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 아버지답게 산다는 건 / 따뜻한 하루[188]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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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박윤식 | 작성일2023-09-03 | 조회수373 | 추천수1 | 반대(0) 신고 |
오래전 강원도에서 군 복무를 할 때 아버지가 면회를 오셨습니다. 면회실로 오라는 호출에 서둘러 정돈된 전투복과 군화를 꺼내놓고는 급한 마음에 얼음 같은 찬물로 몸을 닦고 위병소로 곧장 달려갔습니다. 그날은 눈까지 많이 내렸는데 아버지는 하늘을 가릴 곳 없는 그곳 벌판에서, 집에서 준비한 음식이 담겨있는 보자기를 품에 안고 눈을 맞으며 서 계셨습니다. 아버지는 베트남 참전 때 부상으로 한쪽 다리가 불편하시지만 매우 호탕하셨습니다. 이렇게 추운 날씨에 한참을 기다렸을 아버지를 생각하니 순간 눈물이 앞을 가렸습니다. 숨을 헐떡이는 저를 본 아버지는 환한 미소를 지으셨습니다. 소대장님의 배려 덕분에 그날 특별하게 외박이 허락되었습니다. 그 밤 아버지는 저를 처음 성인으로 인정해 주시는 것 같았습니다. 허름한 여관방에서 아버지와 단둘이 하룻밤을 보내면서, 처음으로 아버지가 따라주는 술잔을 마주할 수 있었습니다. "지금 이 고생이 앞으로의 네 인생에 있어 꼭 필요한 과정임을 알고 다소 힘들더라도 아무 탈 없이 열심히 군 복무를 마쳐야만 한다." 내 가슴에 따뜻한 이불을 덮어 주시던 아버지의 모습이 이제는 소중한 추억이 되었습니다. 지금은 내 곁에 안 계시지만 아직도 아버지의 생전 모습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때 강원도 최전방에서의 아버지 말씀대로 오늘도 열심히 살아가고 있습니다. 아버지의 사랑은 마치 시골집 아궁이의 불씨 같습니다. 숯불과 잿불 속에 가려져 있어 그리 잘 드러나지 않지만, 쉽게 꺼지지 않고 오랫동안 뜨겁게 아궁이를 달구어줍니다. 그 불씨 비록 작게 보일랑 말랑해도 언제라도 커다란 장작을 어느 순간 활활 태울 수 있는, 뜨거운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어느덧 결혼하고 부모가 되고 나니 아버지가 곁에 없다는 것을 뒤늦게 알게 됩니다. 좀 더 일찍 숯불과 잿불 속에 가려져 있는 그 마음 헤아리지 못한 게 죄송할 뿐입니다. 누군가가 가정의 가장인 ‘아버지’의 든든함에 대해 말합니다. “아버지가 되기는 쉽지만, 그러나 아버지답기는 어려운 일이다.” 그렇습니다.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가 생각납니다. 하늘에 계신 ‘혈육의 아버지’가 그립습니다.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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