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성화(聖化)의 여정_이수철 프란치스코 신부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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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최원석 | 작성일2023-09-01 | 조회수404 | 추천수6 | 반대(0) 신고 |
성화(聖化)의 여정 -날마다 깨어 준비하며 제책임을 다하는 삶-
"성화되십시오!"
축복인사로 강론을 시작합니다. 바로 우리에 대한 하느님의 소망입니다. 9월 첫날 웬지 느낌이 좋습니다. 국내외 상황은 특히 국내 상황은 참 어둡고 실망스런 나날의 연장이지만 그래도 웬지 하느님은 잘 인도해주실 것이라는 낙관적 전망도 듭니다. 9월1일은 9월 순교자 성월 첫날이자 피조물 보호를 위한 기도의 날로 10월4일까지 창조시기이기도 합니다. 이 창조시기에는 “오 감미로워라”로 시작되는 프란치스코 성인의 태양의 찬가를 자주 불러보고 싶습니다.
곳곳에서 일어나는 기후 재앙의 결과들이 이제는 사랑의 이중 계명이 아니라 사랑의 삼중 계명을, 즉 하느님 사랑, 사람 사랑, 자연 사랑을 실천해야 할 절박한 시점에 와 있는 듯 합니다. 공동의 집인 지구가 기후 재난으로 병이 깊어지면 사람 역시 온전할 수 없습니다.
어제 8월31일부터 9월4일 까지 몽골을 향해 제43차 해외 사목 방문 여정에 오른 평화의 사도, 희망의 순례자 프란치스코 교황의 모습도 신선한 충격입니다. 이번 사목방문의 모토인 “함께 희망하기(Hoping Together)”란 멋진 말마디도 참 기분이 좋습니다. 궁극의 희망이신 하느님을 바라보며 함께 희망의 여정을 살아갈 때 저절로 일치에 깨어 있는 삶일 것입니다. 교황의 몽골 방문을 앞둔 국무장관 파로린 추기경의 “교황은 온세계를 위해 희망의 순례자로서 몽골을 방문하는 것이다” 인터뷰 기사도 좋았습니다.
9월은 순교자 성월에 10월은 묵주기도 성월, 11월은 위령 성월, 그대로 가을은 수확의 계절임과 동시에 기도의 계절임을 실감합니다. 날로 익어가면서 마음 푸근하게, 넉넉하게 하는 가을의 열매 향기가 봄의 꽃향기보다 더 좋습니다. 우리 인생 여정을 봄, 여름, 가을 겨울의 사계절로 압축할 때 인생사계중 어느 시점에 와 있겠는지 묵상하게 됩니다. 과연 여러분은 봄, 여름, 가을, 겨울 중 어느 시점에 와 있는지요? 인생 가을이라면 사랑의 열매들은 잘 익어가고 있는지요?
참 많이 강론시 강조했던 삶의 “여정”이란 말마디입니다. 오늘 제1독서에서 주님은 사도 바오로를 통해 당대의 테살로니카 교회 신도들만 아니라 시공을 초월하여 우리 모두를 향해 말씀하십니다. 오늘의 불륜등 난잡하고 문란한 성생활을 하는 자들은 참으로 귀기울여 들어야 말씀입니다.
“하느님의 뜻은 여러분이 거룩한 사람이 되는 것입니다. 곧 여러분이 불륜을 멀리하고, 저마다 자기 아내를 거룩하게 또 존중하는 마음으로 대할 줄 하는 것입니다. 하느님을 모르는 이교인들처럼 색욕으로 아내를 대해서는 안됩니다.”
정말 아내를 색욕의 대상으로 대하지 말고 인격으로 우애의 대상으로 대하라는 말씀인데 여성을 대하는 믿는 형제들의 마음도 이래야 할 것입니다. 참으로 건전한 성도덕에 깨끗한 성생활을 할 때 거룩한 삶입니다. 이어지는 결론같은 말씀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여러분을 더러움 속에서 살라고 부르신 것이 아니라, 거룩하게 살라고 부르셨습니다. 그러므로 이 사실을 무시하는 자는 사람이 아니라 성령을 주시는 하느님을 무시하는 것입니다.”
