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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대림의 희망과 기쁨_이수철 프란치스코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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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최원석 쪽지 캡슐 작성일2023-12-03 조회수271 추천수6 반대(0) 신고

 

-깨어 있어라, 회개하라, 감사하라-

 

 

가톨릭 교회의 전례력으로 오늘 12월3일은 새해의 첫날, 대림 제1주일입니다. 영롱하게 타오르기 시작한 대림촛불 하나가 주님의 오심이 시작됐음을 알리고 있습니다. 대림의 희망과 기쁨이 꽃처럼 피어나고 있습니다. 사순시기가 산문(散文)같은 분위기라면, 따뜻하고 아늑한 대림 분위기는 시(詩)와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방금 부른 애절한 화답송도 주님의 도래를 간청하는 듯 깊은 울림을 줍니다.

 

“하느님 우리에게 힘을 도로 주시고 부드러운 얼굴을 보여주소서.”

 

매해 대림1주간 아침성무일도 두 번째 후렴도 제가 참 좋아하는 가사와 곡입니다. 대림주간 흥얼흥얼 자주 끊임없는 기도로 바치는 다음 노래입니다. 

 

“그날에 모든 산에서 단것이 방울져 내리고, 언덕 들에서 젖과 꿀이 흐르리라. 알렐루야.”

 

더불어 11월 위령성월 산책시 내내 애창했던, 지금도 간혹 부르는 모든 성인 대축일 저녁성무일도시 마리아의 노래 후렴곡도 생각납니다. 

 

“성인들이 그리스도와 함께 기뻐하는 그 나라가 얼마나 영광스러운가 흰옷을 입고 어린양을 따라가는 도다.”

 

주님 성탄의 그날은 이미 오늘부터 시작됐음을 알립니다. 대림의 희망과 기쁨의 빛이 우리 마음을 환히 밝힙니다. 대림을 앞둔 대림 전날 저는 크리스마스의 꽃이라 불리는 포인세티아를 세레나 자매님에게 선물로 받았습니다. “축복, 행복, 제마음은 불타오르고 있어요.”라는 꽃말도 멋집니다. 빨갛게 불타오르는 잎들이 마치 환히 타오르는 불처럼 깨어 살라는 가르침을 주는 듯했습니다. 

 

포인세티아를 보는 순간 25년전 성탄절에 카타리나 수녀님에게 선물로 받은 빨갛게 타오르던 칸나 꽃이 생각났고 더불어 즉시 썼던 “늘 당신의 무엇이 되고 싶다” 라는 시도 생각났습니다. 그대로 대림의 희망과 기쁨이신 주님께 바치는 헌시(獻詩)가 되겠습니다. 수차례 나눈 시이지만 나눌 때 마다 좋고 새롭습니다. 더욱 주님 향한 사랑이 불타오르게 하는 시입니다.

 

“당신이 꽃을 좋아하면

 당신의 꽃이

 당신이 별을 좋아하면

 당신의 별이

 당신이 하늘을 좋아하면

 당신의 하늘이

 되고 싶다

 늘 당신의 무엇이 되고 싶다”-1998.12.25.

 

지금도 여전히 늘 주님의 무엇이 되고 싶은 갈망이, 열망이 기쁘게 설레는 마음으로 깨어 살게 하니 참 축복입니다. 대림의 희망과 기쁨 자체가 주님께서 주시는 최고의 선물인데 저는 포인세티아와 함께 참 좋은 도반으로부터 받은 또 다음 선물에 감사합니다.

 

올해 3월부터 7월까지 5개월 동안 뇌졸중으로 쓰러져 재활치료를 받던 자매님이, 25년동안 한결같이 제 매월 강론집을 편집 제본해다 준 자매님이, 바로 그 세실리아 자매님이 기적처럼 회복되어 불편한대로 최선을 다해 2학기 대학에서의 강의를 어제로써 끝냈다는 반갑고 기쁜 소식이 저에겐 대림을 앞둔 주님의 참 좋은 선물이었고 감사하는 마음 가득했습니다. 이처럼 주님의 참 좋은 선물이 우리를 깨어 살게 합니다.

