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연중 제24주간 금요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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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박영희 | 작성일2023-09-22 | 조회수303 | 추천수3 | 반대(0) 신고 |
[연중 제24주간 금요일] 루카 8,1-3
“그들은 자기들의 재산으로 예수님의 일행에게 시중을 들었다.”
어떤 농부가 기르는 암소가 쌍둥이, 즉 한 번에 두 마리의 송아지를 낳았습니다. 보통의 경우 잘 일어나지 않는 특별한 일이었기에 농부는 너무나 기뻐했지요. 독실한 천주교인이었던 그는 하느님께서 많은 은총을 베풀어 주셨기에 그런 놀라운 일이 일어난 거라고 생각하여 송아지 두 마리 중 한 마리는 하느님께 봉헌하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그런데 어떤 소를 하느님께 봉헌해야 할지를 결정하기가 어려웠습니다. 두 마리의 송아지가 겉모습이나 하는 행동, 성향까지 똑같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아내에게 의견을 물었습니다.
“여보, 두 마리 중 어느 것을 ‘하느님의 소’로 하고, 어느 것을 ‘우리 소’로 하지?”
그 말을 들은 아내도 결정을 내리기 어려운 것은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래서 다음 날 아침에 일어났을 때 먼저 눈길이 가는 소를 ‘하느님의 소’로 결정해서 봉헌하자고 했습니다. 이튿날 아침 해가 뜨자마자 농부가 마당으로 나가보니 송아지 한 마리가 기운이 넘치는지 이리저리로 뛰어다니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나머지 한 마리가 보이지 않아서 찾아보니 간밤에 맹수의 공격을 받았는지 집 뒷뜰에 피를 흘리며 죽어 있었습니다. 그 모습을 본 농부는 어두운 표정으로 한참을 고민하더니 아내에게 이렇게 말했답니다.
“여보, 이 일을 어쩌면 좋지? 글쎄 ‘하느님의 소’가 죽고 말았구먼.”
이 농부의 모습은 신앙생활을 하는 우리 그리스도인의 모습과 닮아 있습니다. 우리는 하느님께서 은총을 베풀어 주시지 않았으면 지금 내가 누리는 온갖 좋은 것들을 누리지 못했으리라는 것을 아주 잘 알고 있지요. 그래서 그런 하느님의 크신 은혜에 감사드리며 나 역시 하느님을 위해, 이웃을 위해 내가 가진 것중 일부를 봉헌하겠다고 다짐합니다. 그러나 막상 내가 가진 것을 나누어야 하는 순간이 오면 ‘지금은 여유가 없으니 나중에 봉헌하겠다’고 슬며시 나중으로 미루거나, 자신이 가진 것 중에 별로 필요 없는 것, 그렇게 소중하지 않은 것을 마지못해 내놓는 것입니다.
그렇게 이해득실을 따지는 모습, 하느님의 몫보다 내 몫을 먼저 챙기는 모습으로 살면 지금 당장 내가 가진 것들을 지킬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내가 두 손 가득 움켜쥐고 내려놓지 않는 그것들 때문에 하느님께서 더 좋은 것, 더 가치있고 소중한 것을 주셔도 그것들을 받지 못하게 됩니다. 욕심과 집착 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발만 동동구르며 안타까워하게 되는 것이지요. 그런 어리석은 모습과 비교해볼 때 오늘 복음에 나오는 ‘여인들’의 모습은 상대적으로 더 지혜롭고 현명해보입니다. 예수님의 ‘제자’로 뽑혔으면서도 ‘주님을 통해 무엇을 얻을 수 있을까’에만 관심을 가지던 ‘남자’들과는 달리, 묵묵하게 예수님 뒤를 따르며 그분의 일을 돕던 여인들은 ‘내가 주님을 위해 무엇을 해 드릴 수 있을까’를 먼저 생각했기에 자신들이 가진 얼마 안되는 재산들마저 아낌없이 그분께 내어드릴 수 있었습니다.
세속적인 가치관으로만 따져본다면 이 여인들이 손해를 본 것처럼 비쳐질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녀들은 자신들이 내놓은 것보다 훨씬 더 크고 소중하며 중요한 것을 얻었습니다. 그 누구보다 빨리, 그리고 그 누구보다 가까운 곳에서 부활하신 주님을 만나는 기쁨을 누렸을 뿐만 아니라, 자신들의 이름이 하느님의 구원역사에 기록되어 후세 사람들에게 길이길이 칭송받으며 하느님 나라에서 참된 행복과 영원한 생명을 누리게 된 것입니다. ‘하느님을 통해서 무엇을 얻을 수 있을까’만 생각하는 사람은 무엇을 얻어도 만족하지 못하기에 늘 불행합니다. 그러나 ‘내가 하느님을 위해 무엇을 해 드릴 수 있을까’를 먼저 생각하는 사람은 자신에게 주어지는 모든 것들에 감사할 줄 알기에 언제나 행복하게 살 수 있습니다.
* 함 승수 신부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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