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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축복의 하느님_이수철 프란치스코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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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최원석 쪽지 캡슐 작성일2024-01-01 조회수326 추천수4 반대(0) 신고

 

-하느님의 자녀답게 삽시다-

 

 

“새해 복많이 받으십시오!”

 

'천주의 모친 성모 마리아 대축일' 아침성무일도시 찬미가가 너무 깊고 아름답고 풍부하여 두연을 후에 추가합니다.

 

“빛살을 지어내신 빛의 창조주, 구유도 마다않고 누워계시며

 일찍이 성부함께 하늘내신분 아기로 모친품에 안겨있도다.

 이제야 빛과구원 탄생하시니 어둔밤 사라지고 죽음없도다.

 마리아 낳으신이 하느님일세 오너라 만민들아 그를믿어라.”

 

어제의 계묘년 토끼해의 끝은 오늘 갑진년 청룡(靑龍)해의 새로운 시작입니다. 용기와 도전을 상징하는 갑진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천주의 모친 성모 마리아께서 새해를 활짝 열어주셨습니다. 새해 첫날 오늘은 제57차 세계 평화의 날이기도 합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담화도 각별했습니다. 주제는 시의적절하게도 “인공지능과 평화”였고 다음과 같은 결론으로 끝맺고 있었습니다.

 

“저는 인공지능이 발전하는 유형의 행보가 궁극적으로 인류의 형제애와 평화에 기여하는 노력에 도움이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이는 몇몇 사람의 책임이 아니라 인류가족 전체의 책임입니다. 저는 새해를 시작하며 인공지능 유형들의 급속한 발전이 오늘날 세상에 존재하는 불평등과 불의의 사례들을 늘리지 않고, 전쟁과 갈등을 종식시키며 우리 인류가족을 괴롭히는 다양한 형태의 고통을 덜어주는 데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기도합니다.”

 

우려와 기대가 교차하는 담화문입니다. 인류가족을 껴안아야 할 성가정 교회 공동체에 맡겨진 사명이 얼마나 지대한지 깨닫습니다. 성가정의 모범을 살아내야 할 우리가 몸담고 살아가고 있는 가톨릭 교회입니다. 어제 성가정 축일의 본기도가 깊은 울림을 줍니다.

 

“하느님, 성가정을 통하여 참된 삶의 모범을 보여 주시니, 저희가 성가정의 성덕과 사랑을 본받아, 하느님의 집에서 끝없는 기쁨과 행복을 누리게 하소서.”

 

성가정의 성덕을 본받아 살아가는 여기 성 베네딕도회 요셉 수도원은 하느님의 집, 기도의 집, 평화의 집, 환대의 집, 사랑의 집이라 불리기도 합니다. 어제 공동체 친교의 날에는 한 해를 마치면서 수도원에서 있었던 많은 일들을 들었습니다. 저절로 “아, 참 많은 사람들이 다녀갔구나! 정말 세상 인류가족에 활짝 열려 있는 하느님의 집이구나! 하느님의 집으로서 수도원의 본질적 사명을 다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문득 예전 써놨던 “사랑”이란 시가 떠올랐습니다.

 

“나무는 

 넉넉한 품,

 언제나 거기 있어 

 날아오는 새들 

 모두 안아들이는 넉넉한 품

 

 새들은

 나무에 자취를 남기지 않고

 나무는

 새들에 집착하지 않는다

 사랑은 이런 것”-1997.3

 

세상 모두에게 활짝 열려 있는 성가정 수도 공동체를 상징하는 사랑의 큰나무 자체가 하느님의 축복입니다. 축복의 하느님입니다. 사랑의 하느님께서  참 좋아하시는 일이 세상 피조물들에게 축복을 주시는 일입니다. 어제에 이어 오늘 방금 부른 화답송 후렴 역시 얼마나 신바람 나는지요! 가사도 곡도 짧고 좋아 하루종일 소리내어 부르고 싶은 노래입니다.

 

“하느님, 우리를 어여삐 여기소서. 우리에게 복을 내리옵소서,”

 

축복중의 축복이 하느님의 자녀됨이 축복이요, 여기 이렇게 살아있음이 축복임을 이 거룩한 미사를 통해 새롭게 확인합니다. 새삼 인간의 본질은 무지나 허무가 아닌 축복임을 깨닫습니다. 욕망덩어리 사람이 아니라 축복덩어리 하느님의 자녀입니다. 오늘 제2독서 갈라티아서 말씀이 바로 주님 성탄의 축복을 명쾌하게 밝힙니다.

