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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12월 2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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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박영희 쪽지 캡슐 작성일2023-12-21 조회수130 추천수2 반대(0) 신고

[12월 21일] 루카 1,39-45

 

 “행복하십니다, 주님께서 하신 말씀이 이루어지리라고 믿으신 분!”

 

 

어제도 말씀드렸듯, 이번 주간의 복음 말씀에서는 하느님의 구원계획을 사람들이 어떻게 받아들이는지가 드러나고 있습니다. 그런데 오늘 복음부터는 그 양상이 좀 달라집니다. 어제까지의 복음이 하느님 뜻을 수용하고 순명하는 ‘수동적’인 면을 드러냈다면, 오늘 복음부터는 그 뜻을 받아들인 이들이 그 뜻을 자기 삶 속에서 어떻게 실천하는지, 그리고 그 실천을 통해 그들의 모습과 삶이 어떻게 변화되어 가는지 그 능동적 측면이 드러나는 겁니다.

 

가브리엘 대천사로부터 하느님의 뜻을 전달받은 마리아가 길을 떠나 서둘러 자기 사촌 엘리사벳이 사는 ‘아인카림’이라는 고을을 향해 갑니다. 자신이 하느님의 뜻에 따라 꼭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하면 지체 없이 곧바로 행동으로 옮기는 모습입니다. “네 친척 엘리사벳을 보아라. 그 늙은 나이에도 아들을 잉태하였다.”(루카1,36) 가브리엘 대천사는 마리아의 마음 속에 일어나는 의문을 풀어주기 위해, 그녀의 마음 속에 있는 걱정과 두려움을 없애주기 위해 그런 말을 한 것인데, 마리아는 그 말씀을 듣고 ‘자기가 해야 할 일’을 찾아 적극적으로 움직입니다. 하느님의 말씀을 ‘경청’했기에 가능한 일입니다. 하느님 말씀이 지닌 의미를 머리로 이해하는 것이나 가슴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어렵고 힘들지만 그래도 해보려고 노력할 수는 있는 부분입니다. 나름 열심히 신앙생활을 하신다는 분들이라면 그 정도까지는 하실 수 있지요. 그러나 가슴으로 받아들인 하느님의 뜻을 손과 발을 움직여 구체적으로 실천하는 것은 또 다른 차원의 일입니다. 마리아는 아직 앳된 모습을 간직한 소녀의 몸으로 그 어려운 일을 하신 겁니다.

 

마리아는 “주님께서 하신 말씀이 이루어지리라고” 믿으셨습니다. 그런데 그 믿음은 ‘내가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하느님께서 어련히 알아서 잘 하시겠지’라는 태도로 팔짱끼고 관망하는 수동적 믿음이 아닙니다. ‘주님 말씀이 이 세상에 이루어지게 하려면 나는 무엇을 해야할까?’를 치열하게 고민하며, 세상을 구원하시려는 ‘하느님의 일’에 미약하나마 작은 도움이라도 보태기 위해 노력하는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믿음이지요. 참된 그리스도인의 믿음은 그래야 합니다. 하느님을 믿는다는 것은 그분의 말씀대로 행하는 것입니다. 힘들고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주저하거나 망설이지 않고 그분의 뜻에 부합된다고 여겨지는 일들을 실천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실천 안에서 참된 행복을 느끼게 되지요.

 

마리아는 이제 막 아기를 잉태한 임신 초기였습니다. 아직 불안정하고 위험하기에 특별히 조심해야 할 초기 임신부가 이제 임신 6개월차가 되어 어느 정도 안정기에 접어든 다른 임신부를 돌봐야겠다는 마음을 품은 것은 하느님 말씀이 이루어지리라고 믿으셨기에 가능했던 일이었습니다. 그 믿음이 굳건한만큼, 그 믿음대로 행하는 과정에 따르는 고통과 시련을 기꺼이 감당하겠다는 의지 또한 굳건했기에, 자기 안위를 먼저 생각하는 개인주의에 빠지지 않고, 자기가 먼저 받아야 받은 만큼만 사랑을 베풀겠다는 수동적이고 계산적인 마음을 갖지 않고, 자기가 먼저 사랑을 실천하여 다른 이들에게 부족하고 필요한 부분을 채워줄 수 있었던 것이지요. 

 

주님의 말씀을 내 안에 잉태하면 그 말씀이 나를 가만히 놔두지 않습니다. 그 말씀을 품고 있는 나를 은총으로 양육할 것입니다. 나를 믿음으로 성장시키고 사랑으로 변화시킬 것입니다. 그런 말씀의 효과에 대해 엘리사벳은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당신은 여인들 가운데에서 가장 복되시며 당신 태중의 아기도 복되십니다." 마리아가 복되시기에 그 태중에 계신 예수님도 덩달아 복되시다는 뜻이 아닙니다. 마리아가 믿음과 순명으로 당신 태중에 모신 예수님이 하느님의 사랑을 듬뿍 받는 복된 분이시기에, 그분과 몸과 마음으로 함께 있는 마리아도 그 복된 영광과 기쁨을 함께 누린다는 뜻이지요. 신앙은 행복의 기준이 오직 주님께 있다는 믿음으로 그분의 뜻을 기꺼이 실천하는 마음입니다. 

 

*함 승수 신부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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