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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성 안드레아 사도 축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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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23-11-29 조회수539 추천수6 반대(0)

우리말의 어원을 배우는 것은 유익하고 재미있습니다. ‘문지방에 앉지 마라.’는 말이 있습니다. 저도 어려서 어른들에게 그런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이유는 몰랐지만 어른들이 그렇게 말하니 따랐습니다. 며칠 전에 그 의미를 들었습니다. 문지방은 경계선이라고 합니다. 삶과 죽음의 경계, 선과 악의 경계, 빛과 어둠의 경계, 적과 친구의 경계, 안과 밖의 경계를 의미한다고 합니다. 이 경계는 금기를 의미하기도 합니다. 하느님께서는 아담과 하와에게 낙원을 주셨습니다. 그 낙원에는 하나의 금기가 있었습니다. ‘선악과입니다. 하느님께서는 다른 것들은 다 가져도 되지만 선악과는 만지거나, 먹지 말라고 하셨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소돔과 고모라를 떠나는 롯에게도 를 돌아보지 말하고 하셨습니다. 롯의 아내는 뒤를 돌아보면서 소금기둥이 되고 말았습니다. 신학생 때입니다. 부르심을 받은 신학생들은 방학이 되기 전에 9일 동안 오 예수라는 노래를 불렀습니다. 라틴어로 된 노래입니다. 가사의 일부 중에 쟁기를 잡고 뒤를 돌아보지 말라는 내용이 있었습니다. 부르심을 받은 신학생들은 혼돈의 경계에 있어서는 안 되고 질서의 경계 안에 있어야 한다고 하였습니다. 부르심을 받은 신학생들은 세상의 유혹에 넘어가서는 안 된다고 하였습니다.

 

신학생 때의 기억을 떠올리면서 오 예수의 가사를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오 예수님, 내 사랑이신 예수님/ 나 당신을 온전히 사랑하오니/ 당신에서나 이 신학교에서나 떠나있지 않으렵니다./ 가장 사랑하올 예수님 우리를 지키고 보살펴 주십시오./ 신학교 밖에서 세속, 마귀, 육신이 흉악한 괴물처럼/ 우리를 공격하며 거룩한 이곳에서 끌어내리려 합니다./ 가장 사랑하올 예수님 우리를 지켜주시고 보살펴 주십시오./ 그러나 예수님, 당신께서는 저희에게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그대의 것들을 더욱 사랑한다면/ 그대는 나에게 합당하지 않고 내 제자가 아니리라./ 가장 사랑하올 예수님 우리를 지키고 보살펴 주십시오./ 쟁기를 잡고 뒤를 돌아보는 자는/ 진실히 너희에게 말하노니 아무도 하늘나라의 사람이 아니니라./ 가장 사랑하올 예수님 우리를 지키고 보살펴 주십시오./ 또한 그대들은 불리움과 뽑히움을 확실하게 하도록 힘쓸 것이며/ 죄에서 떠나 있으라.” 사실 신학생 때는 이 노래의 가사를 깊이 묵상하지 않았습니다. 이 노래가 끝나면 신나는 방학이 기다리고 있다는 설렘과 기쁨이 더 크기 때문입니다. 지금 생각해보니 주님의 품에 확실하게 있어야 한다는 내용입니다. 주님께서 정하신 을 넘지 말라는 가르침입니다.

 

오늘은 안드레아 사도 축일입니다. 전임 서울대교구 교구장이셨던 염수정 안드레아 추기경님의 축일이기도 합니다. 저는 감사하게도 추기경님과 8년 동안 교구청에서 지낼 수 있었습니다. 추기경님은 소탈하시고, 검소하셨습니다. 무엇보다 사제들의 이야기를 경청해 주셨습니다. 김수환 추기경님이 높은 산과 같았다면, 정진석 추기경님이 자상한 어머니 같았다면 염수정 추기경님은 언제나 푹 쉴 수 있는 동네의 느티나무 같았습니다. 추기경님과 많은 일화가 있지만 기억나는 것 하나만 나누고 싶습니다. 7층짜리 건물이 하나 있었습니다. 관리국장 신부님은 그 건물을 은퇴사제 숙소로 사용하고 싶다고 했습니다. 청소년 국장 신부님은 청년사목 사제들의 숙소로 사용하고 싶다고 했습니다. 성소국장이었던 저는 예비 신학생들 위한 기숙사로 사용하고 싶다고 하였습니다. 추기경님과 산보할 기회가 주어졌을 때 저는 이렇게 말씀드렸습니다. “추기경님! 그 건물을 과거의 사목을 위해 투자하실 건지요? 추기경님! 그 건물을 현재를 위한 사목에 투자하실 건지요? 추기경님! 그 건물을 미래를 위한 사목에 투자하시겠습니까?” 추기경님께서는 저의 이야기를 경청해 주셨고, 그 건물은 예비 신학생들을 위한 기숙사가 되었습니다. 그 건물은 예비 신학생들을 위한 못자리가 되었고, 그 학생들이 교구의 사제가 되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첫 번째 제자들에게 나를 따라오너라. 내가 너희를 사람 낚는 어부로 만들겠다.”라고 하셨습니다. 첫 번째 제자들은 예수님의 부르심을 받고 혼돈의 선에서 질서의 선으로 들어갔습니다. 그물도 버리고, 배도 버리고, 가족들도 뒤로한 체 예수님의 제자가 되었습니다. 우리들 또한 혼돈의 선을 넘어 주님의 품으로 넘어가면 좋겠습니다. 쟁기를 잡고 뒤를 돌아보는 행동은 하지 말아야 갰습니다. “그러므로 믿음은 들음에서 오고 들음은 그리스도의 말씀으로 이루어집니다. 그러자 그들은 곧바로 그물을 버리고 예수님을 따랐다. 그들은 곧바로 배와 아버지를 버려두고 그분을 따랐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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