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연중 제23주간 월요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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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박영희 | 작성일2023-09-11 | 조회수354 | 추천수4 | 반대(0) 신고 |
[연중 제23주간 월요일] 루카 6,6-11
“안식일에 좋은 일을 하는 것이 합당하냐? 남을 해치는 일을 하는 것이 합당하냐? 목숨을 구하는 것이 합당하냐? 죽이는 것이 합당하냐?”
처한 위치에 따라 반드시 지켜야 할 도리나 규범을 ‘명분’이라고 합니다. 한편 어떤 일을 하면서 실질적으로 얻을 수 있는 이익을 ‘실리’라고 하지요. 살다보면 명분과 실리 사이에서 갈등하게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어떤 판단을 할 때 명분을 따르자니 실리를 취하기가 어렵고, 실리를 취하자니 명분 자체를 잃게 되는 딜레마에 빠지게 되는 겁니다. 명분과 실리를 모두 얻을 수 있다면 금상첨화겠지만, 그렇게 하기란 참으로 어렵기 때문이지요. 그렇기에 우리는 상황에 따라 무엇이 더 중요한지를 올바르게 식별하는 현명한 선택을 해야 합니다. 무조건 한쪽만 옳다고 여기며 대책없이 쫓다가는 모든걸 잃게 될 수도 있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우리는 명분과 실리가 충돌하는 상황을 마주하게 됩니다. ‘안식일에는 일을 하면 안된다’는 율법을 지켜야 한다는게 율법학자들과 바리사이들이 내세우는 명분입니다. 하느님께서도 안식일에는 쉬셨으니 자신들도 안식일에는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쉬어야 그분 뜻에 합당하다는 겁니다. 한편, 안식일이라고 할 지라도 사람의 생명을 살리는 좋은 일은 해야한다는게 예수님의 입장입니다. 그 일을 통해 인간의 참된 행복을 바라시는 하느님의 선한 뜻이 실현된다면 그건 공동체 모두에게 이익이 된다는 겁니다. 그런 입장을 바탕으로 손이 오그라든 사람을 치유해 주셨습니다. 그런데 그것이 율법학자와 바리사이들에게는 안식일 규정을 정면으로 거스르는 ‘도발’로 여겨져 불쾌하게 여겼지요. 그런 그들의 속 마음을 아신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물으십니다.
“안식일에 좋은 일을 하는 것이 합당하냐? 남을 해치는 일을 하는 것이 합당하냐? 목숨을 구하는 것이 합당하냐? 죽이는 것이 합당하냐?”
그들이 그토록 중요하게 생각하는 ‘명분’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만드는 말씀입니다. 우리가 진정으로 추구해야 할 방향은 하느님의 뜻인 사랑과 자비를 적극적으로 실천하는 것이지, 율법을 어기지 않는 게 아니라는 것입니다. 율법을 어기지 않는다면 그저 죄를 짓지 않게 될 뿐이지만 그렇다고 하느님의 뜻이 실현되지는 않지요. 안식일에 경제 행위나 노동을 하지 말라고 하는 이유는 그것들을 하지 않는 것 자체가 절대적 의미를 지녀서가 아니라, 일주일에 하루 만이라도 우리가 일상적으로 하는 일들 대신 해야 할 더 중요하고 좋은 일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하느님을 찾는 일이고, 그분 마음을 헤아리는 일이며, 그분 뜻을 실천하는 일이지요. 그것이 하느님의 자녀인 우리가 지켜야 할 마땅한 도리입니다. 즉 우리는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 말고 달 자체를, 하느님 뜻이 아닌 것들을 걸러내는 율법 말고 하느님의 뜻 자체를 바라봐야 하는 겁니다.
그러니 우리는 예수님의 말씀대로 하느님을 향해 손을 뻗어야 합니다. 그분께 닿기를 바라는 간절한 바람으로 하느님께 손을 뻗으면 그분께서 우리 손을 잡아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어 주십니다. 하느님께 손을 뻗는다는 것은 하느님 뜻에 합당한 옳은 일을 실천하겠다는 의지를 표현하는 것입니다. 세상의 제도나 규칙에 얽매이지 않고 이것이 진정 그 사람을 위한 일인지를 사랑과 자비의 관점에서 판단하겠다는 다짐을 드러내는 것입니다. 각자가 그런 의지와 다짐을 실천함으로써 하느님의 선한 뜻이 나를 통해 우리 모두에게 전해질 겁니다.
* 함 승수 신부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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