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귀향(歸鄕)의 여정_이수철 프란치스코 신부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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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최원석 | 작성일2023-12-11 | 조회수250 | 추천수7 | 반대(0) 신고 |
-“날마다 좋은 날, 행복한 날입니다”-
“자애와 진실이 서로 만나고, 정의와 평화가 입맞추리라.”(시편85,11)
요즘 많은 형제자매들을 만나면서 50-60대 가장의 수난시대라는 생각이 들곤 합니다. 아버지로서 남편으로서 가장으로서의 책임이 얼마나 막중한지 도중에 쓰러지는 분들도 많고 존재감없이 참으로 힘들게 살아가는 생활력 약한 형제들도 많습니다. 반면 자매들은 책임감이 강하고 지혜롭고 강인하여 가정과 자녀들을 잘보며 가정의 중심이 되어 튼튼히 살아가는 분들이 태반입니다. 여자는 약해도 한국 어머니들은 얼마나 강인한지요! 남녀 형제자매들 모두가 분발하여 주님의 믿음의 전사로 참으로 충실히 살아가야할 때 같습니다.
새벽 화장실에 들렸다가 선반에 가득 쌓인 화장지들에 눈길이 갔습니다. 편안해 보이는 화장지뭉치 마다 글귀가 선명했습니다. 영어로 “해피데이(happy day)”, 그냥 우리말로 “행복한 날”이라 썼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누구나 원하는 행복한 삶입니다. 언젠가 살아야 할 행복한 삶이 아니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 지금 여기서부터 행복하게 살아야 합니다. 행복하게 사는 것은 우리의 의무이자 권리이자 책임입니다. 하느님께서도 우리에게 바라는바 행복한 삶입니다. 더불어 생각난 두달전 써 나눴던 “모든 날이 다 좋다”라는 짧은시입니다.
“햇빛 밝은 날은 햇빛 밝은 날대로
비오는 날은 비오는 날대로
흐린 날은 흐린 날대로
모든 날이 다 좋다 주님 함께 계시기에”-2023.10.21
일일시호일(日日是好日), 참 좋은 주님이 함께 계시기에 날마다 좋은 날, 행복한 날입니다. 더불어 생각나는 화답송 시편 두 구절입니다. 성가정 축일 미사 때마다 흥겹게 부르는 “주님의 집에 사는 자 얼마나 행복되리” 시편 화답송 후렴을 기억할 것입니다. 또 하나는 산티아고 800리 2000km 순례여정, 신비롭게도 산티아고 대성전에 가까워질수록 발걸음도 가볍게 나는 듯 걷게 한 시편 한 구절도 그립게 떠오릅니다.
“주님의 집에 가자 할 제, 나는 몹시 기뻣노라.”(시편122,1)
그러니 주님의 집인 수도원에 사는 우리 수도자들은 참 행복한 사람들입니다. 날마다 좋은 날이요 행복한 날입니다. 영혼의 고향같은 주님의 집 수도원이기에 고향집을 찾듯 주님의 평화를 찾아 끊임없이 수도원을 찾는 발길들입니다. 어제 영문주석을 보면서 반갑게 와닿은 “리터닝 홈(returning home)”, 귀향(歸鄕)이란 글귀였습니다. 그러니 주님은 우리 영혼의 고향이시고 대림시기는 성탄의 주님을 향한 귀향의 여정이라 할 수 있습니다.
날마다 주님을 만나 귀향의 치유와 구원이 이루어지는 참 좋은 날이요 참 행복한 날이 은총의 대림시기입니다. 이사야서 말씀이 주님을 만난 귀향의 기쁨과 행복을 신나게 묘사하고 있습니다. 이사야 예언자야말로 하느님의 시인이요 신비가요 영성가입니다. 저는 오늘 제1독서 이사야서 말씀보다 더 좋은 시를 만난 적이 없습니다. 읽을 때마다 처음 읽듯이 늘 새롭고 좋습니다.
