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연중 제27주간 목요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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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박영희 | 작성일2023-10-12 | 조회수300 | 추천수5 | 반대(0) 신고 |
[연중 제27주간 목요일] 루카 11,5-13
"누구든지 청하는 이는 받고, 찾는 이는 얻고, 문을 두드리는 이에게는 열릴 것이다.”
“누구든지 청하는 이는 받고, 찾는 이는 얻고, 문을 두드리는 이에게는 열릴 것이다.” 예수님의 이 말씀을 곧이곧대로 믿고 그분께 죽기살기로 매달리며 청원기도에 전념하다가 크나큰 실망과 좌절을 맛본 이들이 얼마나 많은지 모릅니다. 많은 이들이 이런 말씀을 하신 예수님의 의도와 의미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그저 매달리며 억지부리고 발을 동동 구르며 떼까지 써봤지만, 예수님의 무겁고 차가운 침묵에 큰 상처를 받고 신앙에서 멀어지기도 했지요. 그들은 절대 가벼운 마음으로 ‘아무거나’ 청한게 아니었습니다. 그들 입장에서 바라봤을 때 정말 중요한 것들, 앞으로의 삶을 살아가는데에 큰 이유와 의미가 될 것들, 심지어 죽고 사는 문제와 직결되는 ‘목숨이 달린 일’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눈이 퉁퉁 붓도록 눈물을 흘리고, 밤잠까지 설쳐가며 간절히 매달렸지만, 결국 사랑하는 사람은 세상을 떠났고, 원하던 일은 실패로 끝났으며, 어떻게든 끝까지 붙들어보려던 관계는 파경을 맞았습니다.
하느님은 자비와 사랑이 넘치시는 분이라더니, 당신 백성의 간곡한 청을 절대 외면하지 않으신다더니, 간절하고 꾸준하게 청하기만 하면 다 들어주신다더니 어찌 나에게 이러시는지 깊은 배신감과 끝 모를 허무함이 밀려옵니다. ‘이럴거면 신앙생활은 뭐하러 했나’싶습니다. 예수님으로부터 큰 ‘사기’라도 당한 것처럼 마음에서 억울함과 분노가 치밀어 오릅니다. 하지만 오늘 복음의 예수님 말씀은 잘 새겨들어야 합니다. ‘청하면 주시겠다’는 말씀은 기적의 요술방망이처럼 우리가 원하기만 하면 원하는 그것을 뚝딱 만들어주시겠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하느님은 채워도 채워도 끝나지 않고 오히려 더 큰 갈망으로 이끌어 결국 파멸에 이르게 만드는 우리 ‘욕심’을 채워주시는 분이 절대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분은 우리의 욕심이 아니라 믿음을 채워주시는 분입니다. 우리가 욕심내는 그거 말고 우리에게 꼭 필요하며 유익한 것을 주시는 분입니다. 그렇게 하시는게 그분 뜻이지요. 때로는 우리가 당신 은총을 담을 마음 그릇을 더 크게 만드시기 위해, 거칠고 험한 세상의 풍랑에서 자신을 지탱할 신앙을 더 깊고 단단하게 만드시기 위해 무겁고 차가운 침묵으로 우리를 대하시기도 하는 겁니다.
하느님이 그런 분이심을 깨닫는다면 오늘 복음 말씀에 숨겨진 의미들에 가까이 다가갈 수 있습니다. 우리에게 ‘청하라’고 하시는 것은 하느님께 대한 나의 믿음과 희망에 대해 생각해보고 그것이 나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 깊이 묵상하며 그것을 구체적인 언어로 표현하라는 뜻입니다. 그렇게하여 어지럽고 산란하며 정신없던 나의 믿음과 희망이 조금씩 정화되고 정돈되어 갈 것이기 때문입니다. ‘찾으라’고 하시는 것은 나의 믿음과 희망을 그저 뜬구름 잡듯이 모호한 상태로 머리 속에만 담아두지 말고 적극적으로 삶 속에서 실천해 봄으로써 내가 본격적으로 중점을 두고 추구해야 할 바가 무엇인지를 올바르게 식별하라는 뜻입니다. 그렇게 하여 내가 구원받기 위해 정말 중요한 것들을 놓치지 않고 잘 챙길 수 있게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마지막으로 ‘두드리라’고 하시는 것은 ‘하느님께서 내가 바라는 것을 들어주시겠지’, ‘그분과 내가 같은 마음이겠지’하고 막연하기 기대하다가 실망하지 말고, 하느님의 뜻과 계획이 무엇인지 그분 마음을 두드려보고 직접 확인해보라는 뜻입니다. 그렇게 하여 내가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지를 제대로 알고 실행하게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하느님은 우리가 당신께 청하는 그것이 당신이 우리를 위해 준비하신 그 계획과 일치할 때 우리 청을 들어주시는 분이십니다. 단, 우리에게 주시려는 그것을 우리 편에서 먼저 찾아내고 간절히 바라게 하십니다. 그래야 한 톨의 은총도 놓치지 않고 잘 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 함 승수 신부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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