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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연중 제22주간 수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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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23-09-05 조회수712 추천수4 반대(0)

1998년 여름입니다. 보좌신부에게 여름 행사는 연중 가장 큰 행사입니다. 초등부, 중고등부, 청년 여름 캠프는 준비만 6개월 이상 걸리는 행사입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장소입니다. 거리는 2시간 내외이면 좋습니다. 다음은 시설입니다. 숙소는 깨끗한지, 수영장은 안전한지, 음식은 적당한지를 살피게 됩니다. 답사를 3번 정도 가면서 꼼꼼하게 프로그램을 챙깁니다. 당시만 해도 아직 학생들이 많을 때이고, 교사들도 열정이 많았습니다. 공고를 내면 학생들은 신청하였고, 사목회를 비롯해서 어른들은 물심양면으로 도움을 주었습니다. 트럭에 물품을 가득 실고 캠프장으로 떠나려 할 때입니다. 비가 오고 있었고, 태풍 소식도 있었습니다. 늘 그렇듯이 비가 올 때를 대비한 프로그램도 있고, 캠프장은 높은 지대에 있어서 비가 온다고 해도 안전하다고 판단했습니다. 본당 신부님이 저를 불렀습니다. 비가 이렇게 오는데 꼭 가야 하는지, 캠프장은 안전한지 물었습니다. 저는 신부님께 캠프장은 안전하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안전하게 잘 다녀오겠다고 하였습니다. 본당 신부님은 걱정하는 눈빛으로 저를 보셨지만 잘 다녀오라고 허락하였습니다. 저를 믿고 여름 캠프가 잘 진행될 수 있도록 허락해주신 신부님께 지금도 감사드립니다. 학생들과 교사들에게 내리는 비는 결코 장애가 되지 않았습니다. 내리는 비도 한 여름밤의 추억이 되었습니다.

 

뉴욕에 살면서도 한국의 뉴스를 보곤 합니다. 한 군인의 기자회견을 보았습니다. 실종자 수색작업 중에 해병대 병사가 사망하는 사고가 있었습니다. 대통령께서는 엄정하게 수사하라는 지시를 내렸습니다. 수사단장은 해병대 병사의 영정 앞에 철저한 수사를 다짐했다고 합니다. 군에서 발생한 사망사고는 군에서 조사를 하지만 수사는 경찰이 하도록 법이 개정되었다고 합니다. 군 자체만의 수사는 때로 은폐와 조작 그리고 축소가 있었고, 이로 인해 억울한 죽음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수사단장은 적법한 절차에 따라서 보고서를 작성했고, 결재를 받아서 경찰에 서류를 인계하였다고 합니다. 여기서 문제가 종결되었으면 아무런 문제가 없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수사단장은 인계하는 과정에서 외압을 받았다고 주장하였습니다. 철저하고, 엄정하게 수사했던 수사단장은 항명죄가 적용되어서 보직 해임되었고, 오히려 군 검찰에 의해서 수사를 받게 되었습니다. 수사단장은 기자회견에서 군 검찰을 믿을 수 없다고 하면서 제3의 기관에서 수사를 받게 해 달라고 군 최고 통수권자인 대통령에게 청원하였습니다. 만일 수사단장이 상부의 의견을 들어서 수사기록을 수정했다면, 경찰에 인계하지 않았다면 수사단장에게는 보직해임이라는 불이익은 없었을 것입니다. 군 검찰에 항명이라는 죄명으로 수사를 받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수사단장은 왜 상부의 의견을 따르지 않았을까요? 그것은 이제부터 시작되는 수사에 의해서 밝혀질 것입니다. 억울한 죽음이 없도록, 억울한 군인이 없도록 공정한 수사가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

 

저는 이번 뉴스를 보면서 문득 베드로 사도의 이야기가 떠올랐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당신이 반드시 예루살렘에 가시어 원로들과 수석 사제들과 율법 학자들에게 많은 고난을 받고 죽임을 당하셨다가 사흗날에 되살아나셔야 한다.” 그때 베드로 사도는 이렇게 말하였습니다. “맙소사, 주님! 그런 일은 주님께 결코 일어나지 않을 것입니다.” 주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사탄아 물러가라! 너는 하느님의 일은 생각하지 않고, 사람의 일만 생각한다.” 비록 사람의 일이라고 하지만 베드로 사도는 그 결과를 충분히 알고 있었습니다. 예수님께서 십자가에서 죽는다면 구심점을 잃어버린 제자들은 모두 뿔뿔이 흩어질 것입니다. 제자들 또한 박해의 사슬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입니다. 베드로라는 반석위에 세운 교회도 사라질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주님 그런 일이 있어서는 안 됩니다.’라고 말했을 것입니다. 저는 수사단장도 충분히 결과를 예상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군이라는 거대한 조직에 맞서는 것은 감당하기 힘든 고난이 시작된다는 것을 알았을 것입니다. 군을 명예롭지 않게 떠나야 할 것도 알았을 것입니다. 항명이라는 죄가 확정되면 감옥에서 지내야 하는 것도 알았을 것입니다. 십자가 위에 홀로 있었던 예수님처럼 인간관계도 단절되고 고독하게 지내야 하는 것도 알았을 것입니다. 가족들에게도 큰 시련이 닥칠 것 또한 알았을 것입니다. 그래서 많은 군인들이 사람의 일을 선택했으리라 생각합니다. 저에게 그런 상황이 벌어진다면 저 역시도 사람의 일을 선택했을 것 같습니다.

 

교회의 역사는 사람의 일을 선택한 사람들도 있었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러나 교회가 2000년 역사를 이어올 수 있었던 것은 박해가 있을지라도, 시련과 고통이 있을지라도, 억울한 죽음을 당했을지라도 하느님의 일을 선택한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오늘 바오로 사도는 하느님의 일을 선택한 사람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여러분은 하느님의 그 은총을 우리가 사랑하는 동료 종 에파프라스에게 배웠습니다. 그는 여러분을 위하여 일하는 그리스도의 충실한 일꾼이며, 성령 안에서 이루어지는 여러분의 사랑을 우리에게 알려 준 사람입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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