 

“때가 차자 하느님께서 당신의 아드님을 보내시어 여인에게서 태어나 율법 아래 놓이게 하시고, 율법 아래 있는 우리들을 속량하시어 하느님의 자녀가 되는 자격을 얻게 하셨습니다. 진정 우리는 자녀이기 때문에 하느님께서 당신 아드님의 영을 우리 마음 안에 보내 주시어, 그 영께서 ‘아빠! 아버지!’하고 외치고 계십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더 이상 종이 아니라 자녀입니다.”

 

하느님을 아빠, 아버지라고 부를수 있다니 얼마나 놀라운 축복인지요! 우리는 종이 아니라 자녀입니다. 그러니 예수님처럼 하느님의 자녀답게 존엄한 품위의 삶을 사는 것은 얼마나 중요한 의무요 책임인지요! 바로 하느님의 자녀다운 삶의 본보기가 오늘 복음의 목자들이요 말그대로 구도자의 모범입니다. 가난하고 순수한 깨어있는, 진리의 하느님을 갈망하는 목자들입니다. 마침내 주님 천사의 안내로 목자들은 마리아와 요셉과 구유에 누운 아기를 찾아냈고 아기 예수님을 만나니 말그대로 아이콘택트 눈맞춤입니다. 

 

세상에 이보다 큰 축복은 없습니다. 목자들을 바라보는 아기 예수님의 눈빛과 아기 예수님을 바라보는 목자들의 눈빛이 만난 것입니다. 우리를 굽어보시는 분을 우리가 바라보는 ‘눈맞춤(아이콘택트)’이야말로 지복(至福)이라고 성 아우구스티누스는 말씀하셨습니다. 주님과 사랑의 눈맞춤, 바로 이 거룩한 미사전례은총이기도 합니다. 예전 어느 가을날 티없이 푸른하늘이 흡사 나를 내려보는 “하느님의 눈”같다는 충격에 쓴 고백시도 생각납니다.

 

“그리움이 깊어 시리도록 푸른하늘이 되었다

 영원한 하늘이 되었다

 침묵의 하늘이 되었다

 영원히 바라보는 눈빛이 되었다

 하느님의 눈이 되었다

 나는”-1997.11.27

 

하느님을 닮아 “하느님의 눈”이 되고 싶은 것은 관상가의 소망이기도 합니다. 아마도 목자들은 관상가 마리아 성모님의 모습에서 감명과 더불어 큰 가르침과 깨우침을 얻었을 것입니다. 바로 다음 마리아 성모님의 모습은 우리가 배워야 할 관상가의 진면목입니다. 

 

목자들이 전해준 모든 일들에 모두 놀라워하는데 우리 마리아 성모님만은 이 모든 일을 마음 속에 간직하고 곰곰이 되새깁니다. 위대한 영혼의 특징은 깊이 담아두는 능력에 있다 합니다. 이런 성모님처럼 깊은 영혼의 사람들은 결코 조건반사적 감정적 “반응(reaction)”이 아닌 인격적 “응답(respondence)”을 합니다. 

 

이어 목자들은 천사가 자기들에게 말한대로 듣고 본 모든 것에 대하여 하느님을 찬양하고 찬미하며 돌아갑니다. 마침내 목자들은 주님 관상의 기쁨을 증언하고 나누는 선교사가 된것입니다. 주님의 증인으로서 관상의 기쁨을, 찬양과 찬미의 기쁨을 이웃과 나누고 싶은 선교 열정은 믿는 이들 누구나의 영적본능입니다. 저는 어제 베드로 광장에서 삼종기도후 강론후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참 멋진 말씀에 감동했고 참 기뻤습니다. 

 

“1년전 오늘 교황 베네딕도 16세는 사랑스럽게, 지혜롭게 교회를 섬기다가 지상 여정을 끝내셨다. 우리는 그분께 크나큰 애정과 감사, 격려를 느낀다. 그분은 천상으로부터 우리를 축복하시며 동반하신다. 베네딕도 16세에게 박수를 보내자!”

 

축복의 하느님입니다. 축복중의 축복이 하느님의 자녀됨의 축복입니다. 하느님의 자녀답게, 자비롭고 자유롭고 행복한 존엄한 품위의 삶을 살아야 할 거룩한 의무와 책임, 권리를 지닌 우리들입니다. 주님은 청룡의 해 갑진년 새해 첫날 이 거룩한 미사를 통해 우리를 축복하시어 당신 평화의 사도, 축복의 사도, 찬미의 사도, 기쁨의 사도로 세상 우리 삶의 자리로 파견하십니다. 

 

1.주님께서 그대에게 복을 내리시고 그대를 지켜주시리라.

2.주님께서 그대에게 당신 얼굴을 비추시고, 그대에게 은혜를 베푸시리라.

3.주님께서 그대에게 당신 얼굴을 들어보이시고 그대에게 평화를 베푸시리라. 아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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