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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대림 제1주간 토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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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박영희 쪽지 캡슐 작성일2023-12-09 조회수237 추천수4 반대(0) 신고

[대림 제1주간 토요일] 마태 9,35-10,1.6-8 

 

 ‘’너희가 거저 받았으니 거저 주어라.”

 

 

오늘 복음에 나오는 군중들의 모습은 팍팍한 현실 속에서 하루 하루를 힘겹게 살아가는 우리네 모습과 참 닮아 있습니다. 그 때 이스라엘 백성들처럼 지금 우리도 삶을 팍팍하게 만드는 여러가지 것들에 시달리고 있지요. 힘이 없어서 폭력에 시달리고, 가진 게 없어서 유혹에 시달리며, 능력이 부족해서 일에 시달리고, 건강이 없어서 고통과 질병에 시달리고, 믿음이 없어서 근심 걱정들에 시달립니다. 그렇게 여러가지 것들에 시달리다보니 자연스레 마음이 주눅들고 기가 꺾인 채 살아갑니다. 좋은 일자리를 못구해서 의욕이 꺾이고, 돈을 못 벌어서 자신감이 꺾이고, 삶의 터전을 제대로 마련하지 못해 자존감이 꺾인 채 살고 있는 겁니다.

 

오늘 복음에서 ‘기가 꺾이다’라고 번역된 그리스어 동사 ‘흐립토’는 ‘지쳐 넘어지다’라는 뜻입니다. 예수님은 고통과 시련의 풍랑에 시달리느라 몸이 지치고 마음이 꺾여 좌절 속에 넘어진 이들을 ‘가엾이 여기십니다’. 여기서 ‘가엾이 여기다’라고 번역된 히브리어 동사의 원래 뜻은 태중의 아기와 완전히 연결되어 있는 어머니의 마음을 가리키지요. 어머니와 아기가 한 몸으로 함께 숨쉬기에, 아기가 아프면 어머니도 아프고 아기가 힘들면 어머니도 힘든데, 군중들을 바라보시는 예수님의 마음도 그렇습니다. 예수님께 그들은 ‘남’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작고 약한 이들과 당신 자신을 동일시하시는 예수님이기에, 그들이 슬프면 예수님도 슬프고 그들이 아프면 예수님도 아픈 겁니다. 

 

그래서 슬픔과 고통 속에 쓰러진 이들을 일으켜 세우고자 하십니다. 그들을 절망하게 만든 슬픔보다 훨씬 더 큰 희망으로, 그들을 쓰러지게 만든 고통보다 훨씬 더 큰 기쁨으로 그들을 일으켜 세우시어, 당신 뒤를 따라 하느님 나라로 나아가는 구원의 여정을 끝까지 잘 걸어가게 하시기 위함입니다. 질병을 고쳐주시는 것도, 마귀를 쫓아주시는 것도, 하느님 아버지의 뜻과 계명에 대해 가르치시는 것도 다 구원이라는 목적을 이루시기 위함이지요. 하느님이라는 존재가 내가 살아가는 이유이자 의미가 되어야만, 내가 그분 사랑의 섭리 안에서 산다는 사실이 나에게 위로가 되고 힘이 되어야만, 예수님께서 말씀과 행적으로 선포하신 ‘하느님 나라’가 우리에게 진정한 ‘복음’, 즉 ‘기쁜 소식’이 되는 겁니다.

 

우리 그리스도인은 그런 예수님의 뜻에 따라 구원을 위해 일하는 일꾼이 되어야 합니다. 아직 하느님을 알지 못하는 이들이 그분 자녀로 수확되도록, 그들이 하느님께 대한 굳은 믿음과 신뢰 안에서 삶의 참된 기쁨과 행복이라는 수확을 풍성하게 거두도록 돕는 좋은 동료이자 형제가 되어주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하느님께서 베푸시는 은총과 사랑을 잘 받는 것부터 시작해야합니다. 꾸준한 기도를 통해 믿음이라는 시야를 넓혀야 그분께서 베푸시는 은총과 사랑을 제대로 알아볼 수 있고, 항상 감사하는 태도를 통해 내 마음 그릇이 하느님을 향하게 만들어야 그분께서 베푸시는 은총과 사랑을 놓치지 않고 제대로 받을 수 있지요. 그러고 나서 내가 받은 은총과 사랑을 ‘거저’ 베푸는 겁니다. 대가를 바라거나 조건을 달지 않고, 내가 그들을 위해 해줄 수 있는 것들을 기꺼이, 기쁘게 해주는 것, 그래서 그 사랑을 체험한 이들에게 아직 세상이 살만 하다는걸 알려주고, 살 맛 나게 만들어 주는 것, 그것이 주님께서 우리에게 맡겨주신 사랑의 소명입니다. 

 

* 함 승수 신부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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