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성탄 팔일 축제 제5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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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박영희 | 작성일2023-12-29 | 조회수154 | 추천수3 | 반대(0) 신고 |
[성탄 팔일 축제 제5일] 루카 2,22-35
“예루살렘에 시메온이라는 사람이 있었다. 이 사람은 의롭고 독실하며 이스라엘이 위로받을 때를 기다리는 이였는데“
예전에 많이 했던 놀이 중에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가 있습니다. 술래가 등을 돌린 채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를 외치면 그 사이에 다른 이들이 술래가 눈치 채지 못하도록 조금씩 접근하여 그의 등을 치고 돌아오는 놀이이지요. 이 놀이를 잘 하기 위해서는 세 가지 능력이 필요합니다. 첫째는 때를 기다리는 능력입니다. 술래가 나를 쳐다보는 동안에는 몸을 움직일 수 없기에 등을 돌릴 때까지 기다려야 합니다. 또한 몸을 앞으로 움직이다가도 술래가 다시 고개를 돌릴 때가 다가오면 멈춰야 합니다. 그 두가지 때를 잘 기다려서 상황에 맞게 움직여야 하지요. 둘째는 자신에 대한 믿음입니다. 조금 느려도 차분하게 한 걸음씩 다가가다보면 반드시 술래에게까지 갈 수 있다는 믿음이 있어야만 서두르거나 긴장하지 않고 놀이에 임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셋째는 움직여야 할 때는 움직이는 과감한 결단입니다. 그저 기다리기만 해서는, 단지 믿음만 가져서는 놀이에서 이길 수 없지요. 술래에게 걸려 붙잡히게 되는 상황을 각오하고서라도 꼭 필요할 땐 과감하게 움직여야만 승리를 쟁취할 수 있습니다.
오늘 복음에 나오는 시메온이 바로 이런 세 가지 미덕을 갖추고 있었습니다. 시메온은 오직 주님께만 온 마음과 시선을 집중하며 그분께서 오실 ‘때’를 기다렸습니다. 아무 것도 안하고 넉 놓고 기다린게 아니라 하느님의 뜻을 귀기울여 듣고 충실히 따르는 의롭고 독실한 모습으로, 늘 깨어 일하는 충실한 종의 모습으로 기다렸습니다. 그렇게 기다릴 수 있었던 힘은 ‘믿음’에서 나왔지요. 열심히 기도하는 중에 성령께서 그에게 ‘죽기 전에 주님의 그리스도를 뵙게 되리라’고 알려주셨고, 시메온은 성령께서 하신 그 약속이 반드시 이루어지리라고 믿었기에 끝까지 기다릴 수 있었던 겁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시메온은 기다리던 그 ‘때’가 다가왔음을 본능적으로 느끼게 되자, 성령께서 이끄시는대로 즉시 성전을 향해 나아갔습니다. 귀찮고 힘들다고 요령 피우지 않고, 더 중요하고 급한 일이 있다며 나중으로 미루지 않고 과감하게 움직였기에 그토록 꿈에 그리던 주님을 만날 수 있었지요.
오늘 우리도 시메온처럼 세상을 구원하러 오실 구세주를 기다립니다. 시메온은 아기의 모습으로 오신 주님을 만났고, 우리는 각자가 처한 상황에 따라, 각자가 믿고 바라며 열심히 따라온 모습대로 나만의 주님을 만나게 되겠지요. 언제가 될지 모를 이 기약없는 기다림의 시간이 때로는 지겹고, 때로는 힘겹고, 때로는 ‘이게 무슨 의미가 있나’하는 의구심도 들겠지만, 우리에게는 이 기다림의 시간이 너무나 중요하며 반드시 필요합니다. 나의 때가 아니라 하느님의 때를 기다리는 이 시간을 통해 시간의 주인이 내가 아니라 하느님임을 깨닫고, 내 삶의 주도권을 내가 쥐고 흔들려는 교만에서 벗어나 겸손과 순명의 자세로 하느님께 온전히 의탁하는 참된 믿음에 도달하게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그 희망을 가슴에 품고 늘 주님 뜻에 깨어있는 충실한 종의 모습으로 그분을 만나뵙게 될 그 복된 날을 기쁘게 기다려야겠습니다.
*함 승수 신부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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