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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연중 제32주간 수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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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박영희 쪽지 캡슐 작성일2023-11-15 조회수301 추천수3 반대(0) 신고

[연중 제32주간 수요일] 루카 17,11-19 

 

 “그들 가운데 한 사람은 병이 나은 것을 보고 큰 소리로 하느님을 찬양하며 돌아와, 예수님의 발 앞에 엎드려 감사를 드렸다.“

 

 

사람들은 보통 일이 잘되면 자기가 잘한 ‘덕’이고, 잘 안되면 남들이 잘못한 ‘탓’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를 사회심리학 용어로 ‘베네펙턴스’ 현상이라고 부르지요. 성공에 대한 자신의 공로는 크게 부풀려서 보고, 실패에 대한 자기 책임은 별거 아닌 것처럼 축소해서 보려는 경향을 보이는 겁니다. 그런 경향은 심지어 하느님과의 관계에서도 나타나지요. 어떤 일이 잘 되게 해달라고 하느님께 열심히 기도하면서 그 기도를 들어주신다면 그 보답으로 이러저러한 것들을 해드리겠노라고 철썩같이 약속해 놓고서는, 막상 그 일이 잘 되고나면 하느님께 대한 감사도, 자기 입으로 내뱉은 서원도 까맣게 잊어버리고 마치 자기 능력과 노력으로 그것을 다 이룬 것처럼 굽니다. 반면 그 일이 잘 안 되면 그 과정에서 자신이 어떤 부분을 잘못했고 어떤 부분이 부족했는지는 제대로 살펴보려 하지 않고, 그 모든걸 하느님 탓으로 돌리며 그분을 원망하고 멀어지려고 들지요. 참으로 미성숙하고 속 좁은, 우리의 부끄러운 모습입니다.

 

오늘 복음에서도 그런 모습이 아주 적나라하게 드러납니다. 모두 열 사람의 나병환자가 예수님으로부터 크나큰 은총을 입어 피부병이 낫고 몸이 깨끗해졌는데, 그 중 단 한 사람만이, 그것도 유다인이 ‘이방인’ 취급하며 무시하고 배척하던 사마리아인만이 예수님께 돌아와 자신이 받은 은총에 대해 감사의 인사를 드린 겁니다. 나머지 ‘아홉’ 사람의 유다인들은 그냥 자기 고향으로 돌아가버린 것이지요. 아마도 그들은 자기들이 치유의 은총을 입은 것을 ‘당연한 일’로 여겼던 듯 합니다. 자기들이 그 오랜 시간동안 그토록 큰 고통을 겪었으니, 자기들이 나병환자라는 신분에도 불구하고 용기를 내어 예수님 가까이 다가갔으니, 예수님께서 그런 자신들에게 은총을 베푸셔야 마땅하다고 생각한 겁니다. 치유라는 기적이 일어나는데에 하느님의 은총과 섭리보다 자신들의 노력이 기여한 바가 더 크다고 착각했던 겁니다. 그런 뻔뻔함과 교만에 빠져 하느님께 당연히 드려야 할 감사와 찬미라는 과정을 생략해버렸고, 한시라도 빨리 깨끗해진 자기 몸을 사제에게 보임으로써 나병에 걸렸다는 이유로 잃어버린 자기들의 권리를 되찾는데에만 신경을 썼습니다. 큰 은총을 입었다면 그 은총을 베풀어주신 하느님 가까이로 나아갔어야 했는데, 받은 은총 자체에만 머물러 있다보니 그럴 기회를 놓쳐버렸습니다. 그렇게 ‘만나를 먹고도 죽은’ 자기 조상들처럼 어리석은 사람이 되었습니다.

 

반면, 그들이 ‘이방인’이라고 무시하며 배척했던 사마리아인은 자신이 받은 은총을 당연하게 여기지 않았습니다. 자신은 이스라엘 백성에 속하지 않기에, 엄밀히 따지면 유다인들이 ‘메시아’라고 부르는 구원자로부터 은총을 받을 자격이 없는 부족하고 죄 많은 사람인데, 주님께서 그런 자신에게까지 치유의 은총을 베풀어주셨으니 마땅히 감사의 인사를 드려야 한다고, 그에 대한 보답을 해야한다고 생각했던 겁니다. 그래서 ‘화장실 들어갈 때와 나올 때의 마음이 달랐던’ 유다인들과 달리, 개인적인 모든 일을 제쳐두고 주님께 돌아가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그리고 그 감사의 힘으로 더 깊은 믿음의 수준에 도달한 그는 단순히 육체적 질병이 치유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영혼까지 구원받는 더 큰 은총을 얻게 됩니다.

 

오늘 복음의 내용에서 중요한 것은 “그들이 가는 동안에 몸이 깨끗해졌다”는 것입니다. 치유의 기적은 당장 이해하거나 받아들이기 어려운 주님 말씀을 믿음과 순명으로 받아들이며 따르는 신앙의 여정을 걸어가는 도중에 일어납니다. 약속된 시간에 갑자기 짠 하고 낫는게 아니라 그저 믿고 걸어가다보니 ‘어느 새’ 나은 겁니다. 우리 삶에서 벌어지는 수많은 기적들이 그런 식으로 우리를 찾아옵니다. 그리고 그 기적들을 제대로 알아보고 그 안에서 참된 의미와 기쁨을 찾을 수 있는 힘은 ‘감사’의 마음에서 우러나옵니다.

 

* 함 승수 신부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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