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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예수고난회 김준수 신부님 대림 제1주간 목요일: 마태오 7, 21. 24 -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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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기승 쪽지 캡슐 작성일2023-12-07 조회수273 추천수3 반대(0) 신고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의 뜻을 실행하는 이라야 하늘나라에 들어간다.”(7,21)


저는 여행을 좋아하고, 그래서 저는 EBS의 ‘세계테마기행’ 프로그램을 자주 시청합니다. 여행할 땐, 자연이 주는 아름다움과 웅장함에 매료됩니다. 때론 흥미롭거나 의미로운 건축물은 일부러 찾아가 봅니다. 몇 년 전 제주도 여행 중에서도 올레길을 걷기도 했지만, 제주 풍경과 함께 틈틈이 건축물을 구경하기도 했습니다. 지금도 뚜렷이 기억하는 건축물은 이타미 준의 「포도호텔」인데, 이 호텔은 23개의 객실이 포도송이처럼 얽힌 구조도 감동적이었지만, 이보다 더 좋았던 점은 건물 자체가 제주 본래의 고유한 자연 상태를 손상하지 않고 환경친화적이면서 제주의 특색인 물과 바람과 돌을 소재로 지었기에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타미 준의 또 다른 작품인 「방주교회」 역시 단순미와 함께 제주의 오름과 잘 어우러진 건축물이었습니다. 또한 섭지코지에 지어진 ‘안도 타다오’의 「지니어스로사이: 명상센터」는 볼륨과 빛에 의해 구성된 보기 드문 건축미를 자아내는 작품입니다. 이 건물들은 단지 아름다움뿐만 아니라 주제가 있고 철학이 있어서 제겐 참 좋았습니다. 

마태오 복음과 루카 복음에서 예수님의 가르침의 핵심은 각각 산상설교(마태5,1-7,29)와 평지설교(루6,17-47)에 잘 드러나고 있습니다. 물론 산상설교가 평지설교보다 내용도 풍부하고 복음서 전체에서 더 큰 비중을 차지합니다. 그런데 흥미로운 점은 마태오나 루카 복음에서 똑같이 ‘집 짓는 사람의 비유’로 설교를 마무리 짓고 있다는 점입니다. 마태오와 루카 복음에서 예수님은 그리스도인의 삶을, 집을 짓는 사람에 비유하셨습니다. 그리스도인이란 곧 영적 건축가라는 점입니다. 그런데 예수님께서 언급한 ‘누가 슬기로운 건축가며 누가 어리석은 건축가인가’에 대해서 예수님은 “나의 말을 듣고 실행하는 이는 모두 자기 집을 반석 위에 지은 슬기로운 사람이며, 나의 말을 듣고 실행하지 않은 자는 모두 자기 집을 모래 위에 지은 어리석은 사람과 같다.”(7,24.26)고 분명히 밝히십니다. 슬기로운 이는 하느님의 말씀을, 하느님의 뜻을 실행하는 사람이며, 그는 자신의 집을 반석 위에 지은 것과 같습니다. 반석이란 말은 슬기로운 그리스도인들이 집을 지을 때 건물의 기초, 터전을 말합니다. 이러한 예수님의 가르침에 덧붙여 사도 바오로는 “나는 하느님께서 베푸신 은총에 따라 지혜로운 건축가로서 기초를 놓았고, 다른 사람은 집을 짓고 있습니다. 그러나 어떻게 집을 지을지 저마다 잘 살펴야 합니다. 아무도 이미 놓인 기초 외에 다른 기초를 놓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 기초는 예수 그리스도이십니다.”(1코3,10-11)라고 묘사하였습니다. 그리스도인 건축의 기초는 오직 예수 그리스도뿐이십니다. 예수님은 “너희는 나 없이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 (요15,5)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또한 예수님께서 시몬에게 “너는 베드로이다. 내가 이 반석 위에 내 교회를 세울 것이다.” (마태16,18)라고 할 때 반석은 곧 믿음을 뜻합니다. 그리스도께 대한 믿음 위에 그리스도인의 삶의 집을 짓는 것입니다. 그리스도인은 결국 매일 매일 계속해서 예수님의 말씀, 즉 산상설교와 평지설교를 듣고, 들은 말씀을 말씀대로 실행하면 그것이 곧 그리스도라는 반석 위에 집을 세우는 것과 같습니다. 그 슬기로운 이가 지은 집은 바로 하느님의 말씀을 순종하는 마음과 실천이란 재료로 지은 집이기 때문에, 그 집은 “비가 내려 강물이 밀려오고 바람이 불어 그 집에 들이쳐도 무너지지 않습니다.”(7,25)

이와 반대로 예수님의 말씀을 실행하지 않은 어리석은 건축가는 자기의 집을 모래 위에 짓는 것과 같습니다. 여기서 ‘모래’란 희망이 없는 이 세상을 말합니다.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그리스도란 기초 위에 짓지 않고 모래처럼 약하고 허물어질 세상이란 기초 위에 지은 집은 시련이나 환난이 닥치면 쉽게 무너져 버리고 말 것입니다. “나무나 풀이나 짚으로 지은 그 집은 심판 날에 다 타버리면 그는 손해를 입게 되는 것”(1코3,13.15참조)과 같습니다. 모래 위에 지은 집은 이처럼 하느님의 심판이 견디지 못하는 허약한 집입니다. 이들은 주님의 말씀을 듣기는 했지만, 그 말씀을 계속해서 실행하고 순종하는 생활에 실패한 것입니다. 이런 사람들은 겉은 화려하지만 단지 타인에게 보여 주기 위한 신앙생활을 하는 사람들입니다. 

이제 우리는 사도 바오로의 권고를 겸손되이 받아들여 자신이 슬기로운 건축가인지 아니면 어리석은 건축가인지 성찰해 보셔야 합니다. “자기가 믿음 안에 살고 있는지 여러분 스스로 따져 보십시오. 스스로 시험해 보십시오. 예수 그리스도께서 여러분 안에 계시다는 것을 깨닫지 못합니까? 깨닫지 못한다면 여러분은 실격자입니다.” (2코13,5)만일 여러분 스스로 실격자라고 생각한다면 ‘주님, 주님!’하고 영혼 없는 말로 부르지만 말고, 주님의 말씀을 듣고 실행함을 통해서 하느님의 자녀답게 그리스도라는 기초 위에 집을 짓는 슬기로운 사람으로 거듭날 수 있길 바랍니다. 우리 모두 다른 사람에게 우리가 지은 집이 편하게 보이고 머물다 가고 싶은 그런 집을 짓도록 합시다. “만나 뵐 수 있을 때에 주님을 찾아라. 가까이 계실 때에 그분을 불러라.” (이55,6)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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