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연중 제32주간 금요일, 헝가리의 성녀 엘리사벳 수도자 기념]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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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박영희 | 작성일2023-11-17 | 조회수264 | 추천수3 | 반대(0) 신고 |
[연중 제32주간 금요일, 헝가리의 성녀 엘리사벳 수도자 기념] 루카 17,26-37
"시체가 있는 곳에 독수리들도 모여든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사람의 아들’이 세상에 오는 날, 즉 이 세상에 종말이 닥쳐오는 그 날을 어떻게 준비해야 되는지를 알려주십니다. 그 날은 우리가 전혀 예상하지 못한 순간에 갑자기 닥쳐올 것입니다. 또한 일단 종말이 시작되면 우리가 이 세상의 것들로 아무리 단단히 대비를 한다한들 그것을 피하거나 막을 수 없을 것입니다. 그렇기에 종말이 ‘언제’, ‘어디서’, ‘어떻게’ 일어날 지를 미리 아는건 아무 의미가 없습니다. 종말의 순간이 닥쳐오더라도 두려움과 걱정에 빠져 뒤를 돌아보지 말고 오직 구원을 향해서 담대히 앞으로 나아가는 용기와 결단만이 중요할 뿐이지요. 하느님을 믿고 따르며 그분께 나 자신을 온전히 의탁하기로 결심했다면, 오직 하느님의 뜻만 바라보며 가야지 다른 데에 정신을 팔아서는 안됩니다. 롯의 아내가 겪은 일을 보면 우리가 어떻게 해야할지가 더욱 분명해집니다. 자신들이 살던 성읍에 불벼락이 내려 멸망할 위기에서 남편 덕분에 목숨을 보존할 기회를 얻었던 그녀는, 급하게 나오느라 집에 두고 온 재산들이 못내 아쉬워 하느님의 말씀을 어기고 뒤를 돌아보았다가 ‘소금 기둥’으로 변해버렸고 소돔과 함께 멸망하고 말았지요. 주님의 뜻에 따라 구원의 길을 걷는 우리는 그와 같은 전철을 밟아서는 안됩니다. 믿음이라는 쟁기에 손을 얹었다면 하느님 나라라는 최종목적지만 바라봐야지, 세상 것들에 집착하며 자꾸만 한눈을 팔아서는 안되는 겁니다. 그러다간 중간에 길을 잃고 헤매다가 결국 멸망하게 될테니까요.
그러면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야 하느님 나라만 바라보며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까요? 죄를 짓지 않도록 조심하면 될까요? 그게 아니라고 아무리 강조해도 아직 많은 신자분들이 십계명을 거스르는 큰 죄를 짓지만 않으면 구원받을 수 있을거라고, 하느님 나라에 들어갈 수 있을거라고 생각하십니다. 하지만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이 심판받은 이들의 대표적인 예로 드시는 두 경우를 보면, 그들이 멸망한 것은 극악무도한 범죄를 저질러서가 아닙니다. 죽음 이후의 삶을, 하느님과 함께 살아갈 영원의 시간을 위한 준비는 전혀 하지 않은 채, ‘먹고 마시고 사고 팔고 심고 짓고’ 하는 세상의 일에만 몰두했기 때문입니다. 세상이 주는 즐거움에 집착하느라 하느님과 그분의 뜻으로부터 멀어져버렸기 때문입니다. 우리도 그럴겁니다. 인간적이고 세속적인 즐거움에 빠져 주님의 뜻을 알려고 하지도, 하느님을 경외하지도, 그분의 의로움을 구하지도, 사랑과 자비를 실천하지도 않고 나태하고 게으르게 살아간다면 종말의 순간 이 세상과 함께 멸망하게 될 겁니다.
그렇게 되지 않으려면 오늘 복음의 마지막 말씀을 마음에 깊이 새기고 항상 생각해야 합니다. “시체가 있는 곳에 독수리들도 모여든다.” 썩은 고기가 독수리를 끌어들이듯, 하느님 뜻에 깨어있지 못해 영적으로 썩어버린 죄인들은 자신들의 삶에 심판을 불러오게 된다는 뜻입니다. 우리는 고통과 시련을 자기에게 닥쳐오는 심판으로 착각하여 그것이 언제 어떻게 닥쳐올지를 미리 알아내고 피하는데에만 신경을 쓰지만, 우리가 정말 신경써야 할 것은 자기 죄를 진심으로 뉘우치고 회개하며 하느님의 뜻을 성실하게 실천하는 일입니다. 그렇게 평소부터 잘 준비하고 있으면 심판의 순간이 언제 닥쳐와도 걱정할 필요가 없습니다. 세상의 구원자이신 주님께서 우리를 만나러 오시는 그 날, 우리 모두가 그분을 기쁘게 맞이하는 ‘슬기로운 처녀’가 되기를 희망합니다.세상 것들에 대한 미련과 집착으로 소중한 기회를 놓치지 않도록, 늘 사랑에 열린 마음으로 내가 만나는 모든 이들을, 특히 누군가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작고 약한 이들을 주님처럼 대하고 섬겨야겠습니다.
* 함 승수 신부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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