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하느님은 모든 곳에 계실 수가 없어 어머니를 만드셨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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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김중애 | 작성일2023-09-09 | 조회수529 | 추천수2 | 반대(0) 신고 |
하느님은 모든 곳에 계실 수가 없어 어머니를 만드셨다. 마지막 열기를 식히려는 듯 여우비가 지나간 하늘에 무지개가 떴습니다. 더위에 숨죽였던 파초 잎들이 생기를 찾고 무지개를 바라보는 탄성들이 희망의 전조랄까, 내일에 대한 기대랄까 표현할 길 없는 감정들로 들뜹니다. 행복이 별 것인지요. 이런 기쁨의 짧은 순간이지요. 행복이 짧은 순간이 아니고, 긴 시간 계속된다면 무미건조함이 될 것입니다. 모두가 탄성을 지르는 무지개의 아름다움. 그런데 내 시선은 슬픕니다. 보육원 문설주에 기대선 아이의 눈빛 때문에 가슴이 저립니다. 저 아이를 안고 목놓아 울고 싶습니다. 러시아 시인 푸슈킨은 그의 시에서 말합니다.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하지 말라." 모든 것은 순간에 지나가고, 지나간 것은 훗날 소중하게 되리라.” 푸슈킨의 말처럼 오늘의 노고와 고달픔이 내일 우리에게 소중한 추억이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보육원 문설주에 기대어 울고 있는 저 아이에게 어머니를 기다리며 밤을 새운 이곳이 꿈에도 그리운 고향일 수 있겠는지요. 어찌 저 아이에게만 오늘이 소중하겠습니까? 우리 모두에게 오늘은 소중합니다. 오늘이 없는 내일은 있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내일이란 또 다른 이름의 오늘일 뿐입니다. 목마른 이가 원하는 한 잔의 물, 그것은 오늘 이 순간 필요합니다. 그는 내일까지 목마른 채 그 자리에 서 있지는 않을 것입니다. 울고 있는 저 아이의 눈물을 씻어줄 어머니, 저 아이에게 어머니는 오늘 이 순간 필요합니다. 내일까지 저 자리에 서서 울고 있지는 않을 것입니다. (생략) 꽃이 꽃을 만나면 꽃동산이 됩니다. 수줍게 핀 한 송이 꽃도 아름답지만 무리로 피어 있는 한라산의 철쭉과 한강변의 유채꽃은 얼마나 아름다운지요. 그 아름다움이 가족의 아름다움입니다. 구름이 구름을 만나면 비가 됩니다. 한여름 열기를 식히는 소나기도 상쾌하지만 언 땅을 녹이고 새싹을 돋게 하는 봄비를 우리는 기다리고 또 기다립니다. 봄비 같은 포근함 그것이 가족이라는 이름의 울타리입니다. 눈만 뜨면 귀만 열면 우리는 사랑의 홍수에 빠집니다. 라면 봉지에, 음료수 캔에, 햄버거 광고에까지 매혹적인 사랑의 문구들이 흘러넘칩니다. 그러나 오늘 우리가 그리워하는 것은 보육원 아이를 다시 찾아오는 절망한 남편을 일으켜 세우는 쓰러지고 쓰러져도 풀잎처럼 일어서는 여리면서도 강인한 어머니의 사랑입니다. 손등으로 아이의 눈물을 씻어주는 옷섶으로 아이의 상처를 싸매 주는 한없이 따뜻한 어머니의 가슴입니다. 너무 통속적이라 해도 말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어머니는 가족의 대명사다.” 그렇게 아름답고 강인한 것이 어머니의 사랑이기에 보육원에서 어머니를 기다리는 아이를 바라보며 유대인의 격언이 떠올라 저 아이보다 내가 더 서러워집니다. “하느님은 모든 곳에 계실 수가 없어 어머니를 만드셨다.” -수필집 <행복한 자기사랑> 중에서-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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