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연중 제29주간 목요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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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박영희 | 작성일2023-10-26 | 조회수239 | 추천수4 | 반대(0) 신고 |
[연중 제29주간 목요일] 루카 12,49-53
"나는 세상에 불을 지르러 왔다."
예비자분들에게 그리스도교 신자가 되겠다고 결심한 동기가 무엇인지 물으면 많은 분들이 ‘마음의 평화를 얻기 위해서’라고 대답을 하십니다. 그러나 세례를 받고 신앙생활을 하고 있는 우리는 단지 그리스도교 신자가 된다고 해서 마음 속에 있는 불안감이나 두려움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며 완벽한 평화가 찾아오지도 않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오히려 예수님의 뜻을 따르는 복음적인 가치관과 물질적인 이익을 최우선으로 여기는 세상의 가치관 사이에서 갈등하고 고뇌하느라 더 힘이 들지요. 어렵게 어느 쪽을 선택하더라도 마음이 편안하질 않습니다. 복음적인 가치를 선택했을 때는 그로 인해 감수해야 할 손해와 불이익을 생각하며 마음이 불안해지고, 세상의 가치를 선택했을 때는 그리스도인으로서 올바르지 못한 선택을 했다는 사실 때문에 죄책감이 들고 마치 가슴 속에 무거운 돌덩이를 품고있는 것처럼 가슴이 답답하고 마음이 무겁습니다.
교회의 가르침을 충실히 따르며 살다보면 왠지 손해보는 느낌이 들 때가 많습니다. 특히 요즘처럼 여행다니기 좋은 시기에는 매 주일마다 미사에 참여하는 것부터가 엄청나게 갈등되는 일이지요. 남들은 단풍놀이다 야유회다 아무런 부담없이 신나게 다니는데, 그리스도교 신자인 나는 꼭 주일미사가 마음에 걸립니다. 남들은 이런저런 방법들을 총동원해서 승진도 잘 하고 돈도 잘 버는데, 나는 ‘FM’대로 살려니 항상 그들보다 뒤쳐지기 일쑤고, 어떤 경우에는 나의 선택 때문에 같이 일하는 사람이나 가족들이 피해를 입는 경우도 생깁니다. 그러다보니 이런 하소연을 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차라리 세례를 받지 말 것을 그랬어. 세례를 받고 신앙생활을 하면 마음이 편안할 줄 알았는데, 신경 쓸 것도 많고 남들과 부딪힐 일도 많아서 마음이 참 힘들어.’
충분히 공감이 가는 하소연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그리스도인으로 산다는 것’이 결코 손해만 보는 일이 아니라는 점도 경험을 통해 잘 알고 있습니다. 세례성사를 통해 하느님의 사랑받는 자녀로 다시 태어났을 때의 기쁨, 예수님의 몸을 처음 받아 모셨을 때의 설레임, 고해성사를 통해 마음을 무겁게 짓누르고 있던 죄로부터 해방되었을 때의 후련함, 나의 작은 선행과 보잘 것 없는 나눔 덕분에 얼굴에 행복한 미소가 번지는 사람들을 봤을 때 내 마음 속에 따뜻하게 차오르던 뿌듯함과 기쁨… 이런 것들을 생각한다면, 우리가 복음적 가치를 선택함으로 인해 받는 스트레스도 많지만, 우리가 하느님을 알게 되고 그분 안에서 살아가면서 누리게 되는 기쁨과 행복이 그보다 훨씬 더 크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것입니다.
그렇다면 하느님께서 주시는 십자가 역시 기꺼이 질 수 있어야 하겠습니다. 하느님의 뜻을 선택함으로 인해 생기는 슬픔이나 고통 또한 그분께서 주시는 선물이기에 기꺼이 수용할 수 있어야 하겠습니다. 그것이 바로 예수님께서 붙여주신 ‘신앙의 불’로 타오르는 모습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제자들에게 말씀하십니다. “나는 세상에 불을 지르러 왔다.” 예수님은 우리 마음에 불을 지르러 오셨습니다. 그 불로 우리의 세속적인 욕망과 극단적인 이기심을 모두 태워버리시고 그 자리에 당신 사랑의 불, 하느님의 뜻을 실천하고자 하는 열정의 불을 붙여주시기 위해서 입니다. 예수님의 불꽃이 우리 마음 안에서 활활 타오를 때, 우리는 예수님 때문에 겪게 되는 모든 고통을 이겨내고 진정 예수님을 따르는 삶을 살 수 있습니다. 그렇게 나의 삶이 성화되면 나는 하느님 나라에 들어가기에 합당한 자격을 갖추게 될 것입니다.
* 함 승수 신부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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