 

또 하나의 대림 선물이니 도합 셋이 됩니다. 수도원 하늘길에서 십자가의 길을 통해 “부활의 집”, 일명 “천장암(天藏庵;하늘을 감춘 암자)”, “산천재(山天齋;산속에 하늘이 담긴 집)”라 불리는 제 집무실 사이 맨발걷기 순례운동기도한지도 한달이 넘었습니다. 어제 아침 식사후 맨발걷기기도중 “바다”란 동요를 부르고 있던 저를 대림특강차 외출하던 빠코미오 원장 수사가 뒤에서 찍은 동영상과 더불어 <태능 갈매기>란 제하에 곡의 가사를 전해 줬습니다. 

 

“아침바다 갈매기는 금빛을 싣고, 고기잡이 배들은 노래를 싣고,

 희망에 찬 아침바다 노저어 가요, 희망에 찬 아침바다 노저어 가요.”

 

아침 산책 때 마다 늘 부르는 노래요, “희망의 여정”이란 피정 강의시 꼭 피정자들과 함께 부르는 노래입니다. 어제도 대림을 앞두고 상계동 성당 미사해설단 피정팀 형제자매들과 열강중에 노래하니 얼마나 기운차게들 부르던지요! 60대 넘어 남녀 누구나 참 좋아하는 희망과 기쁨으로 얼굴들 환히 빛나게 하는 동요입니다. 이런 동요가 참으로 희망과 기쁨에 깨어 살게 합니다. 주님의 참 좋은 선물들은 이처럼 우리를 깨어 살게 합니다. 방금 예로 든 세 선물은 참 좋은 도반들을 통한 주님의 선물입니다. 여기서 저절로  나오는 고백입니다.

 

“주님, 감사합니다.

 눈이 열리니 온통 당신의 선물이옵니다.

 당신을 찾아 어디로 가겠나이까

 새삼 무엇을 청하겠나이까

 오늘 지금 여기가 하늘 나라 천국이옵니다.”

 

주님의 선물중 최고의 선물이 바로 오늘부터 시작된 대림시기 희망과 기쁨의 하늘나라입니다. 이에 대한 우리의 자연스럽고 당연한 응답은 셋입니다. 

 

첫째, “깨어 있어라!”

대림시기 내내 이 말씀 마음에 담고 살아가시기 바랍니다. 주님을 기다리는 대림의 희망이 기쁨의 샘입니다. 희망중에 기뻐하는 대림시기입니다. 막연한 기다림이, 희망이, 기쁨이 아니라, 사랑하는 임의 오심이 있어 희망이요 기쁨이요 기다림입니다. 깨어 기도하며, 깨어 준비하며, 깨어 책임을 다하며 살게 하는 대림시기의 주님입니다. 주인은 주님으로 바꿔읽어도 무방합니다.

 

“그러니 깨어 있어라. 집주인이 언제 돌아올지, 저녁일지, 한밤중일지, 닭이 울 때일지, 새벽일지 너희가 모르기 때문이다. 주인이 갑자기 돌아와 너희가 잠자는 것을 보는 일이 없게 하여라. 내가 너희에게 하는 이 말은 모든 사람에게 하는 것이다. 깨어 있어라.”

 

비단 신자들뿐 아니라 살아있는 “모든 사람”이 깨어 있어야 할 그 대상입니다! 깨어 살아야 비로소 참사람입니다. 깨어 있음의 은총은 헤아릴 수 없이 무궁무진합니다. 도대체 기다릴 희망의 주님이 없다면 어떻게 깨어 있을 수 있겠는지요! 깨어 있음은 참 좋은 은총이자 선택이요 훈련이요 습관입니다. 대림시기는 바로 깨어 있음의 집중적 훈련시간이기도합니다. 이번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에 보낸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메시지 제목이 강렬했습니다.

 

“Choose life, choose the future!(삶을 선택하라, 미래를 선택하라!)”

 

삶은 선택입니다. 기후도 선택입니다. 행복도 선택입니다. 미래도 선택입니다. 무엇보다 대림시기 주님을, 깨어 있음을, 선택하여 집중적으로 훈련하시기 바랍니다. 희망의 주님을 늘 깨어 기다릴 때 저절로 참기쁨, 참행복입니다. 늘 주님의 무엇이 되고 싶은 열망이 우리를 늘 깨어 있게 합니다. 

