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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연중 제23주간 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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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박영희 쪽지 캡슐 작성일2023-09-12 조회수274 추천수2 반대(0) 신고

[연중 제23주간 화요일] 루카 6,12-19 

 

 “예수님께서는 기도하시려고 산으로 나가시어, 밤을 새우며 하느님께 기도하셨다. 그리고 날이 새자 제자들을 부르시어 그들 가운데에서 열둘을 뽑으셨다.“

 

 

오늘 복음은 예수님께서 당신을 따르던 수많은 제자들 중 열 두 사람을 특별히 뽑으시어 온 세상에 복음을 전할 ‘사도’라는 특별한 소명을 맡기시는 장면입니다. 그런데 그들에게 맡겨진 소명의 막중함에 비해, 사도들 각자가 지닌 능력과 조건은 참으로 보잘 것 없어 보입니다. 예수 그리스도를 대신하여 사람들에게 그분 뜻을 전할 사절(使節)로, 교회 공동체를 대표하는 ‘얼굴’로 뽑으신 이들이 평생 고기만 잡아온 어부들, 율법을 공부하는 학생, 동족들에게 반역 죄인 취급을 받던 세리, 민족의 독립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폭력과 살인까지 마다하지 않던 무장 단체의 일원이라니 참으로 기가 막힐 노릇입니다. 심지어 뽑힌 이들 중에 나중에 스승님의 뒤통수를 칠 배반의 씨앗까지 있다고 하니 예수님의 선택이 뭔가 잘못되어도 한참 잘못된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마저 듭니다.

 

하지만 ‘하느님의 일’을 함에 있어 ‘누구’를 뽑았는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어차피 인간은 부족하고 약하며 쉽게 흔들리는 불완전한 존재이이기에, 전능하신 하느님께서 그런 부족함과 약함에도 불구하고 심지어 그런 부정적인 점들까지 활용하여 당신의 뜻을 이루실 것이기에 그렇습니다. 중요한건 ‘누가’ 그들을 뽑았는가입니다. 바로 그것이 뽑힌 이들의 정체성과 사명을 결정짓습니다. 누구의 부름에 응답했는가에 따라 응답한 이들의 삶이 바뀌기 때문입니다. 바로 예수님께서, 세상을 구원할 하느님의 아드님께서 그들을 뽑으셨습니다. 밤을 새워 기도하시며 아버지의 뜻을 물으시고 그분 뜻에 따라 뽑으셨습니다. 그러니 사도들은 하느님께서 당신 손으로 직접 뽑으신 이들입니다. 사도가 될만큼 대단한 능력과 자질을 갖추어서 뽑으신게 아니라, 하느님께서 뽑으셨기에, 그분께서 맡기고자 하시는 직무에 필요한 능력과 지혜까지 주실 것이기에 그들은 분명 사도다워질 겁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가지 해결되지 않는 의문이 있습니다. 나중에 당신 등에 칼을 꽂을 것을 뻔히 아시면서, 배신자가 될 유다 이스카리옷은 왜 뽑으셨는가 하는 점입니다. 하지만 유다가 배신자가 된 것은 그렇게 되리라고 정해진 운명 때문이 아닙니다. 주님께서는 아버지의 뜻에 부합하는 선에서 최선의 선택을 하셨습니다. 적어도 선택하시는 그 순간에, 유다 이스카리옷은 주님께서 당신 일을 맡기시기에 가장 좋은 사람이었다는 뜻입니다. 그렇다면 주님의 선택이 잘못된게 아니지요. 그분께 부르심을 받았음에도 그 부르심에 합당하게 살지 못하고 세속적인 욕망에 사로잡혀 이리저리 휘둘린 유다의 탓입니다. 스승님께서 분명 잘못을 바로잡을 기회를 주셨음에도 그분의 사랑과 자비를 저버리고 고집스럽게 잘못된 길을 계속 걸은 유다의 탓입니다. 뒤늦게나마 자기 잘못을 뉘우치고 주님 품으로 돌아갔다면, 유다는 ‘배신자’가 아닌 한 사람의 ‘사도’로 모두에게 기억되었을 겁니다.

 

그렇다면 지금 나는 어떤 모습으로 살고 있습니까? 나를 구원으로 불러주신 주님께 감사하며 주님의 뜻을 충실히 실천하여, 그분의 선택이 ‘최선’이었음을 삶으로 증명하고 있습니까? 아니면 욕망과 집착에 휘둘리는 잘못된 선택들로 나를 뽑아주신 주님을 부끄럽고 슬프게 만들고 있습니까? 

 

* 함 승수 신부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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