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 아기들이 예수님 탄생을 알렸다면 우리는 / 죄 없는 아기 순교자들 축일(마태 2,13-18) 구세주 탄생 소식에 헤로데가 베들레헴과 그 일대에 사는 두 살 이하의 사내아이를 모조리 죽였다. 다행히 예수님은 하느님의 천사가 미리 요셉의 꿈에서 이집트로 피난가라고 일러 주었기에 천만 다행으로 그 죽음을 피했다. 이때 억울하게 죽은 아기들의 희생을 오래전부터 순교로 기억하다가 중세부터 성대한 축일로 지낸다. 예수님을 대신해 죄 없는 아기들이 무참히 희생되었기에. 오늘날에도 전쟁과 대립 이념과 갈등으로 순진한 아이들이 죽음을 맞이하고 있다. 오늘은 이때 죽은 아기들의 축일이다. 아기 예수님의 이집트 피난에 얽힌 꿈같은 전설적인 이야기이다. 요셉 성인과 핏덩이 아기를 안은 성모님의 세 가족이 이집트로 가는 중 날이 저물었다. 쉴 곳을 찾았으나 인가는 없고, 되레 마구간보다 못한 동굴 하나만 덜렁 있을 뿐이었다. 날씨는 추워 곳곳에 하얀 서리가 내려 있었는데, 거미 한 마리가 가련한 아기 예수를 보았다. 그 거미는 이 추운 밤에 그 아기를 보호하기 위해, 정말 무엇을 할 수 있을까를 여러모로 생각했단다. 오랜 고민 끝에 거미는 동굴 입구를 거미줄로 얽어서 촘촘한 망을 쳐서, 바깥 온도를 차단해 추위를 막고자 했다나. 한참 후 악행과 폭력의 탈을 뒤집어쓴 잔인한 헤로데의 군대가 아기를 찾고자 뒤 쫓아왔다. 그들은 동굴 근처에서 혹시 굴 안에 사람이 숨어 있지 않나 살피려 들어가려했단다. 그러다가 온통 하얗게 서리가 내린 거미줄로 막힌 입구를 발견하였다. 그때 누군가가 말했다. "이 단단한 거미줄을 좀 봐, 딴 곳을 찾아 돌아가자. 누가 이 속에 들어갔다면 거미줄이 어디 이렇게 쳐있을 까닭이! 오래된 거미줄인 것을 보니 여기에는 아무도 없는 게 분명하네." 병사들은 그러고는 그냥 그 동굴을 지나쳐 갔단다. 우리가 크리스마스트리에 금이나 예쁘게 치장한 은사슬을 두르는 것은, 당시 이 전설에서 유래된 풍습이라고 한다나. 아무튼 헤로데는 그 권력을 유지하려고 자신의 정적들을 살해한 잔인한 임금이었다. 이렇게 그는 예수님 탄생 무렵에 자신의 왕권에 위협을 느껴 그 일대에 사는 두 살배기 이하의 사내아이를 모조리 죽였단다. 힘없는 아기 하나에 수많은 군인을 가진 그의 두려움은, 아이러니를 넘어서 불쌍한 말로였다. 아무튼 헤로데는 베들레헴과 그 근방의 아기들을 무자비하게 죽였다. 아기 예수님이 장차 유다의 왕이 되시리라는 예언 때문에, 자신의 왕위를 유지하려고 이런 엄청난 역사의 잘못된 짓을 저질렀다. 천진난만한 아기 예수님 때문에 그 일대의 죄 없는 아기들이 무참히 살해되었다. 이렇게 살해된 아기들은 갓난아기인 예수님께서 메시아요, 구세주이심을 만방에 피로 증언한 것이리라. 이처럼 아무 힘없고 순진한 아기마저도 그 엄청난 권력을 움켜진 헤로데를 떨게 하였다. 그래서 죄 없는 아기들을 죄 많은 어른들이 무참히도 죽였단다. 이 여우같은 못된 헤로데는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정당화할 수 없는 참극을 저지르면서도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려 했다. 악행의 잔혹함은 아무 권력도 없고 오로지 믿음만 강한 요셉과 대조된다. 그는 천사의 말에 순종했다. “일어나 아기와 그 어머니를 데리고 이집트로 피신하여라.” 죄 없는 아기들 죽음으로 아기 예수님 탄생을 세상에 전하였다. 말 못하는 아기들의 그 죽음이 이렇게 믿음의 증거를 고백했다면, 우리는 무엇으로 오신 주님을 증언해야 할까? 아기 순교자를 기리는 오늘, 그분을 따른다는 우리가 스스로에게 물어봐야 할 믿음의 질문일 게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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