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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연중 제27주간 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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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박영희 쪽지 캡슐 작성일2023-10-10 조회수267 추천수4 반대(0) 신고

[연중 제27주간 화요일] 루카 10,38-42 

 

 "너는 많은 일을 염려하고 걱정하는구나. 그러나 필요한 것은 한 가지뿐이다.“

 

 

하느님께서는 우리에게 생명을 주시어 당신께서 참 좋은 모습으로 창조하신 이 세상에 살게 하셨습니다. 빛, 땅, 물, 공기를 포함하여 우리가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만반의 준비를 갖추신 후, 마지막 단계로 흙으로 빚으신 우리에게 숨을 불어넣으시어 깨우셨지요. 왜 그러셨을까요? 이런 저런 근심 걱정들로 고통받으며 두려움 속에서 불행하게 살라고 그러시진 않았을 겁니다. 우리를 너무나 사랑하시어 당신 생명을 나누어주신 하느님을 굳게 믿고 의지하며 사랑하라고, 그 사랑을 통해 ‘삶’이라는게 주는 참된 기쁨과 행복들을 맘껏 누려보라고 깨우신 것이지요. 그러니 우리는 그 사실을 마음에 깊이 새기고 하루 하루 하느님 뜻에 따라 열심히 살면 됩니다. 그러면 걱정할 일도 근심할 일도 없습니다. 걱정은 ‘불안’해서 생기는 것입니다. 마음이 온전히 기댈 곳을 찾지 못해 불안하기에 이런저런 걱정들이 머리 속에 가득 차게 됩니다.

 

오늘 복음은 마르타와 마리아 자매가 예수님을 만나는 이야기입니다. 그동안 이 이야기에 관한 다양한 묵상들이 있었지요. 오늘은 ‘걱정’의 해소라는 관점에서 바라볼까 합니다. 마르타는 마음 속 걱정을 해결하기 위해 예수님을 만나는 사람이고, 마리아는 그 걱정을 야기하는 불안이라는 감정 자체를 해소하고자 주님 말씀 안에 머무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마르타가 예수님을 섬기기 위해 택한 몫과 마리아가 예수님을 섬기기 위한 몫 중에 어느 것이 더 좋은지는 따지기도 어렵고 따질 이유도 없습니다. 그러나 ‘걱정의 해소’라는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 누가 더 현명한 선택을 했는지는 어렵지 않게 식별할 수 있지요.

 

우리가 걱정하는 이유는 마음 속 불안감을 잊기 위해서입니다. 다른 부위를 찰싹 때려 주사 바늘이 들어가는 고통에서 시선을 돌리는 것처럼, 걱정이라는 ‘생각’으로 불안감이라는 ‘감정’을 잠시라도 잊어보려고 하는 겁니다. 그러나 걱정은 또 다른 걱정을 낳는 법이기에 오히려 마음 속 불안감은 더 커지지요. 그러니 마르타는 ‘예수님 일행의 시중을 잘 들어야 하는데’라는 새로운 걱정을 만들어 마음과 생각을 그 쪽으로 돌릴게 아니라, 자신이 안절부절 못하고 계속 움직이게 만드는 그 불안의 정체가 무엇인지를 온전히 마주해야 했습니다. 그리고 그 불안감을 사랑과 평화로 해소해주실 수 있는 분 앞에 깊이 머물러야 했습니다. 마리아가 주님 발치에 앉아 그분 말씀에 온 마음을 기울였던 것도 그분의 말씀이 주는 위로와 평화 안에 깊이 머무르기 위해서였지요. 그 머무름을 통해서만 마음 속 불안감을 해소할 수 있었기에, 그것이 그녀에게는 다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가장 좋은 몫’이었기에, 다른 선택은 할 수가 없었던 겁니다. 우리도 마리아처럼 우리에게 꼭 필요하며 가장 중요한 한 가지, 주님의 사랑 안에 깊이 머무르는 일에 시간과 정성을 쏟으며 집중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그런 노력을 통해 위로를 받고 참된 평화를 누리면 좋겠습니다. 

 

*함 승수 신부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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