“광야와 메마른 땅은 기뻐하여라. 사막은 즐거워하며 꽃을 피워라. 수선화처럼 활짝 피고, 즐거워 뛰며 환성을 올려라. 주님의 영광을, 우리 하느님의 영화를 보리라. 너희는 맥풀린 손에 힘을 불어넣고, 꺾인 무릎에 힘을 돋우어라. 마음이 불안한 자들에게 말하여라. 굳세어 져라, 두려워하지 마라. 주님께서 오시어 너희를 구원하신다.”
“그때에 눈먼 이들은 눈이 열리고, 귀먹은 이들은 귀가 열리리라. 그때에 다리저는 이는 사슴처럼 뛰고, 말못하는 이의 혀는 환성을 터뜨리리라. 광야에서는 물이 터져 나오고, 사막에서는 냇물이 흐르리라.”
대림시기 오늘 이때가 치유와 구원의 그때입니다. 날마다 주님을 만나는 귀향의 기쁨과 행복을, 귀향의 치유와 구원을 체험하는, 그대로 주님의 미사은총을 상징합니다. 참으로 영혼의 고향인 주님을 만날 때 온전한 치유의 구원이요 참 기쁨에 참 행복임을 깨닫습니다. 절망의 현장에서 하늘 나라의 희망과 꿈을 노래한 위대한 희망의 예언자 이사야의 말씀이 우리를 용기백배 힘을 내어 살게 합니다. 바로 이 귀향의 희망과 꿈이, 치유의 구원이 그대로 오늘 복음의 예수님을 통해서 실현됩니다.
역시 “더불어(together)”의 구원입니다. 참 좋은 동료들의 믿음 덕분에 주님을 만나 치유받으니 말 그대로 귀향의 치유와 더불어의 구원입니다. 궁즉통이라, 중풍병자 동료들은 믿음의 눈이 열려 구원의 통로를 찾아냈고 지붕으로 올라가 기와를 벗겨내고 평상에 누인 중풍병자를 예수님 앞 한가운데로 내려 보냅니다. 이들의 믿음을 보시고 감격한 주님의 치유와 구원의 선언입니다. 지성이면 감천이라 동료들의 지극 정성의 믿음이 예수님을 감동케 했습니다.
“사람아, 너는 죄를 용서받았다.” 죄의 용서를 통한 영혼의 치유입니다. 이어 곧 이어지는 육신의 치유, 전인적 치유의 구원입니다. “내가 너에게 말한다. 일어나 네 평상을 가지고 집으로 가거라.”
중풍병자는 물론 동료들도 더불어 내적치유와 구원을 받았을 참 좋은 날, 참 행복한 날입니다. 예수님 말씀에 중풍병자는 즉시 일어나 평상을 가지고 하느님을 찬양하며 집으로 돌아가니 그대로 부활체험이요, 제1독서 이사야 예언자가 아름답게 묘사하는 귀향歸鄕의 실현입니다.
“주님께서 해방시키신 이들만 그리로 돌아오리라. 그들은 환호하며 시온에 들어서리니, 끝없는 즐거움이 그들 머리 위에 넘치고, 기쁨과 즐거움이 그들과 함께하여 슬픔과 탄식이 사라지리라.”
치유받은 중풍병자와 네 동료들의 분위기가 분명 이러했을 것입니다. 이사야 예언자의 하늘나라의 희망과 꿈은 복음의 예수님을 통해 실현되었고, 지금도 대림시기를 통해 영원한 현재진행형으로 우리 안에서 계속 실현됩니다. 주님의 거룩한 미사은총이 우리 모두 날마다 전인적 치유와 구원의 참 좋은 날, 참 행복한 날을 살게 하시고 한결같이 귀향의 여정을 충실히 살게 해주십니다.
“진실이 땅에서 돋아나고, 정의가 하늘에서 굽어보리라.”(시편85,12). 아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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