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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연중 제25주간 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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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박영희 쪽지 캡슐 작성일2023-09-26 조회수363 추천수3 반대(0) 신고

[연중 제25주간 화요일] 루카 8,19-21 

 

 "내 어머니와 내 형제들은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실행하는 이 사람들이다.”

 

 

'가족'을 소재로 다양한 영화를 연출해온 고레다 히로카즈 감독의 작품 중에 <어느 가족>이라는 제목의 영화가 있습니다. 이 영화는 '유사가족', 즉 혈연이라는 법적 관계로 묶이지는 않았으나 서로를 의지하며 함께 살아가는 이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지요. 이 가족의 중심이 되는 것은 아빠인 '오사무'와 엄마인 '노부요'인데, 이들이 갈 곳 없고 의지할 곳 없는 불쌍한 이들을 한 사람씩 데리고 오다보니 총 여섯명에 달하는 '대가족'이 만들어지게 됩니다. 

 

<어느 가족>에 등장하는 가족들은 '피'는 한 방울도 섞이지 않았지만 누구보다 끈끈한 유대감으로 묶여 있습니다. 이들에게는 옳고 그름에 대한 도덕이나 윤리관념도 없고, 자본주의 시대에 남들과 경쟁하여 돈을 벌 수 있는 능력도 부족하지만 서로를 이해하는 마음만큼은 '진심'이며 또한 넉넉합니다. 항상 천진난만하던 아빠 '오사무'는 아들 '쇼타'가 친부모를 찾게 되어 집으로 돌아가게 되자 헤어짐의 슬픔을 견디지 못하고 쇼타가 탄 버스를 쫓아 전력질주합니다. 딸인 '유리'는 '진짜 엄마'와 함께 살게 되었음에도 '가짜 엄마' 노부요를 그리워하며 돌아가고 싶어합니다. 

 

고레다 감독은 이 영화를 통해 우리에게 '진짜 가족'이란 무엇인지에 대해 진지하게 묻습니다. '혈연'으로 뭉친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에 살면서 관계가 삐걱거릴 때마다 그 이유를 찾아 해결하려고 노력하기 보다는, '가족이니까 참아야 한다'는 ‘의무감'으로 대충 넘어가려고 하는 우리들에게 정말 그래도 괜찮겠느냐고 묻는 것입니다. 단지 '피가 섞여서' 같이 살게 됐을 뿐인 가족보다 서로를 이해하고 보듬으며 함께 살려는 마음을 가진 이들이 '진짜 가족'이 아니냐는 것이지요.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당신을 따르는 이들에게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내 어머니와 내 형제들은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실행하는 이 사람들이다.” 

 

예수님은 혈연으로 맺어진 가족들과의 관계가 무의미하다고 생각하셔서 그런 말씀을 하신 것이 아닙니다. 서로를 이해하고 용서하며 아끼고 존중하는 마음에 그 마음을 행동으로 표현하는 '사랑'이 더해져야만 단단한 유대로 묶여 참된 ‘하나’가 될 수 있다는 것이지요. 그 일치의 과정에서 ‘하느님의 말씀’이 중요한 매개의 역할을 하게 됩니다. 예수님께서 만드신 ‘새 가족’은 핏줄도, 고향도, 성격이나 취향도 다 다르지만, 하느님의 말씀이라는 공통 분모를 통해 그 어떤 고정관념이나 편견, 오해와 갈등에도 휘둘리지 않고 참된 일치를 향해 나아갈 수 있는 겁니다. 우리를 하나로 묶는 것은 말씀 그 자체가 아니라 말씀하신 분과의 인격적 관계 입니다. 하느님을 소중하게 여기는 만큼, 마음이 그분을 향하는 만큼, 하느님과 내가 사랑으로 일치하게 되고, 같은 믿음을 지닌 우리 모두가 그분과의 사랑 안에서 하나로 연결되는 겁니다. 몸 따로 마음 따로인 ‘동상이몽’이 아니라, 서로 눈빛만 봐도 상대의 마음을 헤아리고 다독이며 보듬는 ‘이심전심’의 상태, 그것이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바라시는 진짜 가족의 모습입니다. 

 

* 함 승수 신부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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