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연중 제28주간 목요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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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박영희 | 작성일2023-10-19 | 조회수254 | 추천수4 | 반대(0) 신고 |
[연중 제28주간 목요일] 루카 11,47-54
"너희가 지식의 열쇠를 치워 버리고서, 너희 자신들도 들어가지 않고 또 들어가려는 이들도 막아 버렸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국적을 가지면 ‘한국인'이 될까요? 일부는 맞고 일부는 틀립니다. 대한민국 국적을 가지고 있더라도 저 먼 외국에서 우리나라와는 전혀 상관없는 모습으로 살며, 우리 국민으로서의 의무와 책임을 다하지 않는다면 그는 진정한 한국인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겁니다. 진짜 한국인으로 인정받으려면 이 땅에 정착하여 같은 민족 사람들과 부대끼고 살며 그 민족의 문화를 습득해야 합니다. 또한 교육, 납세, 국방 같은 국민으로서의 의무를 다해야 합니다. 그래야 진정한 한국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상황을 좀 바꿔서 이스라엘 국적을 가지면 ‘하느님 백성’이 될까요? 이것 역시 일부는 맞고 일부는 틀립니다. 이스라엘 국적을 가지고 있더라도 하느님과 전혀 상관없는 모습으로 살며 그분의 뜻과 가르침을 실천하지 않는다면 그는 하느님 백성이라고 할 수 없는 겁니다. 하지만 바리사이들과 율법학자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자기들이 선택된 민족 이스라엘의 일원이라는 사실만으로, 하느님께서 주신 계명과 율법을 알고 소유했다는 사실만으로 구원이 보장되어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하느님 나라의 백성이 되기 위해 해야 할 구체적이고 실천적인 노력들을 하지 않았습니다. 늘 말로만 율법 운운하며 다른 이들을 심판하고 단죄하기에 바빴습니다.
자기 조상들이 죽인 예언자들의 무덤을 만드는 행위에서도 그런 모습이 드러납니다. 제 딴엔 그런 보여주기식 행위를 통해 자기들은 조상들과 달리 하느님의 뜻을 전하는 예언자들을 존중하고 따른다는 것을 드러내고 싶었던 모양인데, 예수님께서 그들의 속마음을 모르실 리 없지요. 그래서 겉과 속이 다른 그들의 위선을 꼬집으며 그들을 이렇게 비판하십니다. “너희 조상들은 예언자들을 죽이고 너희는 그들의 무덤을 만들고 있으니, 조상들이 저지른 소행을 너희가 증언하고 또 동조하는 것이다.” 예언자들의 무덤을 만들고 그들의 삶을 기념하는 행위 자체는 나쁜게 아닙니다. 문제는 하느님께서 보내신 예언자들을 알아볼 눈을 갖고 있으면서, 하느님께서 보내신 가장 큰 예언자이자 그분의 말씀 자체이신 예수님을 배척하며 박해하고 있다는 것이지요. 즉 그들은 예수님이 누구신지 알면서도 그분을 박해하고 있으니, 하느님께서 보내신 예언자들을 박해했던 자기 조상들과 똑같은 짓을 하고 있는 겁니다. 그러면서도 자기들은 다른 척, 올바른 척을 하고 있으니 예수님께서 그 위선을 호되게 꾸짖으시는 것이지요.
예수님께서 바리사이들과 율법학자들을 강도 높게 비판하시는 이유는 그들이 다른 사람들에게 ‘모범’을 보여야 할 위치에 있는 이들이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겉과 속이 다른 위선적인 모습으로 나쁜 표양을 보이고 있으니, 그로 인해 다른 이들이 종교 자체에 실망하여 하느님으로부터 멀어지게 만들고 있으니, 모든 민족이 당신 아래 하나로 모여 구원받기를 바라시는 하느님의 뜻을 정면으로 거스르는 큰 죄를 짓고 있는 겁니다. “너희가 지식의 열쇠를 치워 버리고서, 너희 자신들도 들어가지 않고 또 들어가려는 이들도 막아 버렸기 때문이다.” 우리도 이 질책의 말씀에서 결코 자유롭지 않습니다. 그리스도 신앙인은 자신이 하느님 나라에 들어가 구원받기 위해 노력하면서, 동시에 다른 이들이 하느님을 알고 그분 뜻을 따름으로써 자신과 같이 그 나라에 들어갈 수 있도록 그들에게 ‘복음’을 전해야 하는 소명을 받은 사람들입니다. 누군가에게 복음을 전해주려면 먼저 내가 복음대로 살아야겠지요. 내가 복음대로 사는건 나 자신의 구원을 위한 일이기도 하고 동시에 다른 이들을 구원으로 이끄는 일이기도 합니다. 반대로 내가 복음대로 살지 않는다면 나 자신이 하느님 나라에 들어가기를 거부하는 것이고 동시에 다른 이들이 하느님 나라에 들어가는걸 방해하는 일이 됩니다. 그러니 항상 하느님 뜻 안에서 말과 행동을 일치시키며 그리스도인답게 살아야 합니다.
*함 승수 신부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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