 

참 아름답고 매력적인, 향기롭고 빛나는 영혼이 희망의 기쁨중에 깨어 주님을 기다리는 영혼입니다. 깨어 있어라!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합니다. 늘 깨어 기도하며 책임을 다할 때 저절로 영육의 건강이요 죄악의 유혹도 범접하지 못합니다.

 

둘째, “회개하라!”

바빌론 유배후 귀향한 이스라엘 백성들이 우선적으로 한 일은 하느님의 도우심이요 회개였습니다. 오늘 제1독서 이사야서 말씀이 가슴을 칩니다. 무디어진 우리 마음을 감동에 휘말리게 합니다. 참으로 깨어 있을 때 저절로 마음은 주님을 향하게 되고 회개가 뒤따르게 됩니다.

 

“주님, 당신만이 저희 아버지시고, 예로부터 당신 이름은 ‘우리의 구원자’이십니다. 아, 당신께서 하늘을 찢고 내려오신다면! 당신 앞에서 산들이 뒤흔들리리이다. 저희는 죄를 지었고 당신께서는 진노하셨습니다. 저희는 모두 나뭇잎처럼 시들어, 저희의 죄악이 바람처럼 저희를 휩쓸어 갔습니다. 주님, 당신은 저희 아버지십니다. 저희는 진흙, 당신은 저희를 빚으신 분, 저희는모두 당신 손의 작품입니다.”

 

회개하여 주님께 돌아갈 때 참나의 회복입니다. 광야인생 주님을 떠나 살다보면 세상 것들에 중독되어 십중팔구 괴물이 되거나 폐인이 되기 마련입니다. 참으로 대림시기 주님 안에서 깨어 사는 시기이자 주님께 돌아와 참나를 회복하는 회개의 시기, 성화(聖化)의 시기입니다. 덧없는 인생, 회개를 통해 주님 안에 날로 깊이 영혼의 뿌리를, 믿음의 뿌리, 희망의 뿌리, 사랑의 뿌리를 즉 신망애(信望愛)의 뿌리를, 진선미(眞善美)의 뿌리를 깊이 내리며 깨어 살 때 참기쁨, 참행복, 참나의 영원한 삶이겠습니다. 

 

셋째, “감사하라!”

주님께 돌아와 회개로 눈이 열릴 때 저절로 감사입니다. 몰라서 불평불만이지 알면 알수록 감사와 찬미입니다. 살줄몰라 불행이요 살줄알면 행복이니 바로 감사를 두고 하는 말입니다. 정말 감사하는 이들은 살줄아는 이들이요 지혜롭고 겸손한 이들입니다. 자기를 아는 겸손한 이들이 진정 지혜로운 자들이요 이 또한 감사를 통해 이뤄집니다. 바오로 사도의 다음 말씀이 시공을 초월하여 대림을 맞이한 우리들에게 샘솟는 감사의 마음을 지니게 합니다. 

 

“나는 하느님께서 그리스도 예수님 안에서 여러분에게 베푸신 은총을 생각하며, 여러분을 두고 늘 나의 하느님께 감사를 드립니다. 여러분은 그리스도 안에서 어느 모로나 풍요로워졌습니다. 그리하여 여러분은 어떠한 은사도 부족함이 없이,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께서 나타나시기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바오로의 말씀이 우리가 얼마나 감사해야 할 존재인지 깨닫게 합니다. 아무리 감사해도 부족한, 끝이 없는 감사입니다. 감사할수록 풍성한 은혜입니다. 감사 또한 훈련이요 습관입니다. 하느님 우리 아버지와 주 예수 그리스도에게서 은총과 평화를 우리에게 끊임없이 내려주시니 감사할 수 뿐이 없습니다.

 

주님의 참 좋은 선물이 바로 대림의 희망과 기쁨입니다. 참으로 하느님의 선물에 참 좋은 응답은 깨어 있음, 회개, 감사입니다. 주님께서는 여러분을 끝까지 굳세게 하시어,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날에 흠잡을 데가 없게 해 주실 것입니다. 하느님은 성실하신 분이십니다. 그분께서 당신의 아드님,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와 친교를 맺도록 여러분을 불러 주셨습니다. 은총의 대림시기, 주님의 이 거룩한 미사은총이 우리 모두 이렇게 살도록 도와 주시며 주님과의 친교를 날로 깊이해 주십니다. 아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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