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0927. 성 빈첸시오 드 폴 사제 기념일.
“길을 떠날 때는 아무것도 가져가지 마라. ”(루카 9,3)
오늘 <복음>은 열 두 제자의 파견 장면입니다. 이는 세 가지 장면으로 되어 있습니다. 곧 예수님께서 제자들을 파견하시기 이전의 장면, 파견하시는 장면, 그리고 파견 받은 이들이 그 사명을 이루는 장면입니다.
<첫 장면>에서,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을 파견하시기에 앞서, 먼저 사랑으로 그들을 불러 모으셨습니다. 그리고 그냥 보낸 것이 아니라, 당신의 권능과 권한을 부여하시어 파견하십니다.
“열 두 제자를 불러 모으시어 모든 마귀를 쫓아내고 질병을 고치는 힘과 권한을 주셨다.”(루카 9,1)
<둘째 장면>에서,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을 파견하시면서, 복음 선포자가 갖추어야 할 조건과 자세를 가르쳐주십니다.
“길을 떠날 때는 아무것도 가져가지 마라. 지팡이도 여행 보따리도 빵도 돈도 여벌옷도 지니지 마라.”(루카 9,3)
그렇습니다. 길을 떠나면서 그 어떤 다른 것을 가지고 가야 할 필요가 없습니다. 지팡이도, 여행 보따리도, 빵도, 돈도, 여벌옷도, 지닐 필요가 없습니다. 몸 걱정도, 치장도 걱정할 필요가 없습니다. 왜냐하면, 가져야할 것을 이미 가졌기 때문입니다. 마귀를 쫓아내고 질병을 고칠 힘도 권한도, 말씀도, 예수님도 이미 가졌기 때문입니다.
사실, 우리도 이미 이 모든 것을 가졌습니다. 그런데 왜 그 권능이 우리에게서는 드러나지 않을까? 그것은 우리가 무능하지 않기 때문일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사도 바오로에게 나타나셔서 말씀하셨습니다.
“너는 내 은총을 넉넉히 받았다. 나의 힘은 약한 데서 완전히 드러난다.”(2코린 12,9)
이는 우리의 초라함, 우리의 무력함, 우리의 허약함이 당신의 권능을 더욱 더 드러낸다는 말씀입니다. 우리 자신이 드러나는 것이 아니라, 당신이 드러나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무능력하지 않으려고 자신의 능력을 자랑하고 자신의 능력을 앞세우기에 결국 그분의 권능이 드러나지 못하고 있을 것입니다. 그러니, 자신의 능력에 집착하지 말고, 오로지 주님께만 의탁하여 사명을 수행하라는 말씀입니다.
<셋째 장면>에서, 파견 받은 자들이 하느님 나라가 왔음을 알리고, 그 증거로 병든 자들을 고쳐주도록 하셨습니다.
“그들은 어디에서나 복음을 전하고 병을 고쳐주었다.”(루카 9,6)
오늘, 우리도 분명 예수님께 파견 받은 이들입니다. 그렇다면, 우리에게서 그분의 권능이 드러나야 할 것입니다. 내 형제들에게서는 치유가 일어나고 질병이 고쳐져야 할 것입니다. 만약 나를 만나는 이들에게서 치유가 일어나지 않고 있다면, 내가 무능하지 않으려하고 오히려 능력을 부리려다 하느님의 권능이 이루어지는 것을 방해하고 있는 까닭은 아닐지 살펴보아야 할 일입니다. 아멘.
오늘의 말·샘기도(기도나눔터)
“길을 떠날 때에 지팡이 외에는 아무것도, 빵도 여행 전대에 돈도 가져가지 말라.”(루카 9,3)
주님!
길을 떠나면서 그 어느 것도 가지고 가야할 필요가 없습니다.
가져야할 것을 이미 가졌기 때문입니다.
말씀이신 당신과 당신의 권한을 지녔기 때문입니다.
저의 능력으로 당신의 권한을 가로막지 않게 하소서.
저의 말이 당신의 말씀을 덮지 않게 하소서.
저의 약함 안에서 당신의 선하신 뜻을 이루소서. 아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