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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연중 제23주간 토요일, 성 고르넬리오 교황과 성 치프리아노 주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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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박영희 쪽지 캡슐 작성일2023-09-16 조회수200 추천수4 반대(0) 신고

[연중 제23주간 토요일, 성 고르넬리오 교황과 성 치프리아노 주교 순교자 기념] 루카 6,43-49

 

 “너희는 어찌하여 나를 ‘주님, 주님!’ 하고 부르면서, 내가 말하는 것은 실행하지 않느냐?“

 

 

 

보통 상대방이 어떤 사람인지를 판단할 때 가장 먼저 고려하는게 그 사람이 하는 ‘말’입니다. 어떤 태도로, 어떤 단어들을 사용해서, 어떤 뉘앙스와 화법으로 말하는지를 보는 것입니다. 그것들을 통해 일차적으로 그가 어떤 사람인지를 판단하게 됩니다. 그래서 좋은 목소리와 친절한 말투를 지닌 사람은 기본적으로 많은 이들로부터 좋은 인상으로 기억됩니다. 반면 어눌한 목소리와 까칠한 말투를 지닌 사람은 섣불리 다가가지 못하고 슬슬 피하는 경우가 많지요.

 

하지만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상대방이 하는 ‘말’만 가지고 그를 섣불리 판단해서는 안된다는걸 우리에게 알려주십니다. 그가 하는 말에서 그가 어떤 마음을 지녔는지가 드러나는게 아니라, 그가 품고 있는 속마음이 말이 되어 나온다는 겁니다. 그리고 그 말이 자연스레 행동으로 이어지게 된다는 것이지요. 이 단순하지만 명확한 진리를 ‘좋은 나무는 나쁜 열매를 맺지 않고, 나쁜 나무는 좋은 열매를 맺지 않는다’는 말씀으로 표현하십니다. 마음은 아무리 조심하고 다잡아도 여러 변수와 다양한 상황 속에서 이리저리 흔들리기 마련입니다. 그러다보면 내 마음 속에 꾹꾹 눌러 담아둔 여러 감정과 생각들이 밖으로 쏟아져 나오게 되지요. 그러니 낭패를 보고 싶지 않다면, 창피를 당하고 싶지 않다면 마음 속에 온갖 추잡하고 더러운 것들을 담아두고 겉으로만 안그런척 위선을 떠는데에 에너지를 쓸 게 아니라, 태교를 하는 산모의 심정으로 나를 위해, 내 영혼의 건강과 구원을 위해 정말 좋은 것들을 잘 식별하여 담아야 합니다.

 

그런데 마음 속에 아무리 좋은 것들을 담고 있어도 그것이 말로만 그친다면, 행동과 삶으로 드러나지 않는다면 그 좋은 것들을 제대로 누리지 못합니다. 공허한 메아리처럼 잠시 울리다가 흩어져 사라져버릴 뿐이지요. 그래서 예수님은 ‘열매’ 곧 적극적 실천을 통해 내 마음 속에 있는 좋은 것들이 그 좋은 결실을 맺도록 해야 함을 강조하십니다. “좋은 나무는 나쁜 열매를 맺지 않는다.” 이는 좋은 나무는 나쁜 열매를 절대 맺을 수 없다는 식의 운명론이나 결정론이 아닙니다. 스스로가 좋은 나무라고 생각한다면, 내가 품고 있는 좋은 것들이 공허하게 흩어지지 않고 내 삶 속에 오래 머무르며 기쁨과 행복을 안겨주기를 바란다면 반드시 좋은 열매를 맺어야 함을, 내 마음 속에 있는 좋은 생각들을 그에 걸맞는 실천으로 내 삶에 꼭 묶어두어야 함을 강조하시는 겁니다.

 

그러면서 제자들에게 “너희는 어찌하여 나를 ‘주님, 주님!’ 하고 부르면서, 내가 말하는 것은 실행하지 않느냐?”하고 꾸짖으십니다. 그 꾸짖음이 남 얘기 같지 않아서, 나를 콕 집어 하시는 말씀 같아서 마음 한 구석이 심하게 찔려옵니다. 예수 그리스도께서 내 삶을 주관하시는 주님이라고 기도할 때마다, 미사 때마다 말로는 열심히 외치면서, 정작 삶으로는 그분 뜻에 순명하며 따르기보다 내 뜻과 고집을, 내 욕심과 취향을 따를 때가 더 많기 때문입니다. 말로는 ‘하느님을 사랑한다’고 외치면서, 정작 그 사랑을 구체적인 이웃사랑으로 실천하는데에는 소극적이기 때문입니다. 사랑은 행동으로 드러나야 그 참된 힘이 드러나는 법이지요. 그러니 사랑이 지닌 좋은 효능을 온전히 누리고 싶다면 더 늦기 전에 입으로만 하는 사랑에서 벗어나야겠습니다. 내 마음 속에 담긴 사랑이 손끝, 발끝을 거쳐 이웃에게까지 다다르도록 최선을 다해 노력해야겠습니다. 

 

* 함 승수 신부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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