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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연중 제30 주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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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23-10-28 조회수528 추천수5 반대(0)

성지순례 중에 초남이엘 갔습니다. 초남이는 호남의 사도 유항검 아우구스티노가 살던 고향의 이름입니다. 유항검 아우구스티노는 그곳에서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났습니다. 그의 집안이 소유한 땅은 300만평이 넘었다고 합니다. 여의도 땅의 3배가 넘는다고 합니다. 그의 땅에서 나는 소출은 3만석이 넘었다고 합니다. 그런 유항검은 1784년 이승훈에게 세례를 받았고, 이제 부유한 삶이 아니라 하느님의 영광을 위한 삶을 선택하였습니다. 하느님의 영광을 위한 삶은 부유함 대신에 가난함을 택할 수도 있고, 하느님의 영광을 위한 삶은 건강한 몸 대신에 아픈 것을 택할 수도 있고, 오래 사는 것보다 일찍 죽는 것을 택할 수 있는 삶입니다. 하느님의 영광을 위한 사람은 아픈 사람은 고쳐주고, 마귀는 쫓아내고, 복음을 전하는 것입니다. 이제 유 아우구스티노에게는 빈부귀천이 따로 없었습니다. 그는 교회의 가르침을 몸소 실천하면서 모두에게 모범을 보여주었으며, 가난한 이웃은 물론, 자신의 종들에게도 애긍과 희사를 베풀었습니다. 유항검 아우구스티노는 사람들에게 교리를 가르쳤고, 복음을 전하였습니다. 사제가 없는 조선에 사제를 영입할 수 있도록 노력하였습니다.

 

이런 유항검에게 시련이 찾아왔습니다. 욥에게 시련이 닥쳤던 것처럼 유항검은 모든 재산을 빼앗겼습니다. 그에게는 파가저택(破家瀦澤)’이라는 벌이 내렸습니다. 그의 집은 모두 부수고, 웅덩이를 만들어 돼지들이나 살게 했습니다. 다시는 그가 살던 집에 사람이 살지 못하도록 하였습니다. 단순한 재산의 몰수가 아닌 대역 죄인에게 내리는 벌이었습니다. 유항검은 사랑하는 가족들과 생이별을 하였습니다. 둘째 아들 유일석(柳日碩)[6]은 흑산도로, 셋째 아들 유일문(柳日文)[3]은 신지도로, 딸 유섬이(柳暹伊)[9]는 거제도로 각각 유배되었습니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어린 아이들과 생이별하는 아픔을 겪어야 했습니다. 유항검은 능지처참의 형벌을 받아 순교하였습니다. 그의 아들과 며느리인 유중철 요한과 이순이 루갈다도 순교하였습니다. 재산의 몰수, 사랑하는 가족과의 이별, 순교로 모든 것이 끝난 것처럼 보였습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면서 모든 것이 묻혀버릴 것 같았습니다.

 

모든 시련을 끝까지 참아낸 욥에게 하느님께서는 축복을 주셨던 것처럼 하느님의 자비와 은총은 유항검을 과거의 먼 기억 속으로 버려두지 않았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유항검과 그 가족들을 기억하셨습니다. 유항검과 가족들의 묘는 전주 치명자 산꼭대기에 모셔졌습니다. 치명자 산은 성지가 되었고, 많은 순례자들이 유항검과 그 가족들을 위해서 기도하고 있습니다. 그분들의 뜨거운 열정과 신앙을 배우려고 합니다. 순례자들의 기도는 헛되지 않았습니다. 2014년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유항검과 그 가족들을 복자품에 올렸습니다. 거제도에 묻혀있던 딸 유섬이의 묘지도 발견되었습니다. 돼지들이 살던 유항검의 집터는 초남이 성지가 되었습니다. 그가 교리를 가르치던 곳은 교리당이 되었습니다. 200년 전에 잊혀질 것 같았던 유항검 아우구스티노와 그의 가족들은 교회가 존재하는 한 언제나 우리의 기억 속에 남아 있을 것입니다. 200년 전에 호남의 사도였던 유항검 아우구스티노는 이제 복자가 되어 천국에서 빛나는 별이 되었습니다. 우리 신앙인들이 따라야 할 이정표가 되었습니다.

 

오늘 탈출기는 이렇게 이야기 합니다. ‘가난한 사람, 고아나 과부를 업신여기거나, 무시하지 마십시오. 그들에게 받을 것이 있어도 무리해서 그들의 처지가 너무 힘들지 않도록 하십시오.’ 하느님께서는 자비하신 분이기 때문입니다. 가난한 사람을 도와주고, 과부나 고아를 돌보아 주는 것은 우리가 선행을 베푸는 것이고 그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사실 그것은 나를 하느님께로 이끌어 주는 은총의 시간이기 때문입니다. 유항검 아우구스티노 복자는 그런 삶을 살았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여러분은 온 마음과 생각과 정성을 다해서 하느님을 사랑하십시오. 이것이 가장 큰 계명입니다. 그리고 여러분의 몸처럼 여러분의 이웃을 사랑하십시오. 이것이 율법과 계명의 근본정신입니다.’ 남을 위한 희생과 봉사는 자랑할 것은 아닙니다. 가난한 이를 도와주고 가진 것을 나누는 것은 생색을 낼 일도 아닙니다. 오히려 감사할 일입니다. 그러한 삶을 통해서 우리는 하느님을 만날 수 있고, 하느님과 함께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유항검 아우구스티노 복자는 그런 삶을 살았습니다.

 

오늘 제2독서에서 바오로 사도는 환난과 박해를 이겨낸 사람들에게, 하느님의 말씀을 충실하게 따른 사람들에게 큰 축복이 주어지리라고 말해 주고 있습니다. “여러분은 큰 환난 속에서도 성령께서 주시는 기쁨으로 말씀을 받아들여, 우리와 주님을 본받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그리하여 여러분은 마케도니아와 아카이아의 모든 신자에게 본보기가 되었습니다.” 유항검 아우구스티노 복자는 조선의 모든 신자들에게, 오늘을 사는 우리들에게 신앙의 본보기가 되었습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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