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대림 제1주간 목요일, 성 암브로시오 주교 학자 기념]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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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박영희 | 작성일2023-12-07 | 조회수190 | 추천수2 | 반대(0) 신고 |
[대림 제1주간 목요일, 성 암브로시오 주교 학자 기념] 마태 7,21.24-27
"나에게 ‘주님, 주님!’ 한다고 모두 하늘 나라에 들어가는 것이 아니다.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의 뜻을 실행하는 이라야 들어간다."
예수님 시대에는 ‘주님의 이름'으로 활동하는 이들이 많았습니다. 주님의 이름으로 예언을 하고, 주님의 이름으로 마귀를 쫓아내고, 주님의 이름으로 수많은 기적들을 행하면서 자신이 ‘주님의 제자’라고 사칭하는 이들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그런 이들일수록 ‘주님'이라는 말을 입에 더 자주 올렸다고 합니다. ‘진짜 주님의 제자'로서 당당하고 떳떳했다면 굳이 그런 식으로 자기 정체성을 드러내려고 애쓰지 않지요. 나중에 장사를 시작한 집이 자기가 ‘진짜 진짜 원조'라고 강조하는 것과 비슷한 모습입니다. 자기의 부족한 내공과 실력이 그대로 드러날까봐, 자기 가짜 정체가 탄로날까 두려워 ‘주님'이라는 이름 뒤에, 그 이름이 갖는 권위와 힘 뒤에 숨으려고 드는 겁니다. 주님께서 그런 이들에게 분명하게 선언하십니다. 그저 당신을 ‘주님'이라고, 호들갑을 떨며 자주 많이 부른다고 해서 당신과 함께 하늘나라에 들어갈 수 있는 합당한 자격이 알아서 갖춰지는게 아니라는 것입니다. 자기 힘과 능력으로는 하느님 나라에 들어갈 자신이 없기에, 불안하고 두려운 마음에 주님의 이름이 갖는 권위에라도 기대보려고 그러는 것일텐데, 구원이란 주님의 ‘이름 값'에 무임승차해서 얻는게 아니라, 주님의 뜻을 실천하는 행동과 삶을 통해 그분 보시기에 좋은 모습으로 실제로 변화되어야만, 그렇게 구원받기에 합당한 자격을 갖추었음을 삶과 존재로 증명해야만 도달할 수 있는 상태인 것이지요. 그렇기에 각자가 처한 상황과 환경에서 하느님의 뜻이 무엇인지를 헤아리고, 그것을 있는 그대로 내 마음에 받아들이며, 그대로 따르려는 순명의 태도가 중요합니다. 때로 어떤 것이 진짜 하느님 아버지의 뜻인지를 판단하기 어려울 때는, 예수님께서 그러신 것처럼 자신을 희생하는 쪽, 자기가 손해보는 쪽을 택하면 됩니다. 영광이 있는 쪽보다는 십자가가 있는 쪽을 택하면 됩니다. 이해되지 않아도 받아주고 납득하기 어려워도 용서해주며, 오해와 미움을 받으면서도 남의 허물과 잘못을 뒤집어쓰고, 누군가로 인해 부당하고 억울한 처사를 당하더라도 그를 감싸주는 쪽을 택하면 됩니다. 물론 그렇게 하는건 굉장히 어려운 일입니다. 사람들은 그런 나를 보고 ‘바보'라며 손가락질 할 것입니다. 그런 나에게 감사하기는 커녕 ‘호구'하나 제대로 잡았다며 더 심한 것들까지 당연한 듯 요구할 것입니다. 그로 인해 큰 회의와 실망에 빠지기도 할 것입니다. 하지만 나는 그저 하느님의 뜻을 따르기만 하면 됩니다. 그러면 하느님께서 당신 정의와 공정의 원칙에 따라 각자의 행실대로 갚아주실 겁니다. 그리스도인은 예수 그리스도께서 ‘주님’이시라는 믿음을 고백하며 그 믿음대로 사는 사람들입니다. 예수님을 주님이라고 불렀다면, 나는 그분의 ‘종'이 되어야 합니다. 종은 주인이 바라는 뜻을 그대로 실천하는 존재입니다. 내가 ‘종'이 되는게 싫다면, 예수 그리스도의 말씀과 뜻을 따를 마음이 없다면, 그저 그분의 능력과 권세를 이용하여 내 뜻을 이룰 생각만 하고 있다면, 그분을 ‘주님'이라고 부를 자격도, 그분의 백성이 될 자격도 없는 것이지요. 예수 그리스도께서 주님이시라는 믿음이 그분께 순명하며 따르는 실천으로 연결되지 않는다면 그건 주님을 제대로 아는게 아닙니다. ‘앎은 곧 삶’입니다. 생활 속에서 실천하려고 하지는 않으면서, 주님의 뜻과 계명을 머릿 속에 더 많이 집어넣는데에만 신경쓴다면, 결국 주님에 대한 그 지식이 크나큰 죄책감과 자괴감이 되어 내 마음을 무겁게 짓누를 겁니다. 그런 상태로 하는 신앙생활은 주님과 함께 하는 기쁨이 아니라, 언제 어떤 벌을 받게될지 모른다는 걱정과 두려움이 될 겁니다. 그러니 그런 상태가 되기 전에 주님을 더 알고 싶다는 열망이, 그분의 뜻대로 살고 싶다는 의지가 머리나 가슴에만 머무르지 않고, 손끝 발끝까지 내려오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겠습니다. ‘주님을 앎'이 머리 속에만 머무르면 그저 ‘지식’일 뿐이고, 가슴 속에만 머무르면 단지 ‘결심'에 그칠 뿐입니다. 그것이 내 손과 발을 통해 이웃 형제 자매들에게까지 전달되어야 비로소 진정한 ‘신앙'이라고 부를 수 있습니다. 오직 그런 참된 신앙만이 우리를 구원으로 이끌어 줍니다.
* 함 승수 신부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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