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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연중 제27주간 수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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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박영희 쪽지 캡슐 작성일2023-10-11 조회수250 추천수5 반대(0) 신고

[연중 제27주간 수요일] 루카 11,1-4 

 

 “너희는 기도할 때 이렇게 하여라.“

 

 

옛 교부가 하신 말씀 중에 이런게 있습니다.

 

“‘사도신경’은 우리에게 무엇을 믿어야 하는지를 가르쳐주고, ‘십계명’은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가르치며, ‘주님의 기도’는 우리가 무엇을 원해야 하는지를 가르친다.”

 

그런 관점에서 토마스 아퀴나스 성인은 주님의 기도를 ‘가장 완전한 기도’라고 표현합니다. 주님의 기도를 제대로 바침으로써 우리가 하느님께 지녀야 할 바람직한 바람과 지향을 식별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또한 마땅히 청해야 할 중요한 것들을 빼먹지 않고, 중요하고 급한 순서에 따라 올바르게 청할 수 있게 됩니다. 그리고 그 과정 안에서 하느님을 ‘아버지’로 대하고 섬기는 정서가 형성되어 그분과 깊은 친교를 맺을 수 있게 됩니다. 한편 아우구스티노 성인은 주님의 기도에 대해 이렇게 설명합니다. “우리가 주님의 기도를 드림으로써 무엇을 위해 기도해야 하는지를 알고, 욕망을 훈련시켜 하느님의 목적과 조화를 향하도록 변화한다.” 즉 주님의 기도를 바침으로써 기도가 단지 내가 원하는걸 하느님께 청해 얻어내는 ‘협상’의 과정이 아니라, 내 뜻을 하느님께서 바라시는 뜻에 조화시켜 나아가는 ‘일치’의 과정임을 깨닫게 된다는 것이지요.

 

‘기도’하는 내용을 들어보면, 그가 어떤 사람인지가 보입니다. 그의 바람과 지향이 기도에 담기기 때문입니다. ‘주님의 기도’에는 예수님이,  곧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마음’이 담겨 있습니다. 당신을 믿고 따르는 이들이 어떤 마음을 지니고, 어떤 모습으로 살아 구원받기를 원하시는지 그분의 간절한 바람이 담겨 있는 겁니다. 그런데 주님의 절절한 마음이 담긴 그 기도를 지금 나는 그만큼의 진지함, 간절함, 진실함, 비장함을 품고 바치고 있느냐고 누가 묻는다면 ‘그렇다’고 답할 자신이 있는지요? 그나마 외우고 있는 몇 안되는 기도니까, 길이도 짧고 만만해서, 내 뜻과 바람을 이루기 위한 수단으로 바치고 있지는 않은지요? 그런 마음으로 당신께서 가르쳐주신 그 소중한 기도를 ‘오남용’하는 우리 모습을 보고 주님은 어떤 마음이 드실까요?

 

성찬의 전례 때 사제는 이런 권고로 주님의 기도를 시작합니다. “하느님의 자녀 되어, 구세주의 분부대로 삼가 아뢰오니”. ‘삼가다’라는 말은 조심스런 마음과 경건한 몸가짐으로 말과 행동에 주의를 기울인다는 뜻입니다. 주님의 기도를 ‘습관적’이나, ‘기계적’으로 바치지 않고 주님의 마음과 뜻을 헤아리고 느끼며 그 안에 깊이 머무르는 기회로 삼자는 것이지요. 한편 ‘아뢰다’라는 말은 아랫사람이 지체 높으신 분께 자신이 원하는 바를 조심스럽게 청하는 태도입니다. 그 아뢴바를 이뤄주실지 말지는 전적으로 그 기도를 들으신 분께 달려있으니 그분의 처분에 따르겠다는 겸손과 순명, 의탁의 자세가 담겨있지요. 오늘 하루 이런 마음으로 ‘주님의 기도’를 제대로 바치며 그 의미 안에 깊이 머물러보면 좋겠습니다. 자연스럽게 하루를 거룩하게 보내실 수 있을 겁니다. 

 

* 함 승수 신부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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