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연중 제32주간 화요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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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조재형 | 작성일2023-11-13 | 조회수538 | 추천수5 | 반대(0) |
‘고향이 좋아’라는 노래가 있습니다. 가사는 이렇습니다. “타향도 정이 들면 고향이라고/ 그 누가 말했던가 말을 했던가. 바보처럼 바보처럼 아니야 아니야/ 그것은 거짓말 향수를 달래려고/ 술이 취해 하는 말이야/ 아 타향은 싫어 고향이 좋아/ 님 생각 고향 생각 달래려고 하는 말이야/ 타향은 싫어 고향이 좋아.” 이번에 한국에 다녀오면서 ‘고향이 좋아’라는 노래의 가사가 다 맞는 것이 아니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4년이 넘게 뉴욕에 살면서 타향도 정이 들면 지낼 만 한 곳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뉴욕에는 제가 해야 할 일이 있고, 만나면 좋은 사람들이 있고, 편히 쉴 수 있는 공간이 있기 때문입니다. 한국에서 지내는 동안 모든 것이 좋았습니다. 신자들과 함께 성지순례를 하였습니다. 부모님이 계신 추모관에 가서 연도를 하였고, 가족들과 함께 미사를 봉헌했습니다. 보고 싶었던 동창 신부님들도 만나고, 함께 했었던 교우들을 만났습니다. 동창 신부님의 배려로 좋은 숙소에서 편히 지낼 수 있었습니다. 한국은 깨끗하고, 편리하고, 모든 것이 익숙했습니다. 그럼에도 왠지 어색하고, 마음이 편하지 않았습니다. 이유는 제가 잠시 머물기 위해서 왔기 때문입니다. 짧은 시간에 많은 약속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제가 해야 할 일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뉴욕 공항에 내리면서 하늘을 보니 마음이 편했습니다. 타향도 정이 들면 고향이 될 수 있기에 많은 사람들이 이민 와서 정을 나누며 사는 것 같습니다. 뉴욕에서 임기를 마치고 다시 한국으로 돌아가면 그때는 한국에 더 많은 정이 갈 것 같습니다. 생각하니 사제의 삶은 ‘유목민’의 삶과 비슷합니다. 어느 한 곳에 오래 머물기 보다는 교구의 인사이동에 따라서 계속 머무는 곳이 바뀌기 때문입니다. 32년 사제생활을 하면서 6곳의 본당에 있었습니다. 4곳에서는 보좌신부를 하였고, 2곳에서는 본당 신부를 하였습니다. 중견사제 연수와 제주도 엠마오 연수를 하였습니다. 캐나다 토론토에서 영성신학을 공부하였고, 용문 수련장에서도 지냈습니다. 지금은 이곳 뉴욕에서 신문 만드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처음 사제로 사목했던 중곡동에서의 생활은 먼 기억 속에 아련한 추억이 되었습니다. 용산에서는 3분의 본당 신부님을 모셨던 기억이 있습니다. 세검정에서는 2년 동안 성전신축을 하면서 빌라에서 지냈습니다. 제기동에서는 말년 보좌신부로 지냈습니다. 적성에서는 드디어 본당신부가 되어서 지냈습니다. 그러니 제게는 타향이 곧 고향 같습니다. 우리 신앙의 조상인 아브라함도 ‘유목민’의 삶을 살았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아브라함을 부르셨고, 아브라함은 하느님의 부르심을 받고 정든 고향을 떠났습니다. 신앙인들에게는 어디에 사느냐도 중요하겠지만 어떻게 사느냐가 더 중요합니다. 하느님의 뜻을 따르고, 하느님의 의로움을 드러낼 수 있다면 바로 그곳이 하느님의 나라입니다. 내 욕망과 내 욕심을 먼저 찾으려고 한다면 아무리 편하고, 풍요로운 곳일지라도 결코 하느님의 나라가 될 수 없습니다. 오늘 독서는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이렇게 말하고 있습니다. “주님을 신뢰하는 이들은 진리를 깨닫고 그분을 믿는 이들은 그분과 함께 사랑 속에 살 것이다. 사람들이 보기에 의인들은 벌을 받는 것 같지만 그들은 불사의 희망으로 가득 차 있다.” 지금의 대한민국은 유목민처럼 먼 타향에서 땀 흘린 분들의 헌신과 희생이 있었음을 기억해야 합니다. 조국의 독립을 꿈꾸며 독립운동을 했던 분들이 있습니다. 광부로 파견되고, 간호사로 파견되어 힘들게 살았던 분들이 있습니다. 열사의 사막에서 땀 흘린 분들이 있습니다. 그분들은 고통 받는 것 같았지만 희망이 있었습니다. 우리가 주님을 신뢰한다면, 진리를 깨닫는다면 주님께서는 언제나 우리와 함께 하실 것입니다. 주님께서 함께하신다면 그곳이 바로 하느님의 나라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주님께 이렇게 말해야 합니다. “저희는 쓸모없는 종입니다.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입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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