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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깨어 기다린 열에 다섯 / 성녀 루치아 동정 순교자 기념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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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박윤식 쪽지 캡슐 작성일2023-12-13 조회수134 추천수1 반대(0) 신고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깨어 기다린 열에 다섯 / 성녀 루치아 동정 순교자 기념일(마태 25,1-13)

 

루치아 성녀는 로마 박해 시대에 이탈리아의 시칠리아섬에서 태어났다. 그녀의 생애는 그리 잘 알려져 있지 않는데, 5세기의 기록에서 부분적으로 순교 사실이 전해지고 있다. 신심 깊은 부모님의 영향으로 일찍 세례를 받은 성녀는,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자 딸의 신변을 염려한 어머니의 주선으로 귀족 청년과 뜻하지 않게 약혼하였다. 그러나 성녀는 동정을 결심하고 있었기에 한사코 혼인하기를 거절하였다. 이에 격분한 약혼자의 고발로 갇히게 되고 결국 300년 무렵에 순교하였다. 루치아(Lucia)의 이름은 빛 또는 광명을 뜻하는 라틴어에서 유래되었다.

 

이 열 처녀의 비유 이야기는 하느님의 종인 처녀들의 행실도 문제이겠지만, 사람의 아들이 늦게 오실 때의 그 시각에 그들의 준비성에 집중되어 있다. 이는 예수님께서 최후의 심판을 위해 오실 그 재림 때에 종들의 못된 행실이 아니라, 신랑이 도착하였음을 알리는 외침이 나올 때에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는 사실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이 열 처녀의 일부는 슬기롭게도 바위 위에 집을 짓는 사람들이었고, 일부 어리석은 이는 모래 위에 집을 지었다는 거다.

 

사람의 아들이 오실 그때에 하늘 나라는 저마다 등을 들고 신랑을 맞으러 나간 열 처녀에 비길 수 있을 것이다. 그 가운데 다섯은 어리석고 다섯은 슬기로웠다. 어리석은 처녀들은 등은 가지고 있었지만 기름은 가지고 있지 않았다. 그러나 슬기로운 처녀들은 등과 함께 기름도 그릇에 담아 가지고 있었다.’ 여기서 처녀가 가진 은 동정심이 담겨진 순수한 마음을 뜻한다.

 

거기에는 연민이 가득하다. 그래서 그들은 마음먹으면 언제든 달려가 사랑이 담긴 배품의 보따리를 풀 수가 있다. 기름 그릇은 그들이 동정심으로 실행한 사랑의 나눔이다. 선한 행실들, 소위 자선이다. 슬기로운 처녀들은 보편 신앙을 믿으며 선행을 실천한 이다. 그러나 어리석은 처녀들은 게으르고 부주의한 이들이다. 그렇지만 슬기로운 이나 어리석은 이나 다 같이 최후의 날에 떨기는 매 한가지다. 자신의 믿음과 행동에서 충분하지 못했을까 봐 두려움을 갖는다.

 

사실 부활과 심판의 날에는 오로지 자신이 행한 실천만을 두고 평가받는다. 이처럼 아무도 다른 이의 칭찬 득에 빛나기를 기대할 수가 없다. 그래서 다들 자기들만의 선행을 두고 떨면서 두려워하는 것이다. 그러다가 신랑이 늦어지자 그들 모두 졸다 잠이 든다. 그런데 갑자기 신랑이 온다. 신랑을 맞으러 나가라.’ 라며 외치는 소리가 났다. 그러자 처녀들이 모두 일어나 저마다 등을 챙기는데, 어리석은 처녀들이 슬기로운 처녀들에게 우리 등이 꺼져 가니 너희 기름을 나누어 다오.’ 하고 청하였다. 그러나 슬기로운 처녀들은 안 된다. 우리도 너희도 모자랄 터이니 차라리 상인들에게 가서 사라.’ 하고 대답하였다. 최후의 심판 면접장에서는 모습이다.

 

참으로 비정하다. 거기에는 인간 본성으로 더러 날만한 동정심에 의한 양보내지는 배품이 없다. 하느님 사랑과 이웃 사랑이건만, 오로지 하느님 사랑뿐이지, 이웃은 아예 없다. 그 어떤 집단도 이렇게 냉혹하지는 않을 게다. 그러나 세상 종말은 그렇다. 하느님마저 비정하다. 그리하여 그들이 기름을 사러 간 사이에 신랑이 왔다. 준비하고 있던 처녀들은 신랑과 함께 혼인 잔치에 들어가고, 문은 닫혔다. 나중에 나머지 처녀들이 와서 주인님, 주인님, 문을 열어 주십시오.’ 하고 청하였지만, 그는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나는 너희를 알지 못한다.’ 하고 대답하였다. 그러니 평소에도 준비하면서 깨어 기다리자. 그 날과 그 시간은 아무도 모르기에.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태그 루치아 성녀,열 처녀,기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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