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모든 성인 대축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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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박영희 | 작성일2023-11-01 | 조회수205 | 추천수4 | 반대(0) 신고 |
[모든 성인 대축일] 마태 5,1-12ㄴ
“기뻐하고 즐거워하여라. 너희가 하늘에서 받을 상이 크다.”
오늘은 하늘 나라의 모든 성인을 기리는 대축일로, 하느님과 함께 영광을 누리는 성인들의 모범을 본받고자 다짐하는 날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참 행복을 얻기 위해서, 다시 말해 하느님과 완전히 일치되어 참된 행복을 누리는 ‘성인’(聖人)이 되기 위해서는 ‘역설’적인 삶을 살아야 한다고 가르치십니다. 예수님께서 제시하시는 참된 행복의 길을 하나하나 살펴보면 세상이 제시하는 행복의 길과 정 반대인 겁니다. 세상 사람들은 말하지요. ‘재산이 많아야 행복하다’, ‘슬픔도 고통도 없는 꽃길을 걷는게 행복이다’, ‘안정되고 평온한 삶이 최고다’라고 말입니다. 그런데 예수님은 그 반대가 행복의 길이라고 하시니 머리로는 그 말씀을 따라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막상 마음으로는 받아들이기 힘든게 사실입니다.
예수님이 제시하시는 행복의 길을 마음으로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그 안에 숨은 의미를 제대로 알아들어야 합니다. 여기서 주의해야 할 점은 ‘시제’입니다. 여덟 가지 행복의 조건들은 서로 시제가 다릅니다. 첫번째와 마지막 조건은 우리가 ‘행복하다’고 말씀하시는 그 이유가 실현되는 시간이 ‘현재’입니다. ‘마음이 가난’한 사람, 즉 하느님의 은총과 사랑을 간절히 바라는 사람과 ‘의로움 때문에 박해를 받는 사람’, 즉 주님의 뜻을 따르기 위해 시련과 고통마저 마다하지 않는 사람은 ‘하느님 나라’를 소유하게 되기에 ‘지금’부터 행복하다고 하십니다. 하느님 나라는 우리가 사는 이 세상에서 ‘이미’ 시작되었기 때문입니다.
반면 두번째부터 일곱번째까지 조건은 우리가 ‘행복하다’고 말씀하시는 그 이유가 실현되는 시간이 ‘미래’입니다. 하느님 나라가 이 땅위에 완전히 실현되어 완성에 이르면 그것이 주는 참된 기쁨과 행복을 온전히 누릴 수 있으리라 희망하며 지금의 어려움을 극복하라는 것이지요. 지금 슬퍼해야 행복해진다는게 아니라 하느님 나라가 실현되면 그분께서 우리 눈물을 닦아 주시며 위로해주실 것이기에 행복합니다. 지금 온유해야, 세상에서 ‘바보’소리 들으며 살아야 행복해진다는게 아니라 하느님의 옆자리에서 그분과 영원히 함께할 것이기에 행복합니다. 지금 자비를 베풀어야 행복해진다는게 아니라 하느님께서 내가 세상에서 베풀고 나눈 것에 넘치도록 후하게 덤을 얹어 은총과 복으로 되돌려 주실 것이기에 행복합니다. 지금 내 마음이 여러 복잡한 생각들로 혼란스럽지 않고 평온해야 행복해진다는게 아니라, 하느님 나라가 완성되면 다른 헛된 일에 에너지를 낭비하지 않고 내가 사랑하는 하느님만 바라볼 수 있게 될 것이기에 행복합니다. 지금 이 세상에 평화를 이루기 위해 노력해야만 행복해진다는게 아니라, 우리가 다툼과 갈등을 멈추고 하느님 품 안으로 모이면 그분께서 우리를 당신 자녀로 받아주실 것이기에 행복합니다.
그리스도인은 언젠가 우리 본향인 천국으로 돌아가 그곳에서 하느님과 함께 누리게 될 완전하고 영원한 행복을 추구하는 사람들입니다. 그 ‘찐 행복’을 위해서 세상이 ‘행복의 조건’으로 내거는 부질 없는 것들에 집착하거나 휘둘리지 않고 믿음으로 중심을 잡고 살지요. 더 가질 수 있어도, 더 올라갈 수 있어도, 더 큰소리 칠 수 있어도 스스로 내려놓고 뒤로 물러서 침묵하며 먼저 주님의 목소리를 들으려고 노력합니다. "너는 이미 받을 상을 다 받았다"는 말씀을 듣게될까 두려워, "너희가 하늘에서 받을 상이 크다"는 말씀이 꼭 듣고 싶어서 그러는 겁니다. 그 말씀을 듣게될 때 내 영혼에 충만하게 차오를 참된 기쁨을 생각하며 마음이 설레어 현재의 십자가를 기꺼이 짊어지는 우리는 지금부터 행복합니다.
* 함 승수 신부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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