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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주님과 ‘우정의 여정’에 항구합시다_이수철 프란치스코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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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최원석 쪽지 캡슐 작성일2024-01-02 조회수312 추천수5 반대(0) 신고

 

-참 아름다운 선물-

 

 

동방의 4대교부는 성 아타나시오, 성 대 바실리오, 나지안조의 성 그레고리오, 성 요한 크리소스토모 네분입니다. 바로 그 네분중 오늘 기념하는 두분이 성 대 바실리오와 나지안조의 성 그레고리오입니다. 태어난 햇수는 330년 똑같은데 성 대 바실리오는 49세까지, 나지안조의 그레고리오는 60세까지 살았으니 새삼 인명은 재천임을, 또 성덕은 얼마나 살았느냐의 ‘삶의 양’에 있는게 아니라, 어떻게 주님 사랑에 치열했느냐 ‘삶의 질’에 있음을 깨닫습니다.

 

바실리오와 그레고리오 성인의 대한 간략한 소개입니다. 두분 다 소아시아(오늘의 튀르기에) 태생에 절친이었고, 함께 아테네에서 공부했고, 두분 다 주교이자 유명한 신학자였습니다. 바실리오는 아리안이단과 싸운 조직자이자 수도자였고, 그레고리오는 관상적이자 시적인 분이었습니다. 콘스티노플의 주교로 지명된 그레고리오는 곧 사임후 나지안조에서 참 신심깊은 삶으로 인생을 마감하였습니다.

 

제가 주목하는 것은 두분의 절친관계의 우정입니다. 말그대로 주님 안에서의 우정이요, 이에 앞서 두분의 주님과의 우정도 깊었음을 짐작하게 됩니다. 주님과의 우정과 더불어 서로간의 우정도 깊어졌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어제부터는 저는 우정에, 영적우정에 대해 많은 사례를 떠올려 보았습니다. 동서방을 막론하고 참 아름다운 우정의 사람들이 생각났습니다. 아마도 인간관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선물이 우정일 것입니다. 우정역시 선물이자 과제임을 깨닫습니다. 선물이면서 평생 성장, 성숙과정에 있는 우정의 여정이라는 것이지요.

 

어제 저녁식사중 선물받은 40만원짜리 양주를 약간 서로 주고 받으며 나눴습니다. 고급양주는 부드럽고 색깔, 맛, 향이 깊고 그윽하고 뒷맛이 좋다는 느낌을 말하기도 했습니다. 주님 안에서 깊어가는 우정도 이런 고급양주처럼 날로 색깔, 맛, 향기도 깊고 그윽하며 뒷맛 또한 좋고 날로 부드러울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특히 성인가족으로 하면 교회 역사상 성바실리오 가정을 능가할 성인은 없을 것입니다. 조부모, 부모, 형제자매들이 거의 대부분 성인들이기 때문입니다.

 

정말 아름다운 우정은 남녀노소 불문하고 참 다양함을 봅니다. 스승과 제자, 동료간, 부부간, 남녀간, 남매간, 선후배간 참 다양합니다. 우리나라로 하면 조선시대 동방의 18현에 속하는 율곡 이이와 우계 성혼의 우정이, 또 정약용과 그의 둘째형으로 자산어보를 썼고 흑산도에서 한많은 생을 마친 정약전의 우정이 참 아름답고 감동적입니다. 또 세대 차이를 넘어 수십년 아들뻘, 손자뻘의 제자들과 우정을 나눈 퇴계 이황의 겸손한 인품은 정말 감동적입니다. 친구는 또 하나의 분신과 같습니다. 

 

이외에도 얼마나 많은 우정의 본보기를 볼 수 있는지요. 저는 이미 작고하신 김수환 스테파노 추기경과 아랫집 서 마리레몽 수녀님간의 영적우정도 주목합니다. 성서만 해도 다윗과 요나단, 엘리사벳과 마리아, 또 오늘 복음의 예수님과 세례자 요한에다, 수도생활역사중에도 베네딕도와 스콜라스티카, 프란치스코와 글라라, 십자가의 요한과 대 데레사가 있고 최근만 해도 가톨릭 교회의 전임 베네딕도 교황과 현재의 프란치스코 교황이 있습니다. 

 

이뿐만 아닙니다. 부부관계에서도 이런 아름다운 우정은 수없이 목격합니다. 고 김대중 대통령과 이희오 여사의 우정도 그렇고 제 결혼 주례 1호 부부도 24년 동안 익어가는 우정관계도 참 아름답습니다. 어제 방문하여 함께 식사후 부부 모습이 참 평화로워 사진에 담았고 사진과 더불어 메시지도 전달했습니다.

 

“정말 멋지고 행복해 보입니다. 환상의 커플입니다. 축하드립니다. 늘 오늘처럼 이렇게 사세요!”

 

저에게는 수년동안 제 강론을 나누는 한결같이 겸손하고 열심한 교구사제도 있는데 매일 답글을 보내주는 놀라운 분입니다. 한번도 만난적이 없지만 어제의 댓글에서도 보이지 않는 우정이 형성됨을 감지했습니다.