다시한번 성령의 인도 따라 깨끗한 성생활로 거룩한 삶을 강조하는 바오로 사도입니다. 독신의 수도자건 결혼한 평신도이건 성령의 인도하에 거룩한 삶은 모두의 본질적 성소입니다. 모두가 성화의 여정중에 살고 있습니다. 과연 날로 주님을 닮아 거룩해지는 성화의 여정인지요? 어떻게 성공적 성화 여정의 삶이겠는지요? 날로 주님을 닮아 거룩한 참나의 성인이 되는 것, 바로 이것이 우리 삶의 모두입니다. 바로 오늘 복음이 이에 대한 답을 줍니다.
유비무환입니다. 참으로 일편단심, 오매불망 오시는 주님을 기다리면서 깨어 준비하며 사는 것입니다. 늘 깨어 준비하며 살 때 저절로 성욕도 자제될 것이요 정결도 잘 지켜질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니 하루하루 날마다 주님을 기다리는 설렘으로 깨어 준비하며 사는 것입니다. 제자리 꽃자리에서 제책임을 다하며 제정신으로 제대로 살아가는 것, 바로 이것이 깨어 준비하며 사는 거룩한 삶, 하늘 나라의 삶입니다. 얼마전 나눈 자작시가 생각납니다.
“자리 찾지 않는다 자리 탓하지 않는다 야생화 청초한 달맞이꽃처럼 그 어디든 제자리에 뿌리내려 하늘사랑 활짝 꽃피어 내면 바로 거기가 꽃자리 하늘나라다 절망은 없다 하루하루가 축제인생이다”
이런 삶이라면 얼마나 멋진 삶이겠는지요! 바로 이의 모범이 오늘 복음의 슬기로운 다섯 처녀들입니다. 평소 하느님의 뜻에 따라 선하게 하루하루 깨어 준비하며 살다가 갑작스럽게 도래한 신랑이신 주님을 맞이한 슬기로운 다섯 처녀들입니다. 준비가 부족했던 어리석은 처녀들이 기름을 사러 간 사이에 신랑이 왔고, 준비하고 있던 슬기로운 처녀들은 신랑이신 주님과 함께 혼인 잔치에 들어갔고 문을 닫혔습니다.
어리석은 처녀들은 큰 착각을 했던 것입니다. 삶의 기름은 빌릴 수 있는 것이 아니니 하루하루 각자 주님의 뜻에 따라 선행의 삶을 통해 축적해 놨어야 했던 것입니다. 어리석은 처녀들의 애절한 부르짖음이 남의 일 같지 않습니다. 모든 것은 때가 있는 법, 이미 닫힌 문은 아무도 열 수 없습니다.
“주인님, 주인님, 문을 열어 주십시오.”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나는 너희를 알지 못한다.”
청천벽력의 말처럼 들렸을 것입니다. 자기뜻대로 살았던 짝사랑의 어리석은 처녀들이었던 것입니다. 주님과의 살아 있는 만남이, 친교가 참으로 빈약했던, 주님과 무관한 삶이었던 것입니다. 과연 나는 어느쪽에 속하는 지요? 주님이 언제 오실지 모르는 것처럼, 언제 죽음이 올지,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아무도 모릅니다.
“그러니 깨어 있어라. 너희가 그날과 그 시간을 모르기 때문이다.”
그날 그 시간은 오직 한 분, 하느님만이 아실 것입니다. 답은 단하나 우보천리(牛步千里),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의 자세로 하루하루 일일일생, 하루를 처음처럼, 마지막처럼 제 책임을 다하며 성화의 여정에 최선을 다하는 것입니다. 그러면 내일은 내일대로 잘 될 것이며 언젠가의 죽음도 반가이, 기쁘게 맞이할 수 있을 것입니다. 주님의 매일의 이 거룩한 미사은총이 우리 모두 깨어 준비하며 내 고유의 향기롭고 매력적인, 아름다운 명품(名品) 인생을 살게 하십니다. 아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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