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우리는 모두가 “하느님의 참 좋은 선물”입니다._이수철 프란치스코 신부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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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최원석 | 작성일2023-12-19 | 조회수225 | 추천수7 | 반대(0) 신고 |
-욕심없으면 어디나 천국(天國)-
“오 옛세의 뿌리여, 만민의 표징이 되셨나이다. 주 앞에 임금들이 잠잠하고 백성들은 간구하오리니 더디 마옵시고 어서 오시어 우리를 구원하소서.”
‘오 옛세의 뿌리여’로 시작되는 대림 제2부 셋째날 “O후렴”이 참 애절하고 간절합니다. 바로 대림시기 ‘어서 오시어’ 우리를 구원해 달라는 주님께 바치는 간절한 기도입니다. 우리가 그리워, 보고 싶어, 선물처럼 찾아 오시는 주님을 설레는 기쁨으로 깨어 기다리며 마중 나가는 대림시기입니다.
날마다 주님을 만날 설레는 마음, 설레는 기쁨으로 한밤중 일찍 일어나 강론 쓰기로 시작하는 하루입니다. “시처럼 찾아왔네!” 라는 시처럼 날마다의 강론 역시 하느님의 참 좋은 선물임을 날로 깊이 깨달아 갑니다. 그러고 보면, 비단 특정의 대림시기뿐 아니라 하루하루 일년 열두달 모든 날이 오시는 주님을 설레는 기쁨으로 기다리며 마중 나가는 대림시기라 할 수 있습니다.
-“불암동 수녀원 아랫집 수녀들이 늘 감사하는 마음을 담아 요셉수도원 보수공사에 가난한 과부의 헌금으로 참여하고자 합니다. 저희의 사랑과 정성으로 받아주세요. 감사합니다. 2023.12.16.불암동수녀원 11명 가족 드림 *<3백만원>선물하셨습니다. 용돈 모으고, 도토리 팔아서 번 돈이랍니다.-
수도원 알림판에 붙은 수녀님들의 참 좋은 선물 내용에 감동했습니다. 눈만 열리며 모두가 하느님의 선물로 가득한 세상임을 깨닫습니다. 도토리가 무수히 열리는 수도원 정문옆 수녀원 뜨락의 거대한 참나무를 보며 쓴 “욕심없으면 어디나 천국”이란 22년전 시도 생각납니다. 지금도 여전 거기 그 자리, 정주의 참나무입니다.
“울타리 부근 쓸모없는 땅이라 관심도 없다 욕심없으면 어디나 천국 참 넉넉한 자리다 욕심없으면 어디나 꽃자리! 있어야 할 자리에 있음이 참행복이구나 볼품이 뭐 대수랴 너와 나 편안하면 그만 아닌가 내 맘껏 가지들 뻗어 하늘 자유 맛보니 만족이다 배밭 전지된 배나무들 하나 부럽지 않다 열매 탐내는 나무 아님이 천만다행이구나 하늘 나는 새들의 쉼터가 집자리가 됨이 기쁨이다 흐르는 구름 은은한 별빛 은은한 미풍 가슴 떨리는 감동이다 어쩜 저리도 늠늠할 수 있나, 초연할 수 있나 그 누구도 그 무엇도 나를 끌어낼 수 없다 내 이름은 참나무!”-2001.3.23.
이 시는 21년전 2002년 12월에 돌아간, 수도원을 참 사랑했던 레나타 자매님이 참 좋아했던 시이고 자매님은 세상을 떠나면서 외아들 엘리야 신부를 수도원에 선물로 남기고 갔습니다. 아, 바로 이 참나무 열매 도토리를 모아 건축 헌금으로 선물한 수녀님들이고 참나무를 닮은 진인(眞人) 수녀님들의 겸손한 사랑이 놀랍습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나무가 참나무요 옛날에는 재목으로 쓰는 참나무를 진목(眞木)이라 불렀습니다. 나무가 단단하여 가구로, 참나무 숯으로, 또 가뭄시에는 그 열매 도토리는 구황작물이 됐으니 얼마나 고맙고 겸손한 “수도승들의 모범” 하느님의 참 좋은 선물인 진목(眞木), 참나무인지요!
참나무 진목뿐 아니라 제가 자랑하고 싶은 것은, 하느님 참 좋은 선물중의 선물인 참사람 진인(眞人)인 오늘 말씀의 주인공들입니다. 바로 제1독서의 부부 마노아와 그 아내요, 복음의 부부 즈카르야와 그의 아내 엘리사벳입니다. 이들부부에게 선물처럼 찾아 오신 주님의 천사요, 아이를 낳지 못하는 이부부들에게 참 좋은 선물인 아기의 탄생이 예고됩니다. 자식들이야마로 하느님의 참 좋은 선물이지요!
