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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연중 제31주간 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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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박영희 쪽지 캡슐 작성일2023-11-07 조회수201 추천수5 반대(0) 신고

[연중 제31주간 화요일] 루카 14,15-24 

 

 "어떻게 해서라도 사람들을 들어오게 하여, 내 집이 가득 차게 하여라."

 

 

어떤 자리에 오기로 했던 사람이 예약 또는 약속을 취소하지 않은 채 정해진 시간이 되어도 나타나지 않는 것을 ‘노쇼’(No-Show)라고 합니다. 물론 그렇게 하는데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을 겁니다. 갑자기 일정을 조정하기 어려운 난처한 상황이 생겼을 수도 있지요. 그런데 ‘부득이한 상황’이 아닌데도 그냥 나타나지 않는 경우가 꽤 많다고 합니다. 그만큼 그 약속을 가볍게 여긴 것이고, 다른 것을 더 중요하게 여긴 것이며, 그 자리를 준비하는 이들의 노고와 자신이 그 약속을 일방적으로 파기하면 그들이 감수하게 될 피해를 대수롭지 않게 여긴 겁니다. 그래서 요즘은 ‘노쇼’를 예방하기 위해, 또한 자리를 준비하는 이들이 받는 피해를 일정부분 보상하기 위해 일정 시간이 지나면 ‘취소 위약금’을 물리는 곳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오늘 복음 속 비유에서도 어떤 사람이 정성들여 마련한 잔치에 ‘노쇼’하는 이들의 모습이 보입니다. 그들이 대는 핑계도 각양각색입니다. 첫째 사람은 자기가 산 밭을 보러나가야 한다고 합니다. ‘밭을 샀다’는건 자신이 지낼 안정된 거처를 마련했다는 뜻입니다. 그렇게 마음이 안정되고 나니 잔치에 처음 초대받았던 때의 기쁨과 설렘은 온 데 간 데 없이 사라져버리고, 어떻게 하면 그 거처를 더 잘 꾸밀 수 있을지에만 관심을 기울이게 되지요. 둘째 사람은 자기가 산 겨릿소 다섯 쌍이 얼마나 일을 잘 하는지 시험해보러 가야 한다고 합니다. 크고 힘 센 소 열 마리면 농사든 건축이든 해내지 못할 일이 없지요. 삶의 기반을 닦고 재물을 마련할 훌륭한 도구가 생겼으니 그 도구를 이용하여 성공이라는 목적지를 향해 달려갈 생각만 하는 겁니다. 셋째 사람은 장가를 들어서 못간다고 합니다. 성경에서 혼인은 하느님과 이스라엘 사이에 맺은 쌍무계약을 가리키지요. 먼저 자기를 초대한 주인이 아닌 다른 이와 함께 하려는 건 ‘배신’입니다. 그는 하느님의 ‘신부’가 되기를 거부하고 다른 신부를 맞이하여 ‘신랑’이 되려고 하는 겁니다. 하느님을 주님으로 모시고 순명하기 보다, 내 삶의 주도권을 온전히 내가 쥐고 ‘신’이 되려하니 ‘우상숭배’를 저지르는 셈입니다.

 

하지만 초대받은 이들의 배신과 불충에도 불구하고 주인은 사람들과 함께 어울려 잔치의 기쁨을 누리는 일을 끝까지 포기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어떻게 해서라도 사람들을 들어오게 하여 잔치집이 가득차게’ 만들기 위해 온 힘을 기울입니다. “어떻게 해서든” 우리를 구원하시기 위해, 우리를 천국의 잔치에 불러주시기 위해 애쓰시는 하느님의 모습입니다. 교회 안에도, 그분 마음에도, 하느님 나라에도 그분께서 우리를 위해 마련하신 은총의 자리가 ‘아직’ 많이 남아 있습니다. 우리의 자유를 존중하시기에 억지로 끌고 가시지는 않지만, 우리에게서 한시도 눈을 떼지 않고 우리가 구원의 잔치에 참석할 때까지 지켜봐주시고 기다려주시는 하느님이십니다. 우리가 그 잔치에 들어가지 못한다고 해서, 구원과 영원한 생명을 얻지 못한다고 해서 당신께 아쉬울 건 없지만, 우리를 너무나 사랑하시기에 정말 그런 상황이 생기면 어쩌나 걱정하시고 안타까워하시는 하느님이십니다.

 

그런 하느님 마음을 조금이라도 헤아린다면, 신앙생활을 ‘취미생활’처럼 해서는 안되겠습니다. 무엇이 나에게 더 중요한 일인지, 무엇이 나의 구원과 참된 행복을 위해 더 시급한 일인지를 제대로 식별하고 올바른 선택을 해야겠습니다. 하느님을 먼저 선택하면 그분께서 나머지를 다 채워주십니다. 그러나 욕심과 집착 때문에 세상의 것을 택하면 하느님과 일치될 기회를 놓치게 됩니다. 그러니 그분의 부르심에 즉시 응답해야 합니다. 이런저런 이유와 핑계를 대며 미적거리다가는 기회를 영영 놓치게 됩니다. 아직 구원의 기회가 남아있는 ‘지금’이라는 시간이 언제 끝날지는 아무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 함 승수 신부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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