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연중 제34주간 수요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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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조재형 | 작성일2023-11-28 | 조회수522 | 추천수5 | 반대(0) |
연중 제34주간 수요일 교우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날씨가 추워지면서 온풍기를 틀었습니다. 작동이 잘 되었는데 이번에는 무슨 문제가 있는지 잘 안되었습니다. 신문사의 운영이나, 사람과의 만남에는 울렁증이 없는데 기계에는 울렁증이 있습니다. 잘 모르면 배우면 되는데, 잘 모르니 관심도 없는 편입니다. 밀림은 비가 자주오니 더욱 밀림이 되고, 사막은 비가 오지 않으니 더욱 사막이 되는 것처럼 ‘디지털’ 시대에 더욱 문맹이 되는 것 같아 걱정입니다. 그래도 은행 업무, 온라인 쇼핑 업무는 디지털로 할 수 있으니 다행입니다. 젊은 신부님들은 디지털 시대에 최적화 된 것 같아서 부럽습니다. 온라인으로 기차표를 예약하고, 손가락 몇 번 움직이면 새로운 세상으로 쉽게 들어가는 것 같습니다. 곧 추운 겨울이 오기에 큰 맘 먹고 온풍기 앞으로 갔습니다. 빨간 불이 깜빡이는데 들여다보니 필터라고 표시된 곳이었습니다. 지난번에 세탁물 건조기도 필터를 깨끗이 하라는 말을 들었기에 온풍기 옆과 뒤를 보니 손으로 뺄 수 있는 필터가 있었습니다. 꺼내니 먼지가 수북이 쌓여 있었습니다. 지난 4년 동안 한 번도 청소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깨끗이 청소해서 다시 제자리에 놓았습니다. 그랬더니 온풍기는 잘 돌아갔습니다. 안 해서 그렇지 저도 하면 할 수 있다는 것을 새삼 알았습니다. 세례를 받아 깨끗해진 우리의 마음에도 영적인 먼지가 쌓이기 마련입니다. 한두 달은 모르겠지만 계속해서 먼지가 쌓이면 우리 마음의 필터도 문제가 생기고 하느님과 소통하는데 어려움이 있기 마련입니다. 어떤 먼지가 쌓이기에 우리는 양심이 무디어지고, 열정이 식어갈까요? 첫째는 교만이라는 먼지입니다. 이것은 한번 우리 마음에 쌓이면 좀처럼 떨어지지 않습니다. 작정하고 떼어내야만 합니다. 우리의 원죄도 ‘교만’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교만한 바리사이의 기도와 교만한 바리사이의 헌금을 나무라셨습니다. 겸손한 세리의 기도와 겸손한 과부의 헌금을 칭찬하셨습니다. 둘째는 근심이라는 먼지입니다. 예수님께서도 늘 제자들에게 ‘두려워 말라’고 말씀하셨습니다. 풍랑에 마음이 흔들리던 제자들에게도 ‘두려워 말라. 내가 너희 곁에 있다.’라고 하셨습니다. 물위를 걷다가 두려움 때문에 빠져들던 베드로의 손을 잡아 주시면서도 ‘왜 두려워하느냐.’라고 하셨습니다. 근심이라는 먼지가 쌓이면 우리는 아름다운 가을의 단풍도 보지 못합니다. 하늘을 나는 멋진 새의 모습도 보지 못합니다. 내 앞에서 손을 내미는 기쁨을 느끼지 못합니다. 우리 마음에 쌓인 죄의 먼지들을 깨끗하게 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양심성찰을 하는 것입니다. 고백성사를 통해서 하느님과 화해하는 것입니다. 필터를 청소한 온풍기가 따뜻하고 깨끗한 바람을 내 보내듯이, 깨끗해진 우리의 영혼은 하느님과 소통하고, 열정으로 세상을 바라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요즘 우리는 묵시문학의 이야기를 묵상하고 있습니다. 묵시문학은 말해주고 있습니다. 아무리 강한 조직과 나라일지라도 하느님의 뜻을 따르지 않는다면, 하느님과 함께 하지 않는다면 악의 표적이 될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아무리 나약하고, 작은 나라일지라도 하느님의 뜻을 따르면 하느님과 함께 한다면 주님께서 이끌어 주시니, 강가에 심어진 나무처럼 생기가 돋을 것이라고 말합니다. 신자 분들을 만나면서 많은 묵상을 하게 됩니다. 자녀문제로,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부부의 불화로 힘들고 어렵게 지내는 가정이 많았습니다. 신앙을 갖지 않았다면, 하느님을 알지 못했다면 도저히 이겨낼 수 없는 문제들로 가슴아파하는 분들을 보았습니다. 묵시문학은 이야기 합니다. ‘이 모든 것들도 다 지나가리라.’ 결국 하느님을 믿고 따르는 사람들은 밝은 빛을 보리라고 말을 합니다. “인내로서 생명을 얻으리라”는 예수님의 말씀을 묵상하면서 예전에 읽었던 시가 생각납니다.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아름다운 꽃들도 다 흔들리면서 피었나니 흔들리면서 줄기를 곧게 세웠나니 흔들리지 않고 가는 사랑이 어디 있으랴
젖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빛나는 꽃들도 다 젖으며 젖으며 피었나니 바람과 비에 젖으며 꽃잎 따뜻하게 피웠나니 젖지 않고 가는 삶이 어디 있으랴”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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