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연중 제26주간 목요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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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박영희 | 작성일2023-10-05 | 조회수310 | 추천수4 | 반대(0) 신고 |
[연중 제26주간 목요일] 루카 10,1-12
"이 집 저 집으로 옮겨 다니지 마라."
오늘의 제1독서인 느헤미야기에서 이스라엘 백성들은 에즈라 율법학자가 선포하고 알려주는 하느님 말씀을 들으며 기쁨과 감동의 눈물을 흘립니다. 자기들은 그저 먹고 살기에 바빠서, 욕심을 채우는데에만 급급해서 주님 말씀과 뜻을 외면하며 살았는데, 이스라엘의 역사 안에서 언제나 자기들과 함께 하시며, 자기들이 잘못된 길로 빠지지 않고 올바른 길을 걷도록 끊임없이 이끄시고 애쓰시는 하느님의 사랑과 자비를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또 유배와 귀환, 도성의 함락과 성전의 재건이라는 일련의 사건들을 돌아보며 하느님께서 자신들을 구원하시리라는 확신이 생겼기에, 그 확신을 통해 자기들이 그 무엇보다 귀하고 소중한 하느님 말씀을 소유한 그분 백성이라는 자긍심이 일깨워졌기에, 그들 안에서 감사의 마음이 끝도 없이 우러나왔을 겁니다.
그들이 그렇게 말씀을 통해 하느님과 다시 하나가 된 날, 에즈라 예언자는 울지말고 맛있는 음식과 단 술을 즐기며 기뻐하라고 다독입니다. 또 미처 음식과 술을 마련하지 못한 이들이 있다면 그들에게 나누어주라는 권고도 잊지 않지요. 하느님 말씀은 그저 귀로 듣고 머리로 깨달은 지식의 상태로 고여있지 않고 힘 없고 가난한 이들에게 구체적인 실천으로 흘러나가야만 비로소 완성되기 때문입니다. 하느님 말씀은 기본적으로 ‘나눔’을 지향합니다. 아직 하느님 말씀을 접하지 못한 이, 말씀을 들었으나 그 뜻을 깨닫지 못한 이, 먹고 사는 일만으로도 버거워 말씀에 집중할 형편조차 못되는 이에게 우리는 말씀과 사랑으로 하느님을 선포해야 합니다. 말씀을 통해 하느님을 알고, 사랑을 통해 그분과 친교를 맺는 기쁨은 널리널리 퍼져나가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 과정에서 우리 모두의 마음 속에 솟아나는 기쁨은 하느님께서 존재하신다는 증거이자, 그분께서 우리를 진정으로 사랑하신다는 분명한 확신이 됩니다.
이렇듯 우리는 예수님께서 알려주시고 깨닫게 해주신 복음 말씀을 선포해야 하는 소명을 받은 동시에, 그 말씀을 받아들이고 따라야 하는 소명 또한 받았음을 기억해야 합니다. 즉 복음은 그것을 기쁘게 받아들이고 기꺼이 따르는 이들에게만 ‘구원의 기쁜 소식’이 되고, 그것을 받아들이기를 망설이거나 따르는 것을 미루는 이들에게는 언제 닥쳐올지 모르는 심판을 예고하는 ‘무섭고 두려운 멸망의 소식’이 되는 겁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달면 삼키고 쓰면 뱉으려 드는’ 인간 본성에 휘둘려 주님께서 우리에게 주시는 말씀을 취향이나 조건에 따라 물건 쇼핑하듯 고르려고 드는 교만한 마음을 버려야 합니다. 그 대신 우리 각자의 속마음과 뜻을 꿰뚫고 파헤쳐 명명백백하게 드러내시는 주님 말씀을 무겁고 진지하게 받아들이며 그 안에 깊이 머무르고자 노력해야 합니다. 그 과정에서 나라는 존재가 산산히 부서져 버리는 것 같아 두렵고 고통스럽겠지만, 주님께서는 욕망과 고집으로 헛되이 쌓아올린 나를 무너뜨리시는 대신, 사랑과 믿음으로 한 단 한 단 굳건하게 다시 세워주실 겁니다. 그러니 괜한 걱정과 두려움으로 이집 저집 옮겨다닐 생각 말고, 주님께서 만들어주실 구원의 집 안에 머무릅시다.
* 함 승수 신부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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