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연중 제21주간 금요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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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박영희 | 작성일2023-09-01 | 조회수399 | 추천수3 | 반대(0) 신고 |
[연중 제21주간 금요일, 피조물 보호를 위한 기도의 날] 마태 25,1-“슬기로운 처녀들은 등과 함께 기름도 그릇에 담아 가지고 있었다.“
이스라엘에서는 혼인잔치가 벌어지면 온 동네가 말그대로 ‘야단법석’입니다. 잔치가 있기 며칠 전부터 밤에 환하게 횃불을 밝히고 춤과 노래로 흥겨움을 더합니다. 그러다 신랑이 먼저 자기 집에서 친구들과 잔치를 벌이고나서, 혼인하는 날 저녁에 신부의 집을 찾아가 결혼식을 치릅니다. 그런데 잔치라는게 끝나는 시간을 정해놓고 하는게 아니기에 신랑이 언제쯤 신부가 있는 곳에 도착할지는 알 수가 없습니다. 잔치가 길어지면 한밤 중에 도착하는 경우도 부지기수였지요. 그래서 신부 측 들러리들은 신랑측 일행을 맞이하기 위해 등을 들고 기다렸는데, 그 등은 대략 15분 정도 지나면 불이 꺼질 정도로 작은 것이었기에 추가적으로 넣어줄 기름을 미리 준비하는 것은 필수적인 일이었습니다.
오늘 복음 속 비유는 혼인잔치에 대한 이런 배경지식을 기본으로 합니다. 예수님은 메시아를 기다리는 이들의 모습을 신랑을 기다리는 신부측 들러리의 모습에 빗대어 설명하십니다. 신랑이 도착했다는 소식이 들리자, 열 처녀는 각자 미리 준비해둔 ‘등’을 챙깁니다. 여기서 ‘챙기다’라고 번역된 그리스어 동사 ‘코스메오’(κοσμεω)는 ‘심지를 자르다’라는 뜻으로, 다 타버린 심지 끝을 잘라서 등불에 그을음이 생기지 않고 잘 타오르도록 정돈하는 행동을 가리키지요. 불꽃이 활활 잘 타올라야 신랑이 오는 길을 환하게 비출 수 있기에 이런 외적인 준비는 아주 중요한 일입니다. 우리가 구원받기 위해 받는 세례성사와 신앙생활이 이런 외적인 준비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등불을 밝히기 위해서는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습니다. 바로 내적 준비입니다. 등잔 안에 기름이 얼마나 들어있는지를 확인하는 것입니다. 이것은 양심성찰과 회개에 해당합니다. 또한 추가적으로 등불을 유지하는데 쓰일 기름을 미리 충분히 준비해두어야 합니다. 이는 주님의 뜻과 가르침을 기회 있을 때마다 즉시, 최선을 다해 실천하는 우리의 꾸준하고 성실한 태도를 가리키는데, ‘어리석은 처녀’들이 놓친 부분이 바로 이것입니다. 신앙인이라면 주님의 뜻과 가르침에 비추어 자기 삶을 돌아보고, 잘못한 것이 있다면 즉시 회개하며, 사랑의 실천으로 보속하는 삶을 살아야 하는데, ‘설마 주님께서 지금 당장 오시겠어?’라는 안일한 마음으로 그런 부분들을 게을리하며 나중으로 미루다가, 예상치 못한 순간에 주님을 만나 전혀 준비되지 않은 불완전한 상태로 그분의 심판대 앞에 서게 되는 겁니다. 그 심판의 결과가 ‘천국’이 아니라는건 불을 보듯 뻔한 일이겠지요.
주님은 신앙생활이라는 형식 안에 회개와 사랑의 실천이라는 충실한 내용물이 가득 차 있기를 바라십니다. 그래야 신앙의 등불이 더 밝은 빛으로 끝까지 우리 앞을 비추어, 우리가 구원의 길을 걷는 동안 엉뚱한 길로 빠지지 않고 ‘하느님 나라’라는 목적지까지 무사히 도착하여 기쁨의 잔치에 참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 잔치에서 ‘들러리’로 전락하고 싶지 않다면, 당당한 ‘주인공’으로 주님과 함께 기쁨을 누리고 싶다면 내 신앙의 등불에 기름을 항상 충분히 채워둬야겠습니다.
* 함 승수 신부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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