 

“주님의 자녀가 되는 이 품위를 놓치지 않고 살아가렵니다. 신부님, 새해도 건강하시구요. 늘 기도 안에서 뵙고 있나이다.”

 

우리의 공경하올 영원한 현역으로 저보다 16세 연상의 92세 수도선배인 진토마스 신부의 역주인 요한 카시아누스 <담화집> 16 담화 주제는 ‘우정에 관해서’요, 여기 나오는 진정한 우정의 6개 원칙을 소개합니다.

 

1.이 세상의 재물을 경시하고 우리가 가지고 있는 모든 것을 경시하는 태도다.

2.각자 자기 뜻을 끊어버려야 한다.

3.자기가 유익하고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포함한 모든 것을 사랑과 평화보다 못하게 여기는 것이다.

4.이유여하를 막론하고 화를 내서는 안된다.

5.형제가 자기에게 분개할 때, 이유없는 분개라도 자기안에서 일어난 분개와 똑같이 치유하겠다는 마음이 있어야 한다.

6.악행을 모조리 사라지게하는 틀림없는 원칙으로, 언제든 이 세상을 하직할 수 있다는 생각을 날마다 갖는 것이다.

 

우정에 있어서 대화도 얼마나 중요한지 악마의 유혹도 경계해야 함을 봅니다. 베드로 수제자도 “사탄아 물러가라!”는 주님의 호된 질책을 받았고, 창세기에서 유혹당한 하와와 아담, 광야에서 시련중 악마를 물리친 예수님의 예화를 소개하는 지난해 12월27일 일반알현시간 프란치스코 교황의 가르침도 신선했습니다.

 

“악마와 대화하지 마라. 결코!(never!) 논의도 하지 마라. 예수님은 결코 악마와 대화하지 않았다. 그는 대화로 응답하지 않았고 단지 성경 말씀으로 응답했다. 조심하라. 유혹이다 싶을 때 결코 대화하지 마라...‘마음을 지켜라!(Guard the heart)’. 무수한 교부들이, 성인들이 그러했다. 마음을 지키는 것이 보물을 지키는 것이다. 형제자매들이여, 마음을 지키는 법을 배우도록 하자.”

 

오늘 복음의 세례자 요한이 그 모범입니다. 적대자들의 질문에 답이 참 간명하며 악마가 유혹할 빌미를 주지 않습니다. 역시 겸손의 대가, 겸손의 달인, 세례자 요한이요 악마도 겸손한 자에게는 결코에게 대적할 수 없음을 깨닫습니다. 문득 사막의 성자 마카리오의 일화도 생각납니다. 마카리오를 유혹하다 실패하고 퇴각할 때 악마의 고백입니다.

 

“나는 네가 하는 것을 다 모방하여 할 수 있다. 그러나 너의 겸손만은 모방할 수 없다. 졌다. 겸손한 너를 결코 이길 수 없으니 나는 떠난다.”

 

오늘 복음의 다음 대목에서 세례자 요한의 겸손이 빛납니다.

 

“나는 이사야 예언자가 말한대로, ‘너희는 주님의 길을 곧게 내어라.’하고, 광야에서 외치는 소리다.”

“나는 물로 세례를 준다. 그런데 너희 가운데에는 너희가 모르는 분이 서 계신다. 내 뒤에 오시는 분이신데, 나는 그분의 신발 끈을 풀어 드리기에도 합당하지 않다.”

 

‘우리 가운데에는 우리가 모르는 분이 서 계신다’ 하는데, 우리는 그분이 누구신지 압니다. 늘 우리와 함께 하시는 참으로 온유하고 겸손하신 분, 파스카의 주 예수님의 현존을 의식함이 겸손을 배움에 결정적임을 깨닫습니다. 이렇게 세례자 요한처럼 주님 안에서 자기를 아는 것이 바로 겸손이자 지혜인 것입니다.

 

새삼 얼마나 주님과 깊은 우정관계에 있는 세례자 요한인지, 우정의 기초에 얼마나 깊이 자리 잡은 겸손인지 깨닫습니다. 주님과의 우정관계를 통해, 주님을 따르면서 닮아감으로 참나의 실현이요, 주님과의 우정은 상호간의 우정의 기초가 됨도 배웁니다. 주님과 우정의 여정없이는 참나의 실현도 불가능합니다. 제1독서의 요한이 주님과의 우정에 참 유익한 조언을 줍니다.

 

“처음부터 들은 것을 여러분 안에 간직하십시오. 그러면 여러분은 아드님과 아버지 안에 머무르게 될 것입니다. 이것이 그분께서 하신 약속, 영원한 생명입니다....그분안에 머무르십시오. 그래야 그분께서 나타나실 때에 우리가 확신을 가질 수 있고, 그분이 오실 때에 그분 앞에서 부끄러운 일을 당하지 않을 것입니다.”

 

참으로 주님 사랑안에 한결같이 머무름이 바로 영원한 생명이요, 주님과는 물론 이웃간의 영적우정의 여정에 기초가 됨을 깨닫습니다. 주님은 날마다의 이 거룩한 미사은총으로 당신과의 우정을 날로 깊이해주시며 형제들 상호간의 영적우정도 날로 깊이해 주십니다. 아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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