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연중 제29주간 금요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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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조재형 | 작성일2023-10-26 | 조회수660 | 추천수4 | 반대(0) |
어릴 때 한국고전문학 전집을 읽었습니다. 지금도 기억나는 이야기가 하나있습니다. 신라의 삼국통일에 큰 공헌을 하였던 ‘김유신 장군’의 이야기입니다. “김유신은 젊은 날 화류계에서 명성이 자자했던 절세미인 천관(天官)이 운영하는 술집에 자주 드나들면서 주색에 탐닉하며 깊은 사랑에 빠져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이 일을 알게 된 김유신의 어머니 만명 부인이 ‘치국평천하(治國平天下)를 꿈꾸는 사람이 항상 주색에 빠져서 어찌 큰 뜻을 이룰 수 있겠느냐?’고 호된 꾸지람을 하자 그는 천관녀의 집에 발길을 끊기로 다짐했습니다. 어머니와의 약속은 지켜져서 그 이후 천관녀의 집에 발길을 끊고 무예와 책을 읽는 데만 열중했습니다. 그러다 하루는 김유신이 전쟁에 승리하고 돌아오던 중 말위에서 졸고 있는 사이 그의 영특한 애마가 그를 태운 채 이전에 늘 다니던 옛길을 따라 습관적으로 천관녀의 집으로 데려간 것이었습니다. 천관녀는 원망하던 김유신이 찾아오자 맨발로 달려 나와 그를 반갑게 맞이했습니다. 말위에서 놀라 잠이 깬 김유신은 ‘이놈, 네가 비록 짐승이긴 하지만 어찌 주인의 뜻을 그토록 거스른 것이냐’하면서 순식간에 애마의 목을 내리치고 뚜벅뚜벅 걸어 왔다는 것입니다.” 이를 유신참마(庾信斬馬)라고 합니다. 김유신 장군이 소중하게 아끼던 말까지 베어버린 것은 다시는 유곽에 가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입니다. 나쁜 습관을 고치는 것이 정말 어렵다는 것을 보여주는 교훈입니다. 사제가 되었을 때입니다. 어머니도 전화를 하면 제게 늘 하던 이야기가 있습니다. 어머니의 눈에는 사제가 된 자식도 물가에 내어놓은 어린아이처럼 늘 걱정스럽게 보이는 것 같습니다. 김유신 장군의 모친처럼 ‘치국평천하’를 대의를 이야기하지는 않았습니다. 어머니는 3가지를 이야기하였습니다. 첫째는 ‘자주 씻으라.’고 하였습니다. 사제는 혼자 살기에 늘 몸가짐을 깨끗하게 하라고 하였습니다. 사실 혼자 지내기에 때로는 제대로 씻지 않고 잘 때가 있었습니다. 어린 시절 밖에서 돌아오면 지금처럼 자주 씻지 않았고, 그것이 제게 습관처럼 남아 있었습니다. 둘째는 ‘말을 조심하라.’고 하였습니다. 특히 어르신들에게 말을 겸손하게 하라고 하였습니다. 한국은 유교사상이 있고, 사제를 존중하기에, 사제의 직무가 소중하기에 신자들이 말을 높여 부른다고 하였습니다. 그럴수록 사제는 더욱 겸손하게 말을 하라고 하였습니다. 어머니는 말을 함부로 하는 사제가 되지 말라고 하였습니다. 셋째는 ‘술을 절제하라.’고 하였습니다. 사람이 술을 마시는 것은 좋은데 술이 과하면 술이 사람을 마시게 된다고 하였습니다. 약주를 좋아하셨던 아버지도 자식들을 위해서 돌아가실 때까지 금주하였습니다. 어머니는 제가 몸이 청결한 사제, 언행이 겸손한 사제, 정신이 맑은 사제가 되길 바랐습니다. 돌아보면 ‘재형참마(在衡斬馬)’의 삶은 못 되었습니다. 늘 흔들리는 갈대의 삶이었습니다. 오늘 독서에서 바오로 사도는 이렇게 고백합니다. “선을 바라면서도 하지 못하고, 악을 바라지 않으면서도 그것을 하고 맙니다. 그래서 내가 바라지 않는 것을 하면, 그 일을 하는 것은 더 이상 내가 아니라 내 안에 자리 잡은 죄입니다. 나는 과연 비참한 인간입니다. 누가 이 죽음에 빠진 몸에서 나를 구해 줄 수 있습니까?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나를 구해 주신 하느님께 감사드립니다.” 바오로 사도는 율법에 능통했던 바리사이였습니다. 바오로 사도는 예수님의 음성을 듣고 회개하였습니다. 율법에 능통했고, 영적으로 충만했던 바오로 사도는 때로 자신이 선과 악의 갈림길에서 방황하고 있다고 고백합니다. 그런 자신을 구원해주는 것은 오직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믿음이라고 고백합니다. 바오로 사도는 이렇게 말하였습니다. “이제는 내가 사는 것이 아니고, 그리스도께서 내 안에 사십니다. 그리스도만이 내 생의 전부입니다.” 그렇습니다. 악의 유혹은 성직자이기에 비껴가지 않습니다. 어쩌면 성직자이기에 더욱 거세게 다가오는 것 같습니다. 악의 유혹은 지식인이기에 비껴가지 않습니다. 어쩌면 지식인이가에 더욱 거세게 다가오는 것 같습니다. 아우구스티노 성인이 이야기 했던 것처럼 하느님 앞에 편히 쉴 때까지 늘 영적으로 깨어 있어야 합니다.
“위선자들아, 너희는 땅과 하늘의 징조는 풀이할 줄 알면서, 이 시대는 어찌하여 풀이할 줄 모르느냐? 너희는 왜 올바른 일을 스스로 판단하지 못하느냐?”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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