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연중 제22주간 목요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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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조재형 | 작성일2023-09-06 | 조회수829 | 추천수9 | 반대(0) |
저는 1982년에 신학교에 입학하였습니다. 당시 입학생 대부분은 저처럼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신학교로 들어왔습니다. 그런데 몇몇 분들은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생활을 하다가, 군대도 마친 후에 신학교에 입학하였습니다. 한두 살 차이가 나면 ‘형’이라고 부르지만 대부분 저보다 7살은 많았고, 그 중에 제일 나이가 많은 분은 저보다 15살이 많았습니다. 우리는 ‘형님’이라고 불렀습니다. 제일 나이가 많은 형님은 1948년생이었고, 그 다음은 1952년생이었습니다. 그분들의 직업도 다양했었습니다. 어떤 형님은 학원 강사를 하였고, 어떤 형님은 보험회사를 다녔고, 어떤 형님은 장교였고, 어떤 형님은 시장에서 장사를 하였습니다. 가수 백지영의 ‘총 맞은 것처럼’이라는 노래처럼 형님들은 예수님을 따라서 세상의 것들을 모두 버리고 신학교로 왔습니다. 반듯한 직장을 포기하고 신학교에 들어온 형님, 모든 사람이 알아주는 대학교를 졸업했지만 기꺼이 신학교에 들어온 형님들을 보니 신학교에는 분명 세상의 것들보다 더 좋은 것이 있는 것 같았습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막 신학교에 들어온 저와는 생각의 폭과 깊이가 많이 달랐습니다. 그 형님들과 군대에 갈 때까지 4년을 함께 지냈습니다. 군대 갈 때는 형님들이 조촐한 파티를 열어주었습니다. 저는 마지못해서 하는 일들을 형님들은 기쁘게 하였습니다. 성소주일이나 축제를 마치면 청소할 것들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습니다. 저는 일의 요령도 잘 모르고, 힘들어 하는데 형님들은 군대를 다녀와서인지 삽질을 잘하였고, 기쁜 마음으로 청소하였습니다. 저는 기도할 때면 졸리기도 하고, 집중이 잘 안되었습니다. 외출하고 한 잔 한날은 몸은 성당에 앉아 있지만 마음은 세상의 것들에 있었습니다. 형님들은 기도 시간이 행복해 보였습니다. 가장 나이가 많았던 형님은 더운 여름날에도 흐트러짐이 없었습니다. 세상의 어려움을 이기는 길은 오직 기도밖에 없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수업시간에도 그랬습니다. 저는 다른 책을 읽은 적도 있고, 늦게 들어간 적도 있었습니다. 형님들은 나이가 많아서 배움에 어려움이 있다면서 구도자의 자세로 수업을 들었습니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장학금은 수녀님과 형님이 받았습니다. 예수님께서는 “하느님 나라는 밭에 묻혀있는 보물과 같다. 농부가 밭에 묻혀있는 보물을 발견하면 모든 것을 팔아서 밭을 산다.”고 하셨습니다. 형님들은 신학교라는 밭에 묻혀있는 보물을 발견하였고 모든 것을 버리고 신학교로 들어왔으니 그 기쁨이 충만했으리라 생각합니다. 초대 교회의 사도들을 보면 어린 나이에 예수님의 제자가 된 사람들은 거의 없었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나온 첫 번째 제자들은 어부였습니다. 베드로는 장모가 있었으니 결혼도 했었습니다. 바오로는 유대교의 정통파 바리사이였습니다. 당대의 스승인 가말리엘에게서 배웠습니다. 그런 베드로와 바오로도 총 맞은 것처럼 예수님께 사로잡혀서 사도가 되었습니다. 초대교회의 교부였던 아우구스티노 성인은 마니교를 신봉했었습니다. 방탕한 생활도 했었습니다. 예수님의 오상을 받았던 프란치스코 성인도 방황하던 때가 있었습니다. 이분들도 예수님께 사로잡혀서 사람 낚는 어부가 되었습니다. 하느님의 부르심은 나이와 상관이 없습니다. 하느님의 부르심은 직업과도 상관이 없습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신학교에 들어갔던 많은 동기들도 이제는 서품 32년이 되었고, 한 알의 밀알이 되어서 열심히 살고 있습니다. 예수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더 많은 빚을 탕감 받은 사람이 적은 빚을 탕감 받은 사람보다 더 많이 감사할 것이다.” 저 역시도 많은 빚을 탕감 받았으니 감사할 뿐입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세월의 무게가 쌓이면서 조금씩 알 것 같습니다. 우리는 하느님의 부르심에 ‘예’라고 응답하면 됩니다. 다른 것들은 하느님께서 하느님의 방법으로 채워 주심을 믿습니다. “두려워하지 마라. 이제부터 너는 사람을 낚을 것이다. 그들은 배를 저어다 뭍에 대어 놓은 다음, 모든 것을 버리고 예수님을 따랐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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