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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이 영근 신부님의 복음 묵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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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박영희 쪽지 캡슐 작성일2023-09-23 조회수355 추천수4 반대(0) 신고

230923. 피에트렐치나의 성 비오 사제 기념일.

 

“씨 뿌리는 사람이 씨를 뿌리러 나갔다.”(루카 8,5)

 
오늘 우리가 들은 “씨 뿌리는 사람의 비유”는 예수님께서 그 해설까지도 직접 해주셨습니다. 이 비유의 의미를 세 가지로 정리해 볼 수 있습니다.
 
<첫째>는 “씨”와 “씨 뿌리는 사람”에 대한 것입니다. 물론 여기에서 “씨”는 하느님의 말씀이고, “씨 뿌리는 사람”은 예수님이시며, 나아가서는 예수님을 따르는 모든 제자들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특이한 것은 씨 뿌리는 사람은 그 길바닥이나 바위나 가시덤불이나 좋은 땅이거나 땅의 상태와는 상관없이 어느 곳에나 씨앗을 뿌립니다. 이와 같이 말씀의 씨앗도 그 영혼의 상태와는 상관없이 어느 누구에게나 뿌려집니다. 마치 “아버지께서는 악한 이에게나 선한 이에게나 똑같이 햇살을 비추시고 옳은 이에게나 옳지 못한 이에게나 똑같이 비를 내려주시듯이”(마태 5,45) 말입니다. 뿐만 아니라, 모든 이에게 ‘같은 씨앗’이 뿌려집니다.
 
여기서 우리가 우선적으로 알아들어야 할 것은 말씀이 열매가 아니라 ‘씨앗’으로 뿌려졌다는 사실이요, 그 씨앗은 열매를 맺는 능력을 지니고 있다는 사실이요, 그리고 그것은 선사된 선물이라는 사실입니다. 이는 동시에 우리에게 씨앗을 틔워 결실을 맺어야 할 소명이 주어졌다는 것을 말해줍니다. 곧 우리는 말씀을 실현해야 할 소명, 곧 사랑을 실현해야 할 과업을 짊어진 존재들임을 말해줍니다.
 
<둘째>는 “땅” 혹은 “밭”에 대한 것입니다. 좋은 씨가 좋은 열매를 맺듯, 열매는 씨앗에 따라 수확량의 차이가 있기 마련입니다. 그런데, 앞에서 이미 보았듯이 어느 밭에나 동일한 ‘같은 씨’가 뿌려졌습니다. 그러니 수확량은 ‘씨앗’의 차이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땅의 차이에서 오게 됩니다.
 
이는 씨앗이 싹을 잘 틔우도록 ‘땅을 일구는 일’과 잎이 잘 자라고 꽃이 잘 피어나고 열매가 잘 맺도록 ‘나무 자체를 잘 돌보는 일’입니다. 곧 말씀에 대한 끊임없는 귀 기울임과 응답을 통해 이루어집니다. 그리고 그것은 한 알의 밀알이 땅에 떨어져 썩어야 열매를 맺듯이, 죽어야 맺는 과정이요, 자신이 죽어서 타인을 먹여 살리는 열매가 되는 과정입니다.
 
<셋째>는 “결실”에 대한 것입니다. 그런데 결실은 자신을 떠나 타인을 위할 때만 타인 속으로 들어가 썩어 열매를 맺게 됩니다. 곧 자신을 내어주어야 그 열매를 맺는 이 과정은 타인과의 관계 안에서 맺어지는 열매입니다. 그런데 우리 주님께서는 우리 가운데서 우리와 더불어 바로 이 일을 하십니다. 그러니 우리는 당신 구원의 협조자요 도우미가 됩니다.
 
마찬가지로 우리는 서로의 구원에 공동작업을 하게 됩니다. 그렇습니다. 우리는 구원의 길을 함께 가도록 짝 지워진 동반자요, 동행자들 입니다. 결국, 말씀의 씨앗은 바로 지금, 여기에서 우리의 관계 안에서 이루어져 가며 열매를 맺게 됩니다. 그렇게 우리의 관계는 말씀이 이루어지는 장소요 공간이 됩니다. 말씀이 열매 맺어가는 자리요 거처가 됩니다. 따라서 내 형제가 바로 나의 소명이 됩니다. 내 가정, 내 공동체가 바로 나의 소명이 됩니다. 이 얼마나 아름답고 감사할 인인지요! 아멘.

 
   오늘의 말·샘기도(기도나눔터)

“씨 뿌리는 사람이 씨를 뿌리러 나갔다.”(루카 8,5)

주님!
당신 밭의 일꾼이 되게 하소서.
당신이 뿌리신 말씀의 씨앗을 일구게 하소서.
자라나 꽃을 피우고, 열매 맺게 하소서.
형제들 가운데 당신 사랑 번져가고, 세상이 거룩해지게 하소서. 아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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