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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연중 제32주간 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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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박영희 쪽지 캡슐 작성일2023-11-14 조회수227 추천수4 반대(0) 신고

[연중 제32주간 화요일] 루카 17,7-10

 

 “너희도 분부를 받은 대로 다 하고 나서, ‘저희는 쓸모없는 종입니다. 해야 할 일을 하였을 뿐입니다.’ 하고 말하여라.”

 

 

“오냐, 오냐 하니까 할애비 수염까지 당기려고 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할아버지가 예뻐해주고 잘 대해주니까 ‘위 아래’도 모르고 버르장머리 없이 구는 미성숙한 손주를 나무라는 말이지요. 하지만 철이 든 사람, 인격적으로 성숙한 사람은 그러지 않습니다. 자기가 받는 사랑을 당연하게 여기지 않기 때문입니다. 상대방이 자신에게 잘해줄수록 더 큰 고마움을 느낄 뿐만 아니라, 그 사람을 더 사랑하고 존경하는 마음을 갖게 되기 때문입니다. 자기는 특별히 잘난 점도 없는데 과분한 사랑을 받고 있다는 겸손한 마음을 지니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런 점들 때문에 다른 이들로부터 더 큰 사랑을 받게 됩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이 말씀하시는 것도 이와 같은 겸손과 감사의 관계에 관한 내용입니다.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이듯, 주인의 뜻에 순명하는 충직하고 겸손한 종은 어떤 일을 한 다음에, 대단한 일을 하기라도 한 것처럼 주인 앞에서 유세를 부리거나 대가를 요구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렇게 해봐야 자신에게 좋을 바가 하나도 없음을 잘 알기 때문입니다. 자신이 그런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던 것은 자기 능력이 대단해서가 아니라, 꼼꼼하게 준비해주고 세심하게 신경써주며 잘 할 수 있도록 이끌어준 주인 덕분임을, 자신은 그저 주인이 정성스럽게 다 차린 밥상에 ‘숟가락’만 하나 얹었을 뿐임을 잘 알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자기가 해야할 바를 다 이룬 다음에도 자신은 주인의 도움과 보살핌이 없으면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쓸 모 없는 종’일 뿐이라며 자신을 낮춥니다. 그리고 그 겸손과 순명이 그 종으로하여금 주인으로부터 더 큰 신뢰와 사랑을 받게 만드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는 겁니다.

 

그것은 주님과 우리 사이의 관계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는 각자가 이루는 일들이 순전히 자기 능력과 힘으로 이룬 것이라 착각하지만, 그 모든 것들은 주님의 섭리 안에서 그분 뜻에 따라 이루어진 것이지요. 그러니 으스대거나 생색낼 생각말고 자신이 누구를 위하여, 그리고 무엇을 위하여 일하고 살아가는지를 잘 생각해봐야 합니다. 종은 자기 자신을 위해, 자신이 더 큰 이익을 취하기 위해 일하지 않습니다. 자신을 보살펴주고 사랑해주는 주인을 위해, 그 주인이 바라는 뜻을 함께 이루기 위해 일할 뿐이지요. 그렇게 함으로써 주인과 함께 영광과 기쁨을 누리는 것이 자신이 받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임을 잘 알기 때문입니다.

 

그리스도 신앙인은 자기 자신을 위하여 살지 않고 주님과 그분 뜻을 위해 삽니다. 신앙인은 하느님 말씀과 뜻대로 살고자 최선을 다해 노력하는 사람입니다. 개인적이고 주관적인 뜻을 내려놓고, 세속적이고 물질적인 이익을 포기함으로써 하느님께 더욱 가까이 다가가는 사람들입니다. 그런 이들만이 기쁜 마음으로 하느님을 ‘주님’이라고 부르며 따를 수 있습니다. ‘주 - 종’ 관계에서 폭력과 압박에 의해 못이겨 억지로 따르는게 아니라, 하느님과 맺은 사랑의 관계 안에 깊이 머무르며 겸손과 순명으로 기꺼이 그분 뜻을 따르는 겁니다. 그리고 그런 자신의 행동에 대해 당연한 듯 보상이나 대가를 요구하지 않는 겁니다. 그러면 하느님께서 우리와 함께 계시면서 당신이 직접 우리의 보상이 되어 주십니다. 그렇게 우리는 하느님 만으로 만족하는, 그분과 함께 머무르는 것만으로 기뻐하고 감사하는, 참으로 행복한 존재가 됩니다. 

 

* 함 승수 신부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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