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연중 제24주간 토요일, 피에트렐치나의 성 비오 사제 기념]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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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박영희 | 작성일2023-09-23 | 조회수476 | 추천수4 | 반대(0) 신고 |
[연중 제24주간 토요일, 피에트렐치나의 성 비오 사제 기념] 루카 8,4-15
"좋은 땅에 떨어진 것은, 바르고 착한 마음으로 말씀을 듣고 간직하여 인내로써 열매를 맺는 사람들이다.”
“인간과 인간의 근원문제, 인간의 문화에 관심을 갖거나 인간의 가치와 인간만이 지닌 자기표현 능력을 바르게 이해하기 위한 과학적인 연구 방법”을 <인문학>이라고 합니다. 몇 년 전부터 우리 사회에는 이런 인문학을 배우고자 하는 열풍이 불었지요. 주요 방송국에서 저녁 황금 시간대에 저명한 교수들과 유명한 인기 강사들을 초빙하여 철학, 인간학, 역사학, 심리학, 미학 등의 학문에 대한 강의를 진행했고, 서점가에는 그와 관련된 다양한 책들이 출판되어 불티나게 팔려나갔습니다. 그런 현상이 생긴 것은 사람들이 인문학에 대한 ‘환상’을 품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인문학을 공부하기만 하면 인간 사회에서 일어나는 복잡 다양한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으리라는 부푼 기대를 가지고 너도 나도 인문학의 바다에 뛰어들었던 겁니다. 하지만 몇 년이 지난 지금 우리 사회의 현실은 아무 것도 달라진게 없습니다. 오히려 ‘인문학’이라는 학문이 젊은이들이 취업을 위해 머리를 싸매고 공부해야 하는 또 하나의 고통스러운 관문이 되어 버렸습니다.
아무리 좋은 학문이라도 그것을 머리로 이해하는 것에 그쳐서는 아무 변화도 일어나지 않습니다. 내가 머리로 알고 깨달은 것들을 행동으로, 삶으로 옮겨 구체적으로 실천해야만 내 주변부터 조금씩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하는 겁니다. 그런 점은 주님의 말씀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그 말씀을 그저 귀로 듣는 것 만으로는, 그 말씀이 단지 내 마음의 밭에 떨어진 것 만으로는 열매를 맺을 수 없습니다. 귀 기울여 들은 그 말씀을 내 마음 속에 깊이 간직한 채, 그것을 삶 속에서 실천하는데에 따르는 힘들고 괴로운 과정을 ‘인내’로써 극복해 나가는 과정을 거쳐야만 비로소 나 자신과 삶이 주님 뜻에 맞게 긍정적으로 변화되는 ‘열매’를 맺게 되는 것이지요. 이 과정을 한 마디로 말씀의 ‘체화’(體化)라고 할 수 있습니다.
주님의 말씀이라는 씨앗이 내 마음이라는 땅에 떨어지는 과정은 ‘마침 그 때에 내 마음 상태가 어떠한가’라는 삶의 우연과 궤를 같이 합니다. 주님의 말씀이 주어질 때 내 마음이 어떤 상태인가는 단지 내 뜻과 의지대로 100% 컨트롤 할 수 있는게 아니지요. 다만 그 말씀이 내 마음 밭에 떨어진 후에 그것을 어떤 태도로 대할 것인가는 우리 각자에게 달린 몫입니다. 아무리 좋은 씨앗을 좋은 땅에 심었다고 한들 그것을 길러내는 농부의 노력이 더해지지 않으면 풍성한 열매를 맺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중요한 건 ‘좋은 땅’의 조건에 부합되지 않는 나의 부족함과 약함을 나에게서 분리해내는게 아니라, 그런 부족함과 약함에도 불구하고 말씀을 품고 그 말씀과 함께 변화되어 가는 것입니다. 말씀에 숨겨진 뜻과 의미를 적극적으로 실천하는 과정에서 그 말씀을 내려주신 분을 닮아가는 것입니다. 과거에 내 마음 상태가 어땠는지를 헤집어가며 후회와 절망 속에서 괴로워하고 있는건 주님께서 바라시는게 아닙니다. 하느님께서 나를 창조하셨을 때의 그 본연의 모습을 되찾도록 내 마음을 활짝 열어 나를 주님께 내어맡기면 됩니다. 수많은 실패와 시행착오들을 거치며 수많은 말씀의 씨앗들이 의미없이 버려지는 것처럼 보여도, 그 중 하나가 내 마음에 제대로 뿌리를 내리고 열매를 맺으면 이전의 실패와 상처들을 충분히 메우고도 남을만큼 엄청난 수확을 거두게 될 겁니다. 그것이 우리가 믿는 하느님 사랑의 섭리입니다.
*함 승수 신부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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