“네가 아버지 없이 어디서 나왔니?”
예전 아버지에 대해 불만을 토로할 때 이 한마디 말씀으로 제입을 닫아버린 어머니를 잊지 못합니다. 어머니와 사는 동안 아버지 비난하는 말은 한번도 들은 적이 없고 늘 아버지를 두둔하셨고 편들어 주셨습니다. 어머니는 마음 깊이에서는 아버지를 사랑하셨던 것입니다. 지금 생각하면 얼마나 깊고 지혜로운 처신이었던지 감동합니다. 이제 수도사제가 되어 매일 미사전례를 통해 어릴 적 부르지 못했던 아버지 이름을 날마다 평생 원없이 불러보게 되었으니 하느님의 섭리 은총에 늘 감사, 감격합니다.
간혹 어쨋던 과오를 저질렀거나 일찍 세상을 떠난 불쌍한 남편들이라도 좋은 자식들을 아내에게 선물로 남기고 홀로된 아내를 돌보게 한 남자들을 생각하면 하느님의 그 깊은 섭리에 감동하게 됩니다. 남자없이, 남편없이 이런 자식 선물을 어디서 어떻게 얻을 수 있겠나요! 남녀 부부들을 통한 하느님의 참 좋은 선물이 자식들입니다. 오늘 말씀에서 보다시피 하느님은 참 좋은 부부에게 주신 참 좋은 아기를 선물하십니다.
주님 천사로부터 잉태의 기쁜소식을 들은 마노아의 아내는 즉시 남편 마노아에게 사실을 모두 알립니다. 가난하나 참 사이좋은 부부임이 감지됩니다. 마침내 그 여자는 아들을 낳고 이름을 삼손이라 하였고 아이가 자라나는 동안 주님께서는 그에게 복을 내리셨고 마침내 주님의 영이 그를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삼손은 태양을 뜻하는 히브리말에서 유래했으니 말 그대로 태양같은 자식을 선물로 받은 것입니다. 새삼 아이들은 내 소유물이 아니라 하느님이 선물한 태양같은 귀한 존재들임을 깨닫습니다.
이어지는 가난한 노부부 즈카르야와 엘리사벳에을 통한 세례자 요한의 잉태과정의 묘사도 참 아름답고 감동스럽습니다. 앞서와는 달리 주님의 천사 가브리엘은 아기 잉태의 기쁜소식을 엘리사벳이 아닌 즈카르야에게 전합니다. 믿지 못해 반신반의하는 즈카르야에게 천사는 말합니다.
“나는 하느님을 모시는 가브리엘인데, 너에게 이야기하여 이 기쁜소식을 전하라고 파견되었다. 보라, 때가 되면 이루어질 내 말을 믿지 않았으니, 이 일이 일어나는 날까지 너는 벙어리가 되어 말을 못하게 될 것이다.”
앞서 하느님 앞에서 의로운 이들로 주님의 모든 계명과 규정에 따라 흠없이 살아갔던 진인 부부에게도 이런 옥의 티같은 실수가 있었네요. 잠정적으로 벙어리가 되어 일정기간 대침묵피정을 통해 즈카르야도, 또 부인인 엘리사벳도 깊은 성찰 시간을 갖게 되니 말그대로 전화위복입니다. 다섯달 동안 숨어지낸 엘리사벳은 희망과 기쁨이 가득한 마음으로 감사의 고백을 합니다.
“내가 사람들 사이에서 겪어야 했던 치욕을 없애 주시려고 주님께서 굽어 보시어 나에게 이 일을 해주셨구나.”
마리아와 요셉 부부의 구원자 아기 예수님 탄생에 앞서, 이렇게 참 좋은 부부들의 잉태과정을 소개한 말씀의 배치가 참 치밀하고 섬세하고 오묘하니 이 또한 가톨릭교회를 통해 하느님께서 하시는 일이겠습니다. 점차 가까이 오시는 아기 예수님의 탄생에 앞서 더욱 깨어 지내야 할 남은 대림시기입니다.
하느님의 선물중의 선물이 날마다의 이 거룩한 성체성사입니다. 역설적으로 주님을 모시고 오시는 주님을 기다리는 설렘의 기쁨으로 가득한 대림시기입니다.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은총으로 남은 대림시기 우리 모두 깨어 기도하고 준비하며 오시는 주님을 잘 맞이할 수 있도록 도와 주십니다.
“주 하느님, 당신은 저의 희망! 어릴적부터 당신만을 믿었나이다. 저는 태중에서부터 당신께 의지해 왔나이다. 어미 배 속에서부터 당신은 저의 보호자시옵니다.”(시편71,5-6ㄱㄴ). 아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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