로 할인 판매하는 유명 브랜드의 옷을 샀습니다. 이월 상품이었지만 제 마음에 꼭 들었습니다. 목선과 소매선, 치마 끝부분 사이에 레이스를 넣어서 디자인한 옷이었습니다.
작년 이맘때 쯤 비오는 날 그 옷을 입고 성체 조배실에 들렀다가 일어서면서 밟혀서 젖었던 레이스가 찢어졌습니다. 수선집에 가서 의논하였더니 동대문 시장에 가서 레이스를 사다가 수선을 하면 된다고 하였습니다.
여름철도 지났지만 이듬해에 입으려면 미리 수선을 해두자고 수선집 아주머니에게 동대문 시장에 가는 길에 레이스를 구입해 줄 것을 부탁하였습니다. 그러나 여의치가 않아서 제가 마침 그쪽 방면에 물품을 구매할 일이 있어서 동대문 시장에 들렀습니다.
곤색의 레이스가 없어서, 흰 레이스를 동대문시장의 염색집에 맡기어 염색을 하여 택배로 받아서 수선을 하였더니 제가 아끼는 외출복중에 하나로 손색이 없게 되었습니다.
오늘 성당에서 신부님 두 분의 영명축일 행사 때 저희 단체에서 축하예물 봉헌을 하게 되어 이 옷을 입고 나갔습니다. 그런데 한 자매님이 제 옷이 너무 아름답다고 하시기에 오래된 옷이고, 레이스가 찢어져서 수선한 옷이라고 말해주었습니다.
며칠전에 저는 제 십자가를 지기 싫어서 함께 봉사하는 분들에게 제 생각대로 되지 않는 것에 마음이 상해서, 불편함을 주었습니다.
자칫 찢어진 치마와 같이 인간관계가 어려워질뻔 하였는데, 함께 나눔을 하면서 제가 화가나는 이유를 이야기하고 어느정도 이해도 받으면서 저의 부족함도 받아들여지고 감싸안아지는 체험을 하게 되었습니다.
저의 좋지 않은 행동이었지만 바다처럼 모든 것을 품는 예수님의 사랑으로 마치 찢어진 레이스 치마를 수선한 것처럼 관계가 회복되었습니다. 하느님께서 왜 서로 용서하라고 하셨는지 그 마음을 알것도 같았습니다. 가족간에 이웃간에 말도 안되는 처신을 하는 것처럼 보이는 사람이 있다 하더라도 하느님의 사랑으로 품어야 함을 느꼈습니다. 그 사람은 마침내 다시 시작하는 기쁨으로, 희망으로 거듭나게 될것입니다. 그리고 그 품어주는 사랑에 보답하는 길은 내가 지기 싫은 십자가를 묵묵히 인내하며 짊어지는 수련을 끊임없이 해 나가는 것일 것입니다.
*2019년에 쓴 글로 강론말씀은 메모하였다가 정리한 것입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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