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수호천사 기념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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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박영희 | 작성일2023-10-02 | 조회수340 | 추천수4 | 반대(0) 신고 |
[수호천사 기념일] 마태 18,1-5.10
“하늘에서 그들의 천사들이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의 얼굴을 늘 보고 있다.”
오늘은 ‘수호천사 기념일’입니다. 교회의 전승에 따르면 하느님께서는 당신 자녀 누구에게나 천사를 보내주시어 그를 보호하시고 올바른 길로 이끌어 주시지요. 즉 어려움과 곤란을 겪고 있는 나에게 도움의 손길을 베풀어 주는 고마운 존재가 나에게는 수호천사인 겁니다. 그런데 그리스도 신앙인이라면 도움과 보살핌을 받았을 때 고마움을 느끼는 대상이 그것을 나에게 직접적으로 베풀어준 그 사람에게 머물러서는 안됩니다. 하느님께서 항상 나를 사랑과 관심으로 지켜보고 계심을 믿어야 하고, 나를 위해 그를 보내주셨음을 믿어야 하며, 그렇게 나를 지켜주시고 보살펴 주시는 하느님께 감사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지요. 즉 피조물인 사람 안에서 하느님을 보고 사람을 통해서 하느님을 만나듯, 나에게 천사가 되어준 그 사람 안에서 하느님의 존재를 알아보고 그 천사를 통해서 하느님의 사랑을 느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 우리는 사람을 대할 때 두 가지 원칙을 지켜야 합니다. 첫번째는 누군가를 함부로 판단하거나 업신여기지 않는 것입니다. 아무리 초라하고 약해보여도, 남들보다 잘나거나 특별히 내세울 게 없어 보여도, 하느님께서 당신 손으로 빚으신 사람은 모두 그분의 생각과 마음을 담고 있는 그분의 일부이며 그분의 놀라운 계획과 섭리 안에서 나와 함께 살아가는 형제 자매이기 때문입니다. 주님께서는 우리가 당신의 형제인 ‘이 가장 작은 이들’ 안에서 거대한 우주를 볼 수 있기를, ‘어린이와 같은 이들’에게서 하느님의 얼굴을 알아볼 수 있기를 바라십니다.
두번째 원칙은 왠지 모르게 불편한 사람, 나를 아프게 하는 사람을 외면하거나 배척하지 않고 인내와 포용으로 끌어안는 것입니다. 사람은 기본적으로 쉽고 편한 삶을 추구하기에 관계에서도 편한 사람을 선호하기 마련입니다. 또한 칭찬에 약하기에 나에게 좋은 말을 해주는 사람에게 마음이 가지요. 하지만 하느님께서 나에게 보내주시는 천사가 언제나 편안하고 좋은 사람의 모습을 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늘 따뜻한 위로와 격려의 말만 해주는 것도 아닙니다. 내 부족하고 약한 부분을 자꾸 건드려 나를 불편하게 하고 움직이게 만드는 사람이, 내 안의 자격지심이나 콤플렉스를 자극하여 감정이 흘러넘치게 하는 사람이 나를 올바른 길로 이끄는 ‘천사’의 역할을 할 때도 자주 있는 겁니다. 나 자신과 삶을 돌아보게 만든다는 점에서, ‘저 사람한테는 절대 싫은 소리 듣기 싫다’는 마음으로 자기 계발과 발전을 지향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그렇습니다.
우리는 등에 날개가 달려 있어야만, 신비롭고 놀라운 능력을 발휘해야만 ‘천사’라고 생각하지만, 천사는 타고난 본성으로가 아니라 수행하는 직무에 따라 구분됩니다. 즉 가르침과 모범으로 하느님의 뜻을 전하는 사람이라면, ‘하느님의 일’을 하여 삶 속에서 하느님의 영광을 드러내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천사가 될 수 있는 겁니다. 그러니 내 수호천사로부터 도움 받기만을 바라는 수동적인 사람이 되어서는 안되겠습니다. 따뜻한 말과 배려로 절망에 빠진 친구에게 위로와 힘을 주고, 사랑과 선행의 실천으로 고통 속에 신음하는 이웃에게 희망과 기쁨을 줌으로써 나 자신이 수호천사가 되어주어야겠습니다. 그러면 하느님께서 그런 우리를 보고 기뻐하시며 당신 나라로 데려가주실 것입니다.
*함 승